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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삼천포대교 야경에 홀리고, 실안마을 눈앞 낙조에 반하고(17) 사천 실안노을길
  • 수정 2017.10.11 11:16
  • 게재 2017.10.11 09:13
  • 호수 342
  • 9면
  • 배미진 기자(bmj@gimhaenews.co.kr)
▲ 우리나라 '9대 낙조 감상지'로 유명한 실안낙조 풍경. 해넘이가 시작되자 실안 앞바다와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고 있다.

 


사천시 조성한 ‘이순신 바닷길’ 중 4코스
모충공원~늑도 연결하는 8㎞ 둘레길

바다 풍광 즐기며 걷다 보면 마리나 등장
한려해상 일렁이는 파도는 은빛 생선비늘

바다 한가운데 ‘원시어업’ 죽방렴 눈길
‘아름다운 길 100선’ 삼천포대교 인상적


 

가을은 여름 못지않게 뜨거운 계절이다. 푸른 나뭇잎은 가을빛을 품어 빨갛게 변하고 풀빛 물결을 이루던 벼는 노랗게 익어 황금들녘으로 태어난다. 여기에 노을이 지면 파란 하늘은 찬란한 금빛으로 바뀐다. 가을과 노을은 대지와 바다를 벌겋게 물들이는 자연의 선물이다.

바다 풍경과 함께 가을 노을을 감상하기에 제격인 장소가 있다. 바로 국내 9대 낙조 감상지로 이름난 사천 실안노을길이다. 사천시가 조성한 '이순신 바닷길' 중 4코스에 해당하며, 모충공원~삼천포마리나~영복마을~삼천포대교~늑도를 잇는 8㎞ 길이의 둘레길이다. 김해시청에서 사천 모충공원까지는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 걸린다. 청명한 하늘 아래 따사로운 햇살과 도로 위에 나뒹구는 통통한 밤송이가 완연한 가을을 알리고 있다.

실안노을길의 시작점인 모충공원은 해안과 인접해 있는 자연지형을 이용해 만든 휴식공간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선창에서 왜군 배 13척을 물리치고 사천해전을 승리로 이끈 것을 기리기 위해 만든 추모공간이다. 공원 지형이 마치 거북이 등을 닮아 거북등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향긋한 솔내음을 맡으며 가벼운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울창한 소나무 아래 늠름한 이순신 동상과 공덕기념비가 우뚝 서 있다. 고즈넉한 정자 아래엔 드넓은 바다풍광도 한눈에 들어온다.

공원에서 나와 오른쪽 방향으로 걸어가면 삼천포 마리나가 나타난다. 마리나는 요트, 모터보트 등이 정박하는 항구다. 마리나에서는 스쿠버다이빙과 수상스키, 제트스키 등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 젊은 층의 발길이 잦다. 따가운 햇살을 쬐고 있던 요트들은 바다를 넘어 도로도 점령하고 있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 옆으로 항해를 시작하려는 듯 뱃머리를 한껏 내밀고 있다.

신발끈을 고쳐 매고 영복마을 어귀로 향한다. 이 구간까지 보행로가 따로 없어 앞뒤로 오는 차를 잘 살피면서 걸어야 한다. 한참 걸으면 가파른 고갯길이 나온다. 뒷목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 쯤 도보객을 위한 쉼터가 나온다. 주변에는 시원한 음료로 목을 축일 수 있는 카페도 있으니 쉬어가도 좋다. 드라이브를 즐기던 한 관광객도 이곳의 풍광에 반해 잠시 차를 세우더니 잔디밭 위 아늑한 정자에 걸터앉아 옥빛 바다를 감상하는 맛에 푹 빠져버렸다.     

쉼터에서 산분령마을을 지나 실안마을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해안도로다. 한려해상의 절경을 옆구리에 끼고 걷는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어서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파도가 잔잔하게 일렁이는 모습은 갓 잡은 생선비늘처럼 은빛이다.

▲ 늑도대교에서 내려다본 초양마을.

실안에서는 바다 한가운데에 설치된 죽방렴이 유명하다. 대나무로 만든 뾰족한 그물을 뜻하는 죽방렴은 원시적인 어업방법이다.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는 그물 상처가 없어 맛이 좋다고 한다. 한가로운 감상도 잠시, 어촌마을 아낙들은 해산물 손질로 분주하다. 생선의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조개의 입을 벌려 살을 발라낸다. 해안도로를 걸으면 종종 이름 모를 생선이 말라 죽어 있다. 어부가 흘리고 간 것인지 물살을 못 이기고 튀어 오른 것인지 알 수 없다.

해안가 곳곳에서는 낚시꾼이 자리잡고 있다. 바다풍광과 손맛을 함께 보려는 한 낚시꾼은 텐트를 치고 초장과 요깃거리를 꺼내든다. 그는 "물때만 잘 맞추면 다양한 생선을 낚을 수 있다. 깔따구(농어)와 갑오징어가 주로 잡힌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물살이 빠른 곳이라 쫄깃하고 맛있는 횟감이 많이 올라온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저 멀리 아득히 보이던 삼천포대교와 초양대교는 삼천포 대교공원에 들어서자 한눈에 들어온다. 주차장 옆에는 왜선 13척과 왜군 2600여명을 물리친 거북선이 실제 모형으로 제작돼 위풍당당한 기상을 뽐내고 있다. 관광편의시설답게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하고 있는 관광안내소와 공연장, 식당, 편의점까지 자리하고 있어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 눈이 시원한 비경을 선사하는 삼천포대교.

한려수도호 선착장을 지나 삼천포대교 위로 올라가본다. 다리는 삼천포·초양·늑도·창선대교 순으로 이어지는데 길이만 3.4㎞다. 이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대상에 선정된 명소다. 특히 어둠으로 물든 밤에는 대교에 설치된 조명이 켜져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한다. 도로와 보행길이 마련돼 있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바다 위에 묵묵히 자리한 대교는 운전자, 도보객 모두에게 반갑다는 듯 광활한 비경을 선사한다.

실안노을길의 마지막 장소는 늑도다. 예전에는 섬 지형이 말굴레와 비슷해 굴레섬이라고 했다가 그 음을 따라 구라도라고 불려졌다. 최근 늑도로 개칭했다고 한다. 대교 위에서 내려다보는 늑도의 풍경은 한적하다. 낚시꾼들은 방파제에 올라 고기잡이에 한창이다.

해넘이가 시작되자 서늘한 바람이 옷깃에 파고든다. 발길을 되돌려 다시 삼천포대교공원으로 향한다. 낙조는 어디에서든 감상해도 아름답지만 실안마을 방향으로 걸어가면 바로 코앞에서 멋진 석양을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실안노을을 감상하려면 날씨 운도 따라야 한다. 구름이 많아 하늘이 흐리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노을에 물든 주황빛 바다를 보기 힘드니 맑은 날에 가야 한다.

파란 하늘은 붉은빛으로 서서히 물들어 간다. 뜨겁게 타오르던 태양은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온 세상을 벌겋게 물들인다. 떠나는 자리가 아쉬워 다음을 기약하는 강렬한 인사인 듯 하다. 사람들은 붉은 바다와 낭만 가득한 가을 하늘에 마음을 뺏겨 한참을 서성인다. 떠나는 걸음이 아쉬운 이들에게 태양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라고.

김해뉴스 /사천=배미진 기자 bmj@


▶사천 실안노을길 / 경남 사천시 실안동 978-6.
가는 방법 = 김해여객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삼천포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대방사거리·실안 방향 20번 버스타고 실안정류장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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