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생태체험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뜰채를 들고 체험장으로 향하고 있다(왼쪽 사진). 봉하뜰에서 잡초를 뽑은 한 가족이 환하게 웃고 있다.



교사 ‘교육연구회’, 워크숍·가이드북 제작
시, 유치원·초등 11곳 텃밭지원 사업 진행
봉하마을·화포천공원서도 각종 프로그램

전문가들 “도시 발전 방향 개발 벗어나야”
자연 탐구 통해 협동·배려심 배울 수 있어
시청 부서 신설, 민관협의체 구성 등 필요




"김해에는 정말 다양한 유형의 지역 생태계가 조성돼 있습니다. 대청천, 율하천, 해반천, 신어천 등 도심 하천과 분성산, 화포천습지 등은 지난 30여 년간 난개발의 회오리 속에서도 남아 있는 지역 생태계입니다. 이것을 우리 아이들이 지켜내도록 돕는 게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까요."

교사모임 김해생태교육연구회 심태훈(43·김해내동초 교사) 회장의 말이다. 그의 이야기처럼 김해는 난개발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다행히 그나마 지킨 지역 생태계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지키는 김해를 만들기 위한 생태환경교육의 '씨앗'들이 곳곳에 움트고 있다.

▲ 한 어린이가 봉하뜰에 풀어놓을 오리를 안고 있다.

심 회장은 2014년 자연을 사랑하는 교사 10명과 함께 지역 생태환경교육 활성화에 나서는 교사모임을 만들었다. 현재는 교사와 교감, 교장 등 교직원 25명이 활동하고 있다. 김해생태교육연구회는 교사들의 생태환경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정기 학습모임, 워크샵, 전문가 초청 강의와 답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화포천습지, 분성산 생태숲, 해반천 등을 다룬 생태체험학습 교사용 가이드북과 학생용 워크북을 직접 개발했다. 올해는 해반천, 신어천, 율하천, 대청천 등 도시 하천 4곳의 생태체험학습 자료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심 회장은 "지난 2년간 생태교육단체 '자연과미래'와 함께 해반천, 대청천, 분성산 생태체험학습, 생물다양성탐사대회를 진행해 왔다. 연구회 회원 소속 학교의 생태환경교육을 위해 학교 내 환경동아리 20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시가 지원하는 학교 텃밭 지원사업도 학교 내 생태환경교육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시는 2012년 김해유치원, 국제유치원 등 교육기관 2곳의 텃밭 지원사업을 시작해 현재 김해동광초, 한림초교 등 유치원·초등학교 11곳을 지원한다. 시는 학교에 씨앗과 모종을 지원하고, 텃밭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도시농업전문강사를 파견하고 주니어마스터가드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해시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과 김우석 팀장은 "김해는 도농복합도시다.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된 반면 한림면, 생림면 등 농촌지역도 공존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공존을 위해서는 도시 자투리땅을 활용해서 학생과 시민이 농업을 경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텃밭 지원사업을 신청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시는 학교당 약 500만 원을 사업비로 지원한다. 텃밭 조성 뒤 흉물로 방치되지 않도록 텃밭 조성을 돕는 마스터 가드너를 투입해 매주 1회 2시간씩 자연생태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터가드너의 교육은 식물심기, 물주는 법, 웃거름주기, 지주 세우기, 잡초 뽑기 등 약 12주에 걸쳐 운영된다.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화포천습지생태학습관 등에서도 다양한 생태환경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은 모내기, 김매기. 허수아비 만들기, 메뚜기 잡기, 늦반딧불이 관찰 등 생태환경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 상반기까지 체험 인원은 5000여 명에 이른다. 화포천습지생태학습관의 생태환경교육프로그램은 전국에 알려진 우수한 생태환경교육프로그램이다. 이 곳은 경남도교육청과 손을 잡고 올해부터 김해, 양산, 밀양 등 경남 동부지역 초등학교 3학년의 자연 생태 학습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태환경교육은 김해가 난개발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환경 도시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생태교육단체 '자연과사람들'의 곽승국 대표는 "생태환경교육은 자연이 왜 소중한지, 왜 보호해야 하는지 인식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자연 속에서 뛰놀지 못한 채 성장한 학생들이 어른이 되면 자연에 인식이 부족해 많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심태훈 회장은 "학교에서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라' 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자연의 중요성을 배운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생태계를 접하는 교육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이어진다면 환경도시 김해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봉하마을생태문화공원 정종택(38) 교육팀장은 "김해는 난개발 속도가 빠른 도시다. 살기 좋던 자연마을은 공장으로 뒤덮이고 울창한 산림은 산업단지로 바뀌고 있다. 자연마을 원주민의 삶은 악화되고 있다. 봉하마을 입구 역시 공장단지다. 하지만 너른 봉하뜰 때문에 생태환경교육이 가능하다. 이제는 개발이 아닌 생태교육으로 도시 발전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의 학생들이 김해의 환경을 스스로 지켜나가도록 하기 위해서 아직 갈 길은 멀다. 전문가들은 김해의 생태환경교육이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생태전문가 양성, 생태교육기관의 다양성 존중, 학교와 지역공동체의 결합, 시의 행정적 지원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곽승국 대표는 "자연과사람들, 여성인력개발센터, 김해YMCA 등은 2003년부터 숲해설사, 자연환경해설사를 양성하고 있다. 좋은 강사를 양성하면 수천 명에게 생태환경교육 혜택을 줄 수 있다. 효율적이고 즐거운 생태교육을 위해 유능한 강사를 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생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자연의 지혜를 배우는 생태환경교육은 '다양성 교육'이다. 화포천습지학습관 등을 비롯한 생태교육기관들은 다양성을 가져야 한다. 생태교육기관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유연성이 발휘돼야 참신하고 재미있는 생태교육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 내동중 학생들이 텃밭 상자에 새싹을 심고 있다(왼쪽 사진). 어린이들이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습지의 생물을 관찰하고 있다.


김해교육지원청의 지역중심마을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김해내동중의 배종용(53) 교사는 학교와 지역공동체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해내동중은 지난달부터 지역중심마을학교 사업으로 텃밭가꾸기, 경운산탐구 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배 교사는 "생태환경교육은 교사의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생태환경교육 운영이 오로지 교사 몫이 될 경우 교사가 전근을 간 뒤 교육의 연속성이 없어진다. 생태환경교육은 학교 인근 지역민과 밀착해야 한다. 마을에서 지역마을교사를 양성해 지역 이야기를 발굴하고,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모두가 시험에서 1등이 될 수 없다. 생태환경교육은 학생 스스로 자연을 탐구하고, 그 속에서 놀면서 협동심·배려심을 배운다. 학원에 가서 영어단어 하나 외우는 것보다 더 나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생태환경교육을 보는 학생, 학부모, 지역민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종택 팀장은 "시가 생태환경교육을 행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 시는 행정적 지원에 더해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생태환경전문가를 양성하고, 민간단체·학교 등 교육기관에서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서로 유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민·관 협의체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태훈 교사는 "김해에는 생태계별 모니터링 자료가 없다. 학생 참여를 통해 지속적인 지역생태계 모니터링 자료를 구축하고, 지역환경 보전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 생태환경교육이 김해를 지속가능발전한 도시로 만들기 위한 토대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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