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 부산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 설치된 ‘건강기부계단’. 출처=부산교통공사 홈페이지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미국 시카고대학의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선정되었습니다. 세일러 교수는 오래 전부터 '행동경제학의 개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의 기본 개념은 인간의 심리가 경제적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기존 경제학에 인간의 심리학을 접목한 학문입니다. 열심히 일을 하여 번 돈과 복권에 당첨되어 번 돈은 사용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게 그 예가 되겠습니다. 우리에게는 2009년 소개된 <넛지>라는 책의 저자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책의 내용 중에 '넛지효과'라는 개념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넛지는 원래 '팔꿈치로 쿡 찌른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집니다. 강제적인 규제나 감시가 아닌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해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게 하는 게 넛지효과입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 공중화장실 남자 소변기에 작은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넣어 소변이 밖으로 튀지 않게 한 게 있습니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라는 말이나 파리를 겨냥하라는 문구 없이 단순히 작은 파리 한 마리를 변기에 그려 넣음으로써 원하는 효과를 얻은 것입니다. 
 

▲ 리처드 세일러 교수의 <넛지>.

넛지효과가 알려진 이후 건강 캠페인에도 여러 사례들이 접목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계단 오르기입니다. 요즘 웬만한 건물의 엘리베이터 옆에 '엘리베이터는 편하지만 계단은 건강해집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오르는 계단 수에 따라 소모되는 칼로리와 운동효과의 설명 문구를 붙여 평소 운동 부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계단 걷기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례로는 계단에 소리나는 피아노 건반을 설치하여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계단 오르기를 유도하는 것도 있습니다. 실제로 하루에 5개 층의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면 건강수명이 8분 정도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뷔페나 식품매장 입구 바닥에 눈에 뛰는 화살표를 부착하여 식사를 하거나 장을 볼 때 우선 채소나 과일코너로 먼저 가도록 유도하거나, 식사그릇이나 숟가락을 의도적으로 작게 제작하여 섭취 칼로리를 줄여서 비만을 개선하려는 경우입니다.

세 번째는 금연정책의 일환으로 담뱃갑에 흡연경고 문구와 함께 흡연피해 환자사진을 삽입하는 경우입니다. 그 동안 끊임없이 강조해 온 금연교육보다 실제 담배를 피우려고 담배 갑을 열 때 흡연자가 보기에도 섬뜩한 그림 한 장이 흡연욕구를 줄여주는 효과입니다.

세일러 교수는 정부의 공공정책에도 넛지효과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강제 규제나 딱딱한 정책보다는 쉽고 재미있으며 자발적으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공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쓰레기 투기 상습지역에 경고문구나 CCTV 대신 예쁜 화단을 조성해서 쓰레기를 버리러 온 사람이 예쁜 꽃을 보고 쓰레기를 다시 들고 가게 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앞 도로 건널목에 눈에 잘 띄는 노란색의 안전공간을 조성하여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켜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으로 있습니다. 공원 곳곳에 수면베게 그림을 붙여 둠으로써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고성방가를 줄인다든지, 옆집의 전기 사용량을 알려줌으로써 옆집보다 우리 집의 전기 사용량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하여 자발적으로 전기 사용량을 줄이게 한다든지 하는 정책들이 그 예가 됩니다.

건강관리와 관련하여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평소 생활습관만 조금 개선하면 충분히 건강관리를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세일러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기사를 접하면서 오랜 전 읽고 책장에 꽂아 두었던 <넛지>를 다시 꺼내어 읽어 봅니다.

김해뉴스 /홍태용 한솔재활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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