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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번식 황새 살리기 위해 경작지 등 활용 다양한 습지·비오톱 조성황새 봉순이 고향에 가다 (2) 자연방사 성공의 비밀
  • 수정 2017.11.08 11:37
  • 게재 2017.10.18 10:29
  • 호수 343
  • 14면
  • 조나리 기자(nari@gimhaenews.co.kr)
▲ 황새습지네트워크의 사다케 세스오 대표 등이 도시마 습지를 설명하고 있다.

 

러시아서 날아온 하치고로 활동서 착안
버려진 곳곳의 논 등 습지로 대거 조성

정부, 시, 기업체, 자원봉사자 적극 참여
습지네크워크·앤-걸스 등 주민들이 관리

조상 때부터 살아온 땅 가치 새롭게 변신
일본, 한국, 러시아 힘 합쳐 정보 교류 필요

 

"미꾸리, 개구리, 뱀, 들쥐, 새우 등 황새의 먹이는 다양합니다. 황새는 생물 다양성의 꼭대기에 있습니다. 황새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황새가 살 수 있다는 뜻은 황새만 사는 게 아니라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황새는 전세계 3000마리 정도 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이지만 일본 도요오카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친근한 동물이다. 도요오카 시가 자연방사를 실시해 현재 황새 105마리가 도요오카를 비롯한 일본 전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황새가 주로 먹이를 구하는 곳은 물이 있는 논과 습지다. 황새는 논에 물이 사라진 가을과 겨울이면 먹이가 부족해 식사 시간마다 먹이를 주는 황새 고향 공원을 찾기도 한다. 그 외 대부분 기간에는 도요오카의 자연에서 먹잇감을 해결하고 있다.

도요오카가 처음부터 황새가 살 수 있는 자연 환경을 자랑했던 것은 아니다. '전설의 사육사'로 불리는 마츠시마 고지로(76) 씨는 "황새가 사라진 데에는 농약 등 화학비료의 영향도 있지만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먹이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88년부터 황새 인공 번식에 성공한 도요오카 시는 '어렵게 인공 번식한 귀한 황새를 자연에 돌려보냈을 때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희망을 준 것은 러시아에서 온 길 잃은 새 '하치고로'였다. 하치고로는 2002년부터 매년 도요오카의 논과 도시마습지를 찾았다. 하치고로가 온 뒤 정부와 현, 시는 '도요오카에서 황새가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연방사를 준비했다. 황새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현, 시, 시민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도요오카에는 황새가 서식하기 좋은 습지가 3곳이나 있다. 도시마습지는 도요오카를 가로지르는 마루야마 강 기슭에 있다. 하치고로가 찾아왔다고 해 '하치고로 도시마습지'로 불린다. 습지의 넓이는 약 3.2㏊(약 9600평)다.
 

▲ 도시마 습지, 다이 습지, 가야 습지, 쿠쿠히 신사 인근 비오톱 논(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

 
원래 이 습지는 버려지거나 경작을 하던 논이었다. 하치고로가 찾아온 뒤 생물 다양성을 위한 습지로 조성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논을 습지로 조성하자는 의견에 반대했다. 이때 도요오카의 나카가이 무네하루 시장이 절반은 논으로, 절반은 습지로 하자는 절충안을 냈다. 2007~2008년 습지 조성이 본격화됐고 2009년 정식 개장했다.

도시마습지에는 황새 인공둥지, 실내에서 황새를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비영리 단체인 '황새습지네트워크'가 관리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도시마습지에서 주목할 부분은 습지를 크게 2등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습지의 절반 정도는 해수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며 수심이 30㎝ 이상이다. 다른 절반은 수심이 15㎝ 정도로 해수가 들어가지 않도록 차단했다. 얕은 곳은 부리가 약 20㎝인 황새가 주로 서식하는 곳이다. 높이가 다른 습지 사이에는 수문이 있어 물고기가 산란 때 오갈 수 있도록 조정할 수도 있다.

황새습지네트워크의 사다케 세스오 대표는 "이 습지는 황새만 살기 위해 만든 게 아니다. 황새가 생존하려면 생물다양성과 먹이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 다 갖춰져야 한다. 수심이 다른 습지를 통해 생물다양성이 이뤄지게 했고, 황새가 먹이 잡기에 가장 좋은 모내기 직후의 논 상태를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마루야마 강을 타고 동해로 이어지는 끄트머리에는 또 다른 인공습지인 다이습지가 있다. 바다와 강의 경계인 이곳은 원래 50가구 정도가 사는 작고 조용한 마을이었다. 과거에는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들도 있었지만 척박한 땅에 노인들만 남게 되자 경작지는 하나 둘 버려지게 됐다. 버려진 땅은 예상 밖에 생태계의 보고로 거듭났다. 농약을 치지 않은 땅에 황새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이 살게 됐다. 2009년 도쿄대학원 연구원들이 이 지역을 연구하면서 생태적 가치가 높다며 생태관광지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 다이습지 안내봉사를 맡고 있는 '앤-걸스'.

그때부터 시, 기업체의 지원과 연구자, 자원봉사자, 마을 주민들의 힘을 모아 이곳을 습지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다이습지가 조성된 이후 2011년 관광객들에게 습지를 소개하는 '앤-걸스'가 구성됐다. 50~70대 여성 마을주민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안내료 500엔을 지불하면 앤-걸스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대부분 이곳에서 나고 자란 주민들이어서 습지 소개는 물론 다이습지의 역사와 여러 모습들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앤-걸스의 최연장자인 오츠보 야에코(72) 씨는 "조상부터 내려온 땅이다.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버려진 땅에 다양한 생물이 살아 남았고, 황새가 이곳을 찾으면서 땅의 가치가 널리 알려졌다. 매년 1000명이 다이습지를 찾고 있다. 우리 마을을 새롭게 해준 황새가 고맙다"고 말했다.

앤-걸스를 비롯한 마을주민들은 다이습지를 보존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대대적인 정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히노니시 나오코(67) 씨는 "습지를 자연 상태로 두면 번식력이 강한 풀이 다른 식물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거나, 습지 전체에 골고루 퍼져야 할 물이 강물을 만든다. 자연도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렇게 관리한 결과 예전에 농사를 지을 때는 보지 못했던 희귀종 풀도 많이 자라난다"고 설명했다.

▲ 국토교통성 관계자가 가야습지 조성 이전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국가에서 직접 조성한 습지도 있다. 마루야마 강과 이즈시가와 하천 합류지점에 15㏊(약 4만 5000평) 넓이로 조성된 가야습지다. 원래 논이었던 이곳은 비가 올 때마다 침수가 일어나 대규모 재해를 입었다. 계속되는 피해에 농민들은 농사를 포기했다. 이곳에 대규모 습지를 조성하면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고, 국토교통성은 2009년 습지 조성 사업에 나서 현재 거의 다 완성된 상태다.

이곳 역시 황새만이 아니라 많은 생물들이 살기 위한 습지로 조성됐다. 산에서 지하수가 내려오는 습지, 시냇물이 모이는 습지, 깊이가 5~20㎝인 습지, 50㎝이상인 습지 등 그 형태도 4~5가지로 다양하다.

국토교통성 관계자는 "1960년 가야습지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 사람, 소, 황새가 함께 담겨 있다. 과거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졌던 모습 그대로를 복원하고 싶다. 정부에서 이렇게 대규모 습지를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이곳에서 지역민이 참여하는 축제를 열기도 했다. 가야습지가 생태계의 보고는 물론 지역민의 환경 학습공간, 휴식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도요오카에는 대규모 습지 외에도 생태계 보전과 복원을 목적으로 인공적으로 조성한 비오톱도 20여 곳 있다. 사용하지 않는 휴경전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빌려서 만든 곳이다. 시에서 토지 대여 비용을 지원하지만 조성과 관리는 모두 시민들의 몫이다. 황새 시민지킴이인 미야무라 요시오(66) 씨는 "2005년 황새 자연방사 이후 시민들이 황새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황새가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걱정을 하게 됐다. 이후 자발적으로 시민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사다케 대표는 "지자체가 습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는 어렵다. 협력을 통해서 황새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시민과 연구자가 함께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황새는 일본에만 머무는 새가 아니기 때문에 네트워크는 도요오카만의 것도, 일본만의 것도 아니다. 일본과 한국, 이를 넘어 러시아에서도 황새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위한 정보 교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도요오카(일본)=조나리 기자 nari@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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