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섭 전 인제대 교수

최근 정부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 중단을 발표하고, 사업의 계속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재미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토대로 사업의 계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공론화위원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살펴봤더니, 국민들이 의견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문가들의 특강과 토론회, 관련 자료문서 등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공론화 과정은 쉽게 말하자면 의견 형성에 도움이 되는 관련 자료를 국민들이 숙지하고 찬성과 반대 입장을 이해한 후 스스로 심사숙고해서 의견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여론조사에 응할 때 어떤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찬성 혹은 반대로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피상적인 문제 인식 대신 민주국민으로서 심사숙고한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공론화 과정은 이를 위한 절차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 및 영상·토론회 등을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결집된 국민들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 동안 원전과 관련된 정보는 철저히 관련 사업자와 관련 정부기관이 독점해 왔다. 재난을 유발한 외국 원전사례를 지켜본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원전사업의 실상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문재인 정부가 신고리 5, 6호기 원전 건설 유보 결정을 내리고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들이 스스로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에너지정책에 국민 참여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공론화위원회 운영방침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로 원전 건설을 통해 직접적 보상을 받는 해당지역 주민이거나, 원자력 사업과 관련된 학계 및 전문가들이었다.

원전 기술은 안전하고 저렴하며 청정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원전 건설기술은 세계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선도적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원의 개발과 발전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며, 신재생 에너지기술이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라도 원자력 에너지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주민 동의에 따라 추진해 온 사업이 정부의 입장변화로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원전기술을 신봉하는 사람들도 원전 운영에 과거 비리가 상존했다는 문제점을 인정한다. 그런 문제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원전 건설 중단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환경운동을 하거나 원전의 안전에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원전의 안전문제, 원전 건설 및 폐로 후 처리비용, 세계 전력산업의 변화 추세를 감안할 때 원전을 건설하는 것이 더 이상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 중요하고 미래의 전기수요가 증가하더라도 발전설비가 단기간에 건설되기 어려워 전기공급과 수요 간 일시적인 불균형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원전 건설을 포기하거나 늦추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모든 전력문제를 원전건설로 해결하려는 원전산업 관련자들의 고집'이라고 반박한다. 당연히 원전 건설 반대론자들은 찬성론자들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는 자료를 제시한다.

원전 건설 중단 여부를 둘러싼 찬반 입장이 팽팽한 것은 현 시점에서 에너지 정책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투자된 비용이 아까워 원전 건설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원전 관련정책을 결정할 때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입장을 도외시해서도 안 되겠지만, 정책결정이 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서도 안 된다. 원전 관련 정책은 공개되어 투명하게 재검토되어야 한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과 관련된 공론화위원회는 숙의된 시민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다. 서로 다른 입장들이 공론의 공간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은 국민들의 몫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들의 인식이 성숙해지는 과정과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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