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의 한가운데' 박태남 대표가 지난해 발간한 1주년 자료집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생의 한가운데’ 박태남 대표
개소 두 돌째 오뚝이 발걸음

 

"팍팍한 현실에서 인문공간을 운영하는 것은 도전이자 시도입니다. 인문학의 입지는 여전히 좁지만 공간의 선장으로서 제 항해는 멈추지 않을 겁니다."

지난 2015년 10월 문을 연 내동 인문공간 '생의 한가운데'(대표 박태남)가 개소 두 돌을 맞았다. 박 대표는 2년간 공간을 운영해 왔지만 "여전히 막연하다"며 싱긋 웃었다. 

'생의 한가운데'는 지역에서 유일한 인문공간이다. 박 대표는 한 달에 한 번 유명 강사를 초청해 '달달 인문학' 강의를 열고 있다. 매년 2월이면 아침부터 밤까지 인문강의로 가득 채운 축제도 연다. 강의를 위해 '생의 한가운데'를 다녀간 강연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교수, 대안학교 교장, 아나운서, 만화평론가, 박물관 관장, 다큐멘터리 감독 등 다양한 직종의 강사들이 인문학 전파를 위해 김해를 다녀갔다. 

박 대표는 "해당 분야를 바라보는 관점이 좋거나 평소 활동을 활발하게 해 온 사람들을 찾는다. 섭외 비결은 정성껏 작성한 장문의 메일 한 통이다. 공간을 소개하며 강의 취지를 써서 보낸다. 교통비도 안되는 적은 강사비를 제공하지만 자비를 들여 찾아와 주는 사람들을 보며 사회가 생각보다 어둡지 않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생의 한가운데'의 인문학 강의는 뒤풀이가 있다는 점에서 조금 특별하다. 박 대표는 "사람들은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삶의 긴장을 풀곤 한다. (뒤풀이는)강연을 통해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으라는 뜻이다. 혼자 강의를 듣고 가는 것보다 공간에서 사람을 만나면 관계 맺음이 잘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달달 인문학' 강의는 강사 섭외에 강연 홍보, 뒤풀이 음식 준비까지 박 대표 혼자 모든 업무를 짊어진다. 온종일 준비해 5명이 방문해도 악착같이 문을 여는 이유는 인문학의 일상성 때문이다. 박 대표는 "주민들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질 좋은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만들고 싶다. 인문 강의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인문 강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뒤흔들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내일 죽으려고 했던 사람이 강의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현실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은 삶과 죽음의 문제다. 양적인 측면에 집착하고 있는 우리들은 이런 지점을 계속 놓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인문공간을 연 것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라고 할 만큼 도전적인 일이었다. 그는 빚을 내 번듯한 공간을 열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것 같다며 쓸쓸하게 웃었다. 그는 "생계에 쫒기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갖지 않는다. 바빠서일까? 기본적으로 사회가 돈 안 되는 것들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늘 저의 공부거리다. 인문학이 좋아서 열었지만 남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 해 한 해 버티는 게 가장 큰 일"이라고 말했다.

흔히 인문학은 어렵다고 말한다. 범위가 워낙 방대해서 접근조차 꺼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박 대표는 "인문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무늬"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며 만들어내는 모든 것들이 인문이다. 인문의 결과는 문학, 예술, 철학, 종교로 나타난다. 인간사회에서 갈등은 나와 다른 무늬를 가졌다고 배척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인문은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인간이 그려내는 다양한 무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공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인문학 공부는 사회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고 돌아가지만 자기를 위해 살지는 않는다. 공부의 결과는 반드시 사회와 공유된다. 어떤 깨달음이 자원봉사와 연결되기도 하고 촛불집회로 나타나기도 한다. 행동으로 가기 위해 큰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공부와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회의 변화를 이야기하려면 개인의 깨달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의 한가운데'는 지난해 말 비영리단체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시에 사회단체 보조금 신청을 해 1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박 대표는 "강사들의 재능기부와 후원자, 방문객 들의 응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는 사회적기업이든 인문협동조합이든 지금보다 더 나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과연 구조가 우선인지 사람이 먼저여야 하는지 고민도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일을 함께할 사람도 필요하다. 이 공간의 역할을 더 확장시켜 내년에는 청소년들이 인문의 향기를 맛볼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후원계좌 농협 302-0690-9672-51(박태남).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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