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학생의 꿈을 묻는 설문조사에 '건물주'라고 답한 학생이 상당수 나와 화제가 됐다. 어린이들의 꿈이라고 하기엔 왠지 씁쓸하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우스갯 말이 나오는 요즈음 세태가 은연 중 반영된 현상이다.

민법상 부동산이란 '토지와 그것에 정착된 건물이나 수목 등의 재산'을 말한다. 영어로는 동산을 인격에 기초한 '퍼스널 이스테이트'라고 하는데 비해 부동산은 '리얼 이스테이트'라고 해서 '진정한 신분'을 의미한다. 이스테이트(estate·재산)는 라틴어 스테이터스(status·신분)에서 나왔다. 토지를 가진 사람만이 움직일 수 없는 진정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뜻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부동산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토지 투기 또한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르타고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는 적군의 토지를 귀족과 군인들에게 하사했고, 귀족들은 토지 투기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호화생활을 했다.

정부는 6·19 부동산 대책 발표 44일 만에 부동산 투기과열에 맞서 강력한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진정한 성공 여부는 지난 30여 년간 반복된 정부의 부동산정책 공식을 보면 어렴풋이 감이 잡힌다. 부동산 산업 침체가 우려되면 정부는 규제 완화와 활성화 대책을 어김없이 꺼내기 마련이다. 2014년 8월에도 정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해 빚 내서 집을 사려는 수요를 크게 증폭시켰고, 이는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이 됐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이 또다시 오를 기미가 보인다면 정부는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살인적인 서울 강남 집값 못지않게 중국 대도시의 주거난도 심각하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떠도는 우스갯 소리가 흥미롭다. 300만 위안(5억 원)을 호가하는 베이징의 30평 주택 가치는 농민이 당나라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밭을 갈아야 얻을 수 있는 수익과 맞먹고, 1500위안을 받는 월급 노동자가 아편전쟁 때부터 휴일 없이 일해 받는 임금과 같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마침내 강력한 경고를 하고 나섰다. 지난 달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입법기구 최고위급 관료는 "중국 경제가 부동산 거품에 포위됐다. 부동산 개발업자가 누리는 부당한 이득이 중국경제를 피 흘리게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부동산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에는 약 10%에 불과하던 것이 현재는 3분의 1수준에 이른다.

부동산 가격 급등은 한 나라의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부정적 대가도 엄청나다. 1991년 이후 일본의 주택가격 폭락과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교훈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부동산 투자 과열로 주택가격이 정점에 올랐다. 그러나 1991년 이후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주택가격이 폭락하고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줬던 은행들은 도산했다. 이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단초가 됐다.

미국 또한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 주택을 담보로 한 저리의 대출 이자가 급격히 오르고 집값은 떨어지면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주택을 뺏기고 거리로 내몰렸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은 몰락했고, 미국 채권을 구입한 전 세계의 투자자들은 졸지에 빈털터리가 됐다.

최근 한국은행의 부동산보고서는 한국에서 일본식 집값 폭락의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억눌린 주택가격이 언제 풍선효과로 나타날지 불안은 여전하다. 또 미국 금리 인상은 국내 금리를 올리고 국내 부동산 거품을 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부동산 가격 급등의 보다 근원적인 처방은 국내 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데 있다. 시중의 돈이 갈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강남 부자의 안방금고와 범죄자의 시골 마늘 밭에서도 발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돈이 갈 수 있는 곳은 은행, 주식, 부동산이다. 요즘처럼 저금리의 은행과 불안한 주식을 기피하면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수요·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돈이 건전하고 건강하게 흐를 수 있는 경제시스템의 구축이 우선이라고 하겠다. 김해뉴스 /강한균 인제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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