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요디아 중심가에 위치한 단타하바나 연못. 인도 북부를 수행하던 부처가 이곳에 들러 몸을 씻었다고 전해진다.

 

아요디아, 쿠샨제국 시대 때 불교 성행
굽타왕조 창건 전까지 불교사원 100여 개

힌두 - 무슬림 갈등 탓 흔적 완전히 사라져
부처 몸 씻었다는 단타하바나 연못만 존재

지역 연구센터, 허왕후 이야기 전파 노력
해양 교역로 통한 이동 주목해 조사 진행




아요디아(아요디야)에는 밤마다 많은 '하층민'들과 어린이들이 휘황찬란한 분장과 의상을 한 배우들이 펼치는 고전극을 보기 위해 모이는 장소가 있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힌두교 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램리라 연극을 올리는 '아요디아 연구센터'다. 1986년 설립돼 힌두교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구세군 같은 활동을 펼치는 기관이지만, 지역에 문화를 장려하고 연구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1층에는 도서관과 전시실이 있고 2층에는 상설공연장이 있다.

지역에서 힌두 문화를 전파하고 자선사업을 펼치는 이 곳이 허왕후 이야기를 인도에 알리고 그 실체를 조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역의 작은 센터가 김해와 아요디아 사이에서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2001년부터 지속돼 온 가락종친회의 김수로왕비 제막 기념행사를 인도 측에서 준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 아요디아연구센터 담벼락을 장식한 쌍어 문양.

연구센터는 지난 2015년 허왕후(허황옥) 기념행사와 김해-아요디아의 관계를 정리한 <아요디아-김해 문화적 관계>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2년 전에는 중앙복도와 계단에 허왕후와 김수로왕의 스토리를 담은 벽화를 그렸다. 벽화는 김수로왕의 탄생설화부터 허왕후가 가야로 가게 된 과정, 허왕후 스토리의 주요한 근거 중 하나인 파사석탑 등을 형상화해서 보여주고 있다. 연구센터의 티러쓰 매니저는 "이곳을 찾는 아요디아 사람들에게 가야로 간 인도 공주 허왕후 이야기를 알리고 한국과의 역사적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벽화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티러스 씨는 "한국과 인도의 자료를 통해 허왕후 이야기를 계속 조사, 연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정리된 한국 자료를 많이 수용하고 있다. 인도에서 허왕후와 관련한 역사적 문헌이 발견되고 있지 않은 만큼 해양 교역로를 통한 허왕후 일행의 이동에 주목해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센터는 현재 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허왕후 기념공원 리모델링 사업'이 사라유 강변의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인도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대다수 인도인들은 허왕후 이야기를 모르지만 공원이 정비되면 더 많은 인도인들이 한국과의 관계에 주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 아요디아연구센터의 김수로왕, 허왕후 벽화.

연구센터는 허왕후 일행이 불교를 한국에 전래했다는 가야불교에도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이곳에서 역사적으로 힌두와 무슬림의 갈등 때문에 불교의 흔적이 완전히 파괴된 만큼 현재 가야불교의 기원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티러스 씨는 그러나 "기원전 아쇼카 대왕 시절 전후 많은 인도인들이 전세계로 불교와 학문을 전파했고,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호주·피지 등 대양주의 여러 곳에서도 인도 사절단의 존재가 확인된다"고 말했다. 2000년 전 한국의 고대왕국 가야에 인도 공주가 갔다는 주장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믿고 조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에서 힌두교의 마지막 9번째 신을 부처라고 보는 견해도 상당히 설득력을 얻고 있는 만큼 아요디아에서 불교가 사라진 게 아니라 힌두교의 역사 속에 불교적 요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라유 강변의 대규모 사원 집중구역을 비롯해 아요디아 곳곳엔 많은 힌두사원들이 산재한다. 아요디아는 인도의 대표적 신화인 '라마야나'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힌두의 대표적인 신인 라마의 고향으로 언급할 정도로 중요한 역사를 가진 도시다. 후대의 인도 역사서는 기원전 16대국 코살라 왕국의 수도로 아요디아를 지목하고 있다. 기원후 쿠샨제국 시대에는 불교가 성행했던 곳이다. 4세기부터 북인도를 지배한 굽타왕조가 들어서기 전까지 100여개 이상의 불교사원이 이곳에 자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불교적 색채가 남아있는 건축물은 전무한 상황이다. 힌두의 성지가 된 오늘의 아요디아에서 허왕후와 불교의 흔적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뜻하지 않은 곳에서 불교를 만날 수 있었다.
 
가야와의 연결고리인 쌍어문양을 찾아 시내 곳곳의 사원과 유적으로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요디아 외곽 '마타가젠드라'라는 작은 힌두 사원 한 구석에 부처같은 와상이 있었다. 이곳을 관리하는 힌두 승려에 따르면 힌두의 9신 가운데 누워 있는 형상을 한 조형물은 없다고 했다. 이 와상은 불상의 필수요소인 육계(정수리 위에 상투처럼 둥글게 형성된)를 갖고 있어 불상임에 틀림 없었다.
 

▲ 아요디아 외곽 힌두사원에 부처 와상 형태 조형물이 안치돼 있다.

 
대리석으로 만든 와상이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힌두 승려는 이 불상이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바라나시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는 살비지 씨는 "어떤 경로로 이 불상이 이곳에 오게 됐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현대에 만들어진 불상은 아닌 만큼 아요디아에 남아 있는 불교 흔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역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작은 불상이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불교의 흔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전문적인 조사와 연구를 통해 가야불교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요디아에는 또다른 불교 흔적으로 단타하바나 연못이 있다. 아요디아 중심부에 위치한 인공연못이다. 원래 이곳에는 자연연못이 있었다고 한다. 인도 북부를 수행하던 부처가 몸을 씻었다는 곳이라고 한다. 주변에 형성된 작은 수풀은 부처가 이를 닦은 나무 토막이 자라서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김해뉴스 /아요디아(인도)=심재훈 기자 cyclo@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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