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35마리 대상 월별 체중 검사 결과
여름에 살 빠졌다 가을에 찌기 시작해 겨울에 최고



'천고마비(天高馬肥)'로 대변되는 풍요의 계절, 가을이 찾아왔다. 천고마비의 사전적 의미는 '가을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찐다'는 것이다. 가을 날씨는 활동하기에 매우 좋다는 이야기다.

천고마비는 중국 당나라 초기의 시인 두심언의 시에서 나왔다. 두심언이 전쟁에 참가한 친구가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며 지은 시에서 유래했다. 시의 한 구절에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가 나온다.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찐다'는 이야기다.

▲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경주마가 맑은 가을하늘 아래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렛츠런파크 부산경남

현대의 말들도 과연 가을에 살이 찔까.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장 고중환)이 최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말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궁금증이 풀린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경주마들은 평균 한 달에 한 번 꼴로 경주에 출전한다. 경주에 출전하는 모든 경주마는 '마체중 검사'를 받는다. 이때의 체중기록을 근거로 경주마의 체중 변화를 분석한 자료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경주마 1235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체중 조사 결과 1년 평균 체중은 479.8㎏이었g다. 놀랍게도 1년 중 가장 체중이 많이 나간 달은 12월이었다. 이때 경주마의 평균체중은 483.52㎏이었다. 연평균 체중보다 3.72㎏ 무거웠다. 평균체중이 가장 가벼웠던 달은 한여름인 8월이었다. 이때 평균체중은 476.82㎏로 연평균 체중보다 2.98㎏, 12월보다는 3.72㎏ 가벼웠다.

신기한 점은 한여름 8월에 최저점을 찍은 경주마의 평균 체중이 가을에 점차 회복세를 그려 12월에 최고치를 찍었다는 것이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가을에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가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한국마사회 경주마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달랐다.

계절적 요인에 따라 경주마의 체중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 한 관계자는 "같은 훈련을 해도 상대적으로 여름에 체력 소모가 많다. 이 시기를 지난 후 선선한 날씨가 오면 체력 소모가 줄어들어 체중도 덜 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동물병원 관계자는 "자연상태의 말들이라면 몰라도 항상 훈련을 해야 하는 경주마들의 경우에는 계절적 요인에 따른 체중 변화가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주마는 경주에서 전력질주를 하면 에너지 소모 때문에 10㎏ 이상 체중이 감소한다. 월별 미세한 체중 변화는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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