'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농경사회에서 가장 누릴 게 많은 명절은 추석이었다. 과거 명절 며칠 전이면 선생님이 항상 하던 말이 기억난다. "음식 너무 많이 먹어서 탈나지 말고 건강히 지내고 오너라"던 당부의 말이다. 지금과 비교하면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이어서 갑자기 다양하고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명절에 발생할 수도 있는 소화불량과 복통을 염려한 이야기였다. 요즈음 학생들이 들으면 웃을 소리다.

집 밖에 나가면 다양한 식당들이 많다. 외식할 길이 많은 셈이다. 각종 방송에는 맛집 소개와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빠지질 않는다. 대형매장에 가 보면 잘 다듬어지고 손질된 음식들이 천지다. 계절과 지역을 불문하고 갖가지 식재료들을 언제든지 마음 먹은 대로 구입해서 즐길 수 있는 시대다.

이전보다 국민들의 영양 상태는 개선됐다. 교육부의 통계를 보면 17세 기준 남자 키는 1965년 163.7㎝에서 2013년 173.2㎝로 10㎝나 커졌다. 여자 키도 156.9㎝에서 160.8㎝로 4㎝ 쯤 커졌다.  키가 큰 만큼 몸무게도 늘었다. 같은 기간 남성은 13.9㎏, 여성은 5㎏ 늘어났다고 한다. 체격조건 향상과 함께 기대 수명도 늘어났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60년 52.4세에서 2015년 82.4세로 55년간 30세나 늘었다.

더욱이 올해 초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기대수명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2030년에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82세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조사 대상국 남녀 중에 기대수명이 90세를 넘는 집단은 한국 여성이 유일했다. 다른 국가들과의 차이도 컸다.

10여년전 미국 의회는 항노화와 장수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에 들어가는 예산만큼을 투자해 어떤 방법이 무병장수의 왕도인가를 찾아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항노화와 장수에 관한 연구된 자료를 모아서 분석했다.

규칙적인 운동, 비타민과 미네랄의 공급, 홍삼, 정신수양.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요법들과 실험들이 총 망라된 분석에서 무병장수하는 비결은 바로 '소식'이었다. 다양한 동물실험 결과 소식, 즉 에너지 공급을 제한했을 때 노화를 지연시켰고, 최대수명과 평균수명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보였다. 에너지 섭취가 줄어들면 체중 감소, 산화적 스트레스 감소, 인슐린 저항성 감소, 염증성 사이토카인 감소 등등 현상이 나타났다. 어찌됐든 소식은 무병장수의 최고의 비법이었다. 빈곤의 시대를 겨우 지나 풍성한 먹거리의 시대에 마음껏 배를 채우려 하는데 적게 먹으라고 하니 역설적이었다.

소식에도 기준은 있다. 18세 미만의 성장기에는 과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분한 에너지와 영양의 섭취가 필요하다. 임신, 수유 중인 경우에도 권장량의 영양이 있어야 한다. 활동량이 많은 경우나 당뇨와 같은 질환에 시달리거나 치료를 하고 있는 경우에는 관리 지침에 따라서 식사를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적정체중을 유지하고 있을 때 건강상태가 좋고 기대수명도 증가한다. 노년기로 갈수록 에너지 섭취량은 줄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노년기의 경우는 자유급식에 비해 에너지의 섭취는 20~40% 줄이는 게 권장된다. 다만 영양소의 부족이 없도록 해야 한다. 건강한 소식을 위한 식사량 감소는 밥, 빵, 면과 같은 탄수화물과 포화 지방산 섭취를 줄이는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노년기에 감소하기 쉬운 근육량 유지를 위한 단백질 섭취량은 유지하는 게 옳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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