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지훈 군이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있는 대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부됴놉스크 늦게 도착 숙소 못 구해
발 동동 구를 때 나타난 청년 세 명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 기꺼이 초대

‘유전 전쟁’ 벌인 체첸공 분위기 살벌
조지아 넘자 유럽 최고봉 엘브루산
트빌리시 고온 시달리다 바다서 휴양




러시아 부됴놉스크에 도착했을 땐 밤 11시에 가까운 늦은 시간이었다. 볼고그라드에서 박물관을 관람하고 오후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

우리는 대개 밤늦은 시간에는 운전을 하지 않았다. 야간 운행은 이번 여행을 통틀어 세 번째였다. 맨 처음은 몽골 국경을 넘어 울란바토르로 갈 때였고, 두 번째는 카자흐스탄 내륙을 통과할 때 주변에 마을이 나타나지 않았던 경우였다.

잘 곳을 미리 정해두고 왔지만 숙소에 도착하니 이미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불도 다 꺼진 상태였다. 이 상황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구입한 핸드폰 유심의 기간까지 만료돼 사용할 수가 없었다. 다른 숙소를 검색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방법이 없어 난처해하고 있을 때 어둠 속 어디선가 오토바이를 탄 아저씨들이 나타났다.

 

▲ 최정환-최지훈 부자가 부됴놉스크 신생바이크클럽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왼쪽 사진). 현지에서 만난 디마 씨의 집에서 열린 맥주파티.



그들은 짐을 가득 실은 우리 오토바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하자 더욱 믿기 힘들어 했다. 숙소를 잡을 수 없었던 우리는 아저씨들을 따라 오토바이 창고로 갔다. 창고 안 한쪽 구석에는 소파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소파에 기대 잠이 들어버렸다. 아빠는 아저씨들과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새벽이 돼서야 그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디마라는 젊은 아저씨는 우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혼자 사는 집이라 넓진 않았지만 잠을 편히 잘 수 있어서 무척 고마웠다. 한 밤중에 갈 곳이 없던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준 디마, 샤샤, 미샤 아저씨에게 한 번 더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우리는 아저씨들이 한국에 오게 되면 연락할 수 있도록 전화번호를 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조지아 국경을 향해 남쪽으로 달렸다.

▲ 아시아, 유럽의 경계지역에 있는 조지아의 아름다운 산악 풍경.

조지아 국경으로 가는 길에는 체첸공화국의 수도 그로즈니를 볼 수 있었다. 체첸은 러시아의 지방공화국이다. 아빠는 "옛소련이 해체될 당시 독립을 하려고 했지만 기름이 나오는 유전지대가 많아 러시아가 이를 반대했다. 이 때문에 전쟁이 나기도 했다"고 설명해 주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같은 이유로 독일의 히틀러가 이곳을 가지기 위해 스탈린그라드에서 전투를 벌여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러시아의 다른 곳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경찰, 군인 들이 서 있는 검문소가 많았다.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현재 러시아 사람들은 이 지역을 "평온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로즈니를 지나 아래로 좀 더 내려가자 조지아 국경이 나타났다. 러시아에서 조지아로 향하는 차량이 엄청 길게 줄지어 섰다. 2시간을 넘게 기다려 겨우 조지아에 입국했다.

 

▲ 최지훈 군이 조지아 바투미의 흑해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조지아에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흔히 알프스산맥의 몽블랑(4810m)을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는 이쪽 코카서스산맥의 엘브루산(5642m)이 최고 높다. 조지아가 유럽 대륙과 아시아 경계에 위치해 있어 '유럽이다, 아니다'로 많은 논란을 빚어왔기 때문에 혼동이 있었지만 사실 조지아는 동유럽에 속한다고 한다.

험준한 산맥들 사이로 아름다운 길이 이어졌다. 국경 근처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따뜻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숙소를 나섰다. 아빠와 나는 인근에 있는 오래된 수도원에 잠시 들렀다. 미로 같은 성벽을 올라가 망루에서 내려다본 호수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점심 때가 돼서야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도착했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에 유리가 덮여 있어 거대한 온실같이 느껴졌다. 40도가 넘는 고온에 우리는 기진맥진했다. 결국 바다를 찾아 가기로 했다.

▲ 러시아 부됴놉스크~조지아 바투미 지도.

트빌리시에서 서쪽을 향해 달렸다. 해질 무렵 흑해의 도시 바투미에 닿았다. 바닷가 바로 앞에 숙소를 잡은 후 얼른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우리나라의 바닷물보다 조금 덜 짠 듯했다. 이 물은 피부에 좋다고 했다. 특히 아토피를 진정시켜 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바투미에서 40㎞를 더 가면 터키 국경이다. 이제 터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김해뉴스 최정환 최지훈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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