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 자동세척장치, 펫건조룸 등
반려동물 제품 개발, 판매 나서
내년 법인회사 설립하는 게 목표



"한 번 뿐인 인생,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든 순간이 닥쳐도 빨리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청년창업가지만 행복합니다."

인제대학교 성산관 10층에는 '포펫(For Pet)'이라고 적힌 사무실이 있다. 약 46㎡(14평)의 좁은 공간에서 엄준호(25), 원종민(25) 공동대표가 노트북 앞에 앉아 일에 여념이 없다.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스타트업 우수상', '2016 인제 창업아이템 경진대회 대상', '동남권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 사업단협의회 창업경진대회 금상' 등 사무실 벽면에는 각종 상장과 신문기사들이 도배돼 있다.

포펫은 반려동물 제품을 개발, 판매하는 업체다. 지난해 7월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울산 출신인 엄 대표는 울산현대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제대학교 컴퓨터시뮬레이션학과로 진학했다. 그에게는 고등학교 시절 꿈, 장래 희망이라고 부를 만한 목표가 없었다. 대학 진학 후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을 제작하는 업무를 배우는 학과 공부에도 흥미가 없었다. 원 대표는 엄 대표와 같은 울산 출신이다. 엄 대표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인제대학교 전기공학과에 진학했다.

엄 대표는 군 제대 후 복학을 앞두고 울산의 한 반려동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는 "집에서 10대 때부터 개를 키웠다. 반려동물 카페에서 매장 관리일을 맡았다. 카페 대표가 일을 잘 한다며 카페 운영을 맡아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막연히 '반려동물과 관련된 일을 해보면 어떨까'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복학 후 대학에 걸린 창업동아리 모집 현수막을 본 뒤 창업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고작 반려동물 카페에서 일해 본 경험으로 창업을 할 수 있을까',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엄습했다.

엄 대표는 "누구나 그렇듯이 시작은 막막하고 불안했다. 창업동아리, 인제대학교 창업경제혁신센터의 도움으로 창업에 한 걸음씩 다가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반려동물 배변 자동세척처리 장치를 개발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포함한 제품이다. 사물인터넷은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일컫는다. 반려동물이 배변 자동처리 장치 위에서 배변을 하면 자동감지센서가 슬라이드 바로 배변을 밀어주고 세척도 한다. 제품은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반려동물 주인은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반려동물의 상태와 배변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 포펫이 개발하고 있는 '펫 건조룸'.

엄 대표는 "반려동물 카페에 개를 풀어놓으면 개를 따라다니며 배변을 치워야 한다. 1인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저도 반려견 '로꼬'를 키우고 있다. 반려견을 키우며 일상 속에서 겪는 불편을 찾아봤다. 1인가구의 경우 출근한 뒤 집에서 반려동물의 배변을 치워줄 사람이 없다. '자동으로 반려동물 배변을 치워주는 제품이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반려동물 배변 자동세척처리 장치'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모든 개들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책이 필요하다. 개들은 산책을 하며 냄새를 맡는다. 개들은 이를 통해 자존감과 차분함을 키운다. 엄 대표는 이에 착안해 개들이 후각활동을 집 안에서도 할 수 있는 노즈워크 제품을 개발했다. 그는 "TV의 애견 프로그램에 포펫의 노즈워크 제품이 출연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주인과 떨어졌을 때 분리불안증세를 겪는 개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제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엄 대표는 반려동물 배변 자동세척처리 장치 시제품 제작을 계기로 각종 지원 사업에 참여했다. 지난해 3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청년사관학교에 7기로 입교해 자금을 확보하며 펫 건조룸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부산의 한 유기견센터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가 추운 날씨에 개를 씻길 여건이 안 되는 환경을 보고 펫 건조룸 개발에 나섰다.

엄 대표는 "시중에 반려동물을 씻긴 후 바로 털을 건조시킬 수 있는 펫 건조룸을 팔고 있다. 하지만 비싸서 사기가 쉽지 않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펫 건조룸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누구든 창업을 하면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 창업에 도전한 사람에게는 조언자가 정말 중요하다. 인제대학교 최용주 교수의 조언이 창업을 하면서 정말 큰 힘이 됐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기는 성취감은 금전적인 만족보다 더 크다. 내년 목표는 법인회사 설립이다. 반려동물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제품 개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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