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육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과 부모님의 형제들까지 모두 모인 대가족 속에서 살았다. 어린 시절 기억 중에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던 일은 지금도 행복하고 그리운 추억이다.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는 늘 '고놈의 호랭이'가 등장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별다른 놀잇감이 없던 우리들은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 할머니의 단골 레퍼토리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였는데, 할머니 마음에 따라 이야기의 내용과 결말이 달랐다. 우리가 말을 잘들은 날은 오누이가 해와 달이 되었고, 우리가 말을 안 듣고 애를 먹인 날은 호랑이가 망태할아버지가 되어 우리를 잡아간다며 겁을 주기도 했다. 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껏 감성을 키웠고, 현재 동화구연을 하고 있다.
 
전래동화 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이다. 가난한 나무꾼, 착한 흥부, 사랑 받지 못하는 콩쥐, 엄마를 잃고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많은 형제들 중의 약한 막내들. 그들이 모두 어려운 역경들을 지혜롭게 싸워 이기는 내용의 전래동화는 사회적 약자들이 성공하는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정직하고 정의롭고 참고 인내하는 자가 결국 승리자가 되는 전래동화의 내용들은 읽는 사람에게 힘을 준다. 그래서 전래동화는 아이들의 인지적·정서적 발달에 꼭 필요한 교육적 매개물이다.
 
김영주 교수의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는 전래동화 새롭게 읽기'는 전래동화가 가지는 다양한 현대적인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전래동화를 어떻게 들려주고 읽힐 것인가 고민하는 어른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고, 여러 연구자와 활동가들에게 읽히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창의성과 전래동화는 언뜻 전혀 별개의 것처럼 보인다. 창의성이 개인이나 사회에 유용하고 새롭고 독창적인 것이라면, 전래동화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교훈적인 옛이야기, 낡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창의성에 관심이 있는 부모, 교사도 창의성 발달에 적용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전래동화를 창의적으로 읽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전래동화 낯설게 읽기'편은 독창성을 깨우기에 충분한 내용들이 동화와 함께 펼쳐져 특별한 재미를 준다. 예를 들면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과연 공평한가, 개미와 베짱이에서 베짱이는 정말 게으른 걸까, 현대에서도 해님은 나그네의 옷을 벗길 수 있을까 등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눈을 열게 한다.
 
전래동화가 자칫 권선징악이라는 교훈만 강조하는 이야기로만 치부되고 내용이 단순하여 그다지 읽힐 만한 것이 못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 나에게 전래동화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개발시킨 감성의 주체다. 전래동화는 그 시대나 문화에 따라 계속해서 재구성되는,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내가 인생 불변의 법칙을 배우게 된 것은 대학의 강의실에서가 아니라 어릴 때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듣던 옛날이야기 속에서였다"라고 세계적인 대문호 괴테는 말했다. 그만큼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래동화 속의 교훈은 일생의 지혜가 된다는 가르침이다.


>>변정원은
김해에서 처음으로 동화구연가로 활동을 시작했고, 2011년 '부산문예시대'를 통해 아동문학가로 등단했다. 현재 김해동화구연협회 회장, 김해문화의전당 변정원 스토리 하우스 대표, 김해YWCA평생회원 및 이사로 활동 중이다. 김해도서관, 창원도서관, 김해문화원, 김해문화의전당, 김해평생교육원 김해여성인력센터 등 김해의 각 기관과 단체에 출강하며 우리 동화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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