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진 독자·독립출판서점 '페브레로' 책방지기

7년 전 작가라는 막연한 꿈만 가지고 시시껄렁한 글을 쓰던 때가 있었습니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 팔릴 책이 나오고 작가로 인정을 받아야만 글을 쓸 자격을 얻게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독립출판물의 존재를 알게 된 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가 쓴 글로 직접 책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는 그 신선한 충격, 그리고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감과 미련을 버리고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싶다는 꿈만으로 독립출판물을 판매하고 소개하는 작은 동네 책방·카페 '페브레로'를 김해에 연 지 5개월이 지나갑니다.

독립출판물 서점·카페라고 소개할 때마다 늘 듣게 되는 질문이 '출판사 일까지 하는 것인가요', '글을 써 드리면 출판을 해주는 건가요' 등등 출판에 초점을 맞춘 질문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독립출판물이라는 창작물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말 그대로의 서점 역할을 하고 있는 책방지기의 입장에서 독립출판물의 의미를 시민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립출판물이란 1인 혹은 소규모의 사람들이 모여 기획, 제작, 편집, 유통까지 전부 진행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를 자가 출판이라고도 부릅니다. 

소량으로 출간돼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이 아니라 독립출판서점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정해진 규격이나 형식이 없고 분야를 불문한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독립출판물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과 소통하고 표현의 자유가 갈수록 커지면서 독립출판물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각자의 개성을 가진 동네책방이 많이 생겨나면서 창작물을 만나 볼 수 있는 곳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시, 산문, 그림책, 드로잉 북, 여행에세이, 사진집, 잡지, 일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담아 틀에 박히지 않은 나만의 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어놓는 일은 무척이나 설레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다양한 창작물들이 나오고 있으며, 동네책방에서 열리는 독자와의 만남이나 서울 '언리미티드 에디션', 부산 '북아트페어' 등 독립출판물 행사나 예술시장의 규모도 다양해지고 커지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직접 시장에 참여한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취향을 나누는 매력을 추가하면서 하나의 문화로 소통하고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편에선 개인적인 이야기를 왜 읽어야 하나, ISBN이 없는 책을 굳이 만들어 판매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도 묻습니다.

페브레로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건 창작물을 접한 사람들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꾸준한 독자가 되어 관심을 가지며, 작은 동네책방을 사랑하고 작가를 응원하며 공감하고 소통한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한 시절의 이야기, 순간의 이야기들을 충분히 공감할 때 '남'의 이야기는 '우리' 이야기로 맺어지는 것입니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공감하면서 같은 감정을 나눈다는 것, 취향을 나누고 소통한다는 것, 이름 모를 독자와 내가 글로 맺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동이며 벅찬 것인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책에 관심이 많이 줄고 출판 시장이 날로 악화되고 있지만 책을 읽을 여유와 미음이 풍족한 시간들로 채워지는 세상이 되길 바라봅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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