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현지(가명·여·27) 씨는 어느 날 갑자기 왼쪽 얼굴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김 씨는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다음 날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왼쪽 얼굴은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웃을 때 입꼬리가 한 쪽만 올라갔다. 눈꺼풀도 수시로 떨렸다. 김 씨는 곧장 병원을 찾았고, 의사는 '안면마비(벨마비)'라는 진단을 내렸다. 동의의료원 안면마비센터 윤현민 센터장의 도움을 받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안면마비의 원인과 증상, 치료방법을 알아본다.



 

헤르페스바이러스 연관 염증 탓
피로로 면역 기능 저하도 원인
계절 관계 없어 여름 발병 증가

3개월 지나면 신경변성 발생 우려
증상 7일 이내 호르몬제 치료해야
푹 쉬며 양·한방 진료 받으면 도움





 

■안면마비
우리가 눈을 깜박이고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얼굴 근육의 수축과 이완 덕분이다. 얼굴 근육은 뇌 신경과 연결돼 있다. 얼굴 근육에 질병이 생길 경우 얼굴 한쪽의 표정을 짓지 못하거나 눈을 감지 못하게 된다. 이를 안면마비, 벨마비라고 부른다.

안면마비의 원인은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의학계에서는 안면마비가 염증 때문에 얼굴 신경이 손상돼 발생하며, 이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1형과 연관성이 높다고 본다. 면역기능의 저하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안면마비는 흔한 병이다. 한 해 최소 3000명 이상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면마비는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나타나지만, 25~30세 젊은 사람들에게 잘 발생한다. 안면마비가 발생한 환자의 병 재발률은 5% 정도다.

안면마비가 발생할 경우 이마에 주름을 잡기가 어렵고, 눈을 감기도 힘들다. 웃을 때 입 꼬리가 마비되지 않는 부분만 당겨 올라가 입이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또 눈물이 많아지거나 적어질 수 있으며, 한 쪽 귀로 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한다. 한 쪽 혀로 맛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윤 센터장은 "한의학에서는 안면마비를 구안와사, 와사풍 등이라고 부른다. 와사풍은 풍병(風病)에 속한다고 해서 <동의보감>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질환 중에 하나다. 여기서 풍병은 바람을 뜻하는 게 아니라 돌발적으로 발생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찬바람을 맞으면 입이 돌아간다는 속설은 정확하지 않다. 안면마비 환자의 90%는 특별한 원인 없이 면역력 저하, 피로 누적, 불규칙한 생활,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발병한다. 찬바람이 심한 겨울에만 발병하는 게 아니라 계절에 관계없이 발병한다. 최근에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여름에 발병하는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와 후유증
안면마비 치료에는 주로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사용한다. 호르몬제는 안면마비 증상이 발생한 지 3~7일 이내에 사용해야 가장 효과적이다.

안면마비가 발생하면 병원을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안면마비가 발생하면 눈이 잘 감기지 않고 눈물이 적어지면서 각막이 손상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안약을 규칙적으로 넣고 안면마비가 회복될 때까지 눈 관리를 잘 해야 한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안면 신경이 마비된 질환이기 때문에 시간이 3개월 정도 지나 마비된 신경에 변성이 오면 치료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안면마비가 발생하면 정확한 원인 파악과 동시에 하루라도 서둘러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치료를 얼른 시작할수록 완치율이 높아진다. 단순히 약만 먹고 시간을 끌기보다는 충분한 휴식과 함께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서 침, 뜸, 한약치료 등 한·양방 치료를 동시에 받는 게 완치에 도움이 된다.

대개 발병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에 소홀하다 보면 회복이 불완전하게 돼서 마비 증상이 일부 남을 수도 있다. 마비에서 회복할 때 안면 경련이 심해지거나, 입을 벌리면 눈이 감기는 '동시 운동증', 식사할 때 눈물이 나는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안면 신경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못할 경우 휴유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윤 센터장은 "안면마비는 증상 발생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80~90% 이상의 환자가 정상으로 회복된다. 안면마비가 발생하면 당황하지 말고 신경외과를 방문해 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
 


 



도움말
윤현민 동의의료원 안면마비센터 센터장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