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읽는엄마모임' 회원들이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기적의도서관 개관 때 출범해
매주 화요일 모여 책읽기 진행
영화 관람, 캠핑 등 활동 병행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던 지난 12일 아침. 김해기적의도서관 2층 모둠토론방에 주부 10여 명이 모여 앉았다. 대부분 어린자녀를 둔 30~40대 젊은 엄마들이다. 책상에는 동화책 <비정규 씨, 출근하세요?>가 놓여 있었다.

독서회 '동화읽는엄마모임'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이곳에서 모임을 갖는다. 이 모임은 2011년 김해기적의도서관 개관과 동시에 시작했다. 지금은 회원 12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설미경 독서지도강사가 회원들의 독후활동을 돕는다.

먼저 발제자 최유미 회원이 작가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줄거리를 설명했다. 이날 선정도서인 <비정규 씨, 출근하세요?>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 책 작가 모임'이 썼다. 일명 '더작가'로 불리는 이 모임은 2010년 평화를 주제로 한 도서 <박순미 미용실>을 펴내기도 했다.

책은 비정규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세대주택에 사는 평범한 서민들의 사연을 다룬다. 간병인, 시간강사, 계약직 방송작가, 마트직원, 화물 노동자 등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노동과 행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회원들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충분히 좋은 책이라며 입을 모았다.

신봉금 회원은 "예전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이 별로 없었다. 요즘은 유독 그런 현상이 심한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미영 회원은 "주부들끼리 만나면 '너희 남편 뭐해'라는 질문을 서슴없이 한다. 회사 이름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럴 때면 '나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말아야지'하는 다짐을 하게 된다.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발제자가 준비해 온 질문에 답변을 이어갔다. 고용문제의 유형, 학교행사에 부모가 참여할 수 없는 가정, 적게 벌고 적게 쓰는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에 관한 생각을 주고받았다. 끝으로 5~10분 가량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원들은 모임이 좋은 가장 큰 이유로 '힐링'을 꼽았다. 실제로 회원들은 독서회를 통해 책만 읽는 게 아니라, 육아나 사회생활 때문에 지친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매주 모임이 끝나고 나면 도서관 야외공간에서 각자 싸온 도시락을 나눠 먹는다. 가끔 조조영화를 함께 관람하기도 하고 일 년에 두 번 캠핑을 떠나기도 한다. 의미 있는 일도 함께 한다. 회원들은 월드비전을 통해 정기적으로 한 어린이를 후원한다. 이를 통해 같은 자녀를 둔 '공동엄마'가 됐다.

송상미 회원은 "처음엔 동화라고 해서 아이를 위한 모임이라고 생각했다. 모임이 진행될수록 내가 즐거워졌다.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아이들에게도 더 잘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3월 합류한 김송아 회원은 "아이를 위해서 나오게 됐다. 물론 육아에 지쳐 어른들 간의 이야기가 고팠던 것도 있다. 무너졌던 책 읽는 습관도 잡고 싶었다. 어려운 책들은 아니지만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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