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훈 군이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하며 촬영한 욜루데니즈 해변.

 

깊이 85m 데린쿠유 지하도시에 입이 ‘쩍’
시데 아폴로신전서 바라본 아름다운 석양

‘가라앉은 도시’ 케코바서 신나는 물놀이
투명한 바다 밑 고대 도시 흔적 그대로

2000m 산 정상서 내려온 패러글라이딩
구름 속 지나고 나니 내 발 아래 세상이


 

터키 카파도키아 괴레메를 떠나 인근에 있는 '데린쿠유 지하도시'를 방문했다. '깊은 우물'이라는 뜻을 가진 데린쿠유는 깊이 85m까지 내려가는 지하 8층 규모의 거대한 지하도시다. 종교적 핍박을 피하기 위해 숨어든 기독교인들이 예배당, 교육기관, 침실, 식당, 마구간, 창고 등을 만들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염소를 찾아 이 근처에 왔던 한 농부가 동굴 입구를 발견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과거 약 2만 명이 가축을 키우며 이곳에서 생활했다니 정말 신기했다.

▲ 최지훈 군이 터키 시데의 아폴로 신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다시 지중해 도시 안탈리아를 향해 출발했다. 가는 길에 아폴로 신전으로 유명한 시데라는 도시에도 들렀다. 지금은 터키에 속하지만 과거 이곳은 그리스 땅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리스 아테네에 가면 볼 수 있는 오래된 신전들이 터키 곳곳에도 세워져 있었다. 이날 아폴로 신전에서 바라본 석양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오토바이에 기름을 넣기 위해 잠시 주유소를 찾았다. 현지인 아저씨가 오토바이에 기름을 넣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인사를 나눴다. 아저씨는 터키 최대 명절인 쿠르반 바이람 기간 동안 혼자 국내 여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같이 여행하지 않겠느냐고 물어왔다. 우리는 당연히 함께 가겠다고 대답했다.

아저씨는 현지인들만 아는 곳으로 갈 거라며 지도를 펼쳐 들었다. 앞서 갈 테니 천천히 따라 오라고 했다. 우리는 아저씨를 따라 시골길을 달렸다. 고개를 몇 개 넘으니 바다가 보였고, 조그만 어촌마을이 나타났다. 항구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모여 있었다. 아저씨는 보여줄 것이 있다며 배를 타고 나가자고 했다.

우리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배에 올랐다. 한 20분쯤 지났을까. 배는 케코바에 닿았다. 케코바는 터키 남서부에 위치한 섬이다. 찬란한 비잔틴 문명을 자랑했던 케코바 반도는 2000년 전 지진 때문에 물속으로 가라앉아버렸다. 반도의 남은 부분이 케코바 섬이 됐다. 그래서 '가라앉은 도시'라고도 불린다. 투명한 물 아래로 고대 도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성벽이며 돌담, 거리, 계단 등이 들여다 보였다. 우리는 배를 안전한 곳에 대고 2시간 동안 물속에 들어가 가라앉은 도시를 둘러보았다. 

어느 새 주변이 어둑어둑해졌다. 명절기간이라 숙소 잡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현지인 아저씨가 안내해 주니 정말 편했다. 한 시간 쯤 달려 캠핑장에 도착했다. 유럽의 캠핑장은 시설이 아주 좋았다. 샤워장, 수영장도 갖추고 있었다. 짐을 풀고 텐트를 친 후 아저씨와 같이 바닷가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지중해로 이어진 난간이 있었다.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곳에서 저녁을 먹으니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마음이 들어 아쉬웠다.
 

▲ 해발 2000m 산 정상에서 욜루데니즈 해변까지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하는 최지훈 군.


다음날 아침 터키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욜루데니즈를 향해 떠나기로 했다. 아저씨는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고 해서 아쉽지만 헤어졌다. 욜루데니즈는 유럽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 이곳에 가면 꼭 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패러글라이딩이다. 패러글라이딩은 대개 수백m 높이의 산 위에서 타고 내려온다. 여기서는 2000m 산 정상에서 욜루데니즈 해변까지 타고 내려온다.

 산 정상에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승객 중 절반은 우리와 같은 여행객이고, 나머지 반은 패러글라이딩 조종사였다. 정상의 이륙장에 도착했지만 구름에 가려 산 아래 바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파트너 조종사 아저씨는 능숙한 솜씨로 패러글라이더를 펼쳤다. 헬멧을 쓰고 복장을 갖춰 조종사 아저씨 앞에 섰다. 금방 이륙을 알리는 "고(go)! 고(go)!" 소리가 들려왔다. 몇 발자국을 떼자 몸이 금세 하늘로 둥둥 떠올랐다.

▲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등장하는 '블랙펄' 모양의 체험용 선박.

우리는 구름 속을 헤치며 나갔다. 흐리던 시야가 갑자기 또렷해졌다. 발 아래 도시가 조그맣게 보이고 욜루데니즈 모래사장도 눈에 들어왔다. 조종사 아저씨는 나를 즐겁게 해 주려고 일부러 빙빙 돌면서 내려왔다. 잠시 후 우리는 안전하게 해수욕장 모래사장 위에 착륙했다. 얼마 전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여행사 이모 덕분에 싼 가격에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다음 날엔 보트투어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 백사장으로 나갔다. 배 여러 대가 출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날 우리는 제일 크고 멋진 해적선 모양의 배를 예약했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블랙펄의 모습과 같았다. 약 150여 명이 승선했다. 동양인은 아빠와 나 단 둘뿐이었다. 배는 영화의 배경음악과 함께 출항했다. 보트투어는 근처의 섬에 가서 자유 수영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총 6개의 섬에 들렀라. 며칠 전에 갔던 '가라앉은 도시' 케코바와 비슷한 곳도 있었다.

▲터키 카파도키아 괴레메~페티예 욜루데니즈 지도.

첫 번째 섬에 닿아 배를 정박하고 수영을 했다. 아빠는 깊이 6m쯤 되는 바닥에 내려가 시계를 주워 왔다. 바다수영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을 정도로 아빠는 수영을 잘한다. 시계 상태를 보니 빠진 지 얼마 안 된 비싼 스마트워치였다. 시계를 잃어버린 사람이 우리가 탄 배에 있지 않을까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그 때 어떤 한 아저씨가 자기 거라며 찾아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아저씨는 물이 너무 깊어서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수영을 잘하는 아빠와 아들로 금세 유명해졌다. 하루 종일 섬을 옮겨가며 수영하고 먹고 마시며 놀았다. 터키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정말 많은 나라다.

김해뉴스 최정환 최지훈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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