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환·최지훈 부자가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에 올라 하늘을 날고 있다.

 

 

한국전에 군인 파병 ‘형제의 나라’ 도착
비 피해 들어간 호텔서 따뜻한 커피 대접
이슬람 희생절 행사 탓 방 구하기 애로

현지 여행사 대표 도움으로 열기구 체험
하늘에서 바라본 일출 풍경 잊을 수 없어
종교 핍박 피해 만든 동굴 마을 인상적


 

조지아 바투미에서 4㎞를 달려 터키 국경에 닿았다. 터키는 한국전쟁 당시 많은 군인을 파병해 우리나라를 도왔다. 그래서 '형제의 나라'로 통하기도 한다. 국경지역에는 터키로 들어가려는 차와 터키에서 나오려는 차가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그 사이를 겨우 비집고 빠져나가 국경을 통과했다.

지금껏 지나온 길은 대부분 왕복 2차로의 포장 또는 비포장 도로였다. 터키로 들어오니 왕복 4차로의 넓고 좋은 길이 이어졌다. 도로 옆에는 드넓은 흑해가 펼쳐졌다. 산과 바다 쪽 하늘에는 해가 쨍쨍했다. 이상하게도 우리가 지나가는 도로에만 계속 비가 내렸다. 이 때문에 우리는 완전히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돼 버렸다. 급하게 눈에 보이는 호텔로 뛰어 들어갔다.

호텔의 젊은 사장은 따뜻한 커피와 코코아를 내어 주었다.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는 우리를 대단하다고 치켜세웠다. 방이 있느냐는 물음에 사장은 "평소라면 빈 방이 있었을 텐데, 오늘부터 '쿠르반 바이람'이 시작돼 예약이 꽉 찼다. 방이 없다"며 미안해했다.

쿠르반 바이람은 이슬람력으로 12월 10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희생절'이다. 아빠는 "이슬람교 코란에 아브라함이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는데 천사가 나타나 양을 대신 제물로 바치라고 한 데서 유래한 날이다. 대개 이 기간에는 고향을 방문하거나 여행을 떠난다. 우리나라의 명절 같은 날"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 카파도키아 유적지를 관광하는 4륜 오토바이.

근처의 한 호텔에서 어렵게 방을 구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어서인지 따뜻한 수제비가 먹고 싶었다. 아빠는 직접 밀가루 반죽을 해서 수제비를 만들어 줬다. 오랜만에 맛본 한국음식이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아빠의 요리솜씨는 정말 대단했다. 맛있었다.

다음날 비가 올까 걱정하며 호텔을 나섰다. 다행히 하늘이 맑게 개어 있었다. 흑해를 따라 달리다 터키 최고의 관광지인 '카파도키아'로 가기 위해 내륙 쪽으로 들어갔다.

2000m 높이의 산을 두 개 넘으니 시바스라는 도시가 나타났다. 배가 고파서 오토바이를 잠시 세우고 식당을 찾았다. 유명한 곳인지 현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포장을 해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는 도네르(도너) 케밥을 주문했다. 도네르는 회전을 뜻하고, 케밥은 숯불구이를 의미한다. 역시 이곳 케밥은 한국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카파도키아는 도시 이름이 아니라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중동부를 일컫는 고대지명이다. 카파도키아에 도착하니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우리를 맞았다. 바위산에 구멍을 뚫어 만든 집과 버섯처럼 생긴 특이한 바위의 모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처음 여행을 출발할 때 쯤 <김해뉴스>에 실린 글을 보고 어떤 분이 연락을 해 왔다. 터키에서 여행사 '카파도키아스토리'를 운영하는 황현정 대표였다. 그는 꼭 터키에 들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우리는 황 대표를 만나기 위해 시내 지역인 괴레메라는 곳을 찾았다.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이 많았고, 관광 상품들도 다양했다. 우리는 절반은 케이브하우스, 나머지 절반은 스톤하우스인 숙소에서 사흘을 머물렀다. 케이브하우스는 동굴로 된 집이고, 스톤하우스는 돌을 벽돌처럼 사용해 지은 집이다.

▲ 조지아 바투미 ~ 터키 괴레메 지도.

카파도키아에서 제일 유명한 게 일대를 한눈에 둘러 볼 수 있는 열기구체험이다. 황 대표 덕분에 공짜로 열기구를 탈 수 있었다. 새벽 4시 10분이 되자 탑승장으로 가는 미니버스 한 대가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조금 가자 널찍한 공간이 나타났다. 대충 100대는 돼 보이는 열기구에 바람이 주입되고 있었다.

마침내 탑승 준비가 끝나고 우리는 다른 관광객 10여 명과 함께 열기구에 올라탔다. 출발신호가 떨어지자 조종사는 열기구 위에 달린 버너에 불을 붙였다. 우리는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조종 실력은 정말 뛰어났다. 스칠 듯 말 듯 요리조리 버섯 바위를 피해가며 계곡 사이를 날았다. 열기구는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갔다가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무척 신기한 경험이었다.

 

▲ 최지훈 군이 터키 괴레메 야외박물관의 석굴교회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열기구에서 바라본 일출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2시간 이상을 비행하고 착륙장에 도착하니 샴페인 파티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아 나도 마실 수 있었다. 톡 쏘면서 단 맛이 나는 게 좋아 두 잔이나 마셨다.

이후 만화영화 '스머프'의 모티브가 됐다는 스머프 마을과 괴레메 야외박물관에도 들렀다. 모든 게 신기했지만 특히 땅 속에 만든 동굴이 가장 궁금했다. 황 대표는 "과거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다른 종교의 핍박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들은 핍박을 피해 땅속 동굴에 깊이 숨어 살았다. 그 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옛날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했던 조상들이 후손들에게 커다란 재산을 남겼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이상해졌다. 겨우 몸을 숨길 수 있었던 그 작은 은신처가 지금은 훌륭한 관광 상품이 되었다는 것을 옛날 사람들도 알까? 카파도키아는 참 신기한 곳이다. 김해뉴스 최정환 최지훈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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