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나라(한창훈 지음/문학동네/273p/1만1천원)

농어촌과 소도시 하층민들의 밑바닥 삶을 진솔하게, 그리고 해학적으로 그려온 한창훈 작가가 새로운 분위기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바다와 섬 대신에 고등학생들의 마음이 자리를 차지했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꿈 많은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폭력 앞에 나약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한창훈은 5·18을 고교시절 광주에서 겪었다. 그때 함께 어깨를 겯고 있던 같은 또래의 학생이 계엄군의 총에 맞아 쓰러지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작품은 작가가 고등학생 시절에 직접 겪은 국가폭력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다. 중학교를 마치고 대도시 고등학교에 입학한 열일곱 소년 '나'는 새로운 학교와 환경이 즐겁다. 하지만 도시 뒤편은 또래 아이들끼리의 싸움으로 얼룩져 있었고, 열망을 품어보기도 전에 '나'는 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목격한다. 게다가 그런 폭력 속에 내던져진 아이들을 매몰차게 체벌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아이들의 삶은 폭력으로 멍들어가고, 그걸 무심히 지켜보는 어른들은 폭력에 무뎌져간다. 한편 '나'는 민주주의의 물결에 휩싸인 학교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정의감에 서서히 불타오르는데…. 이 소설은 야만과 폭력이 판치는 세상, 참혹한 역사에 저자가 흰 꽃을 바쳐 위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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