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계절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어온다. 가을이면 '전어'다.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이라고 해서 생선을 뼈째 썰어서 된장에 찍어 먹는다. 연탄불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바삭 구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전어와 함께 제철인 대하도 한 접시 올라온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고등어 축제도 있고 꼬막 축제도 있다. 학교에 도시락을 챙겨가야 했던 시절에 꼬막은 단골 반찬 메뉴였다. 그날 저녁엔 냉장고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었다. 강물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이 되면 송어랑 빙어가 입맛을 유혹한다. 굴도 먹으러 가야 하고 갈미조개도 별미다. 한국에는 계절마다 참으로 다양한 수산물들이 많다. 봄이면 도다리 쑥국도 먹어야 하고 주꾸미도 있다. 이것뿐인가 4월말이면 멸치회에 장어까지…. 한국 사람은 먹을 복이 많다.
 
미국에도 해산물은 있다. 최대 500여 종이 판매된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인이 소비하는 90%의 어종은 10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나마 소비가 되는 10가지 정도의 해산물조차도 섭취량은 적다. 미국 정부가 미국인들에게 최소 한 주간 250g 이상의 생선 및 해산물을 섭취하라고 권장하고 있지만 미국인의 80~90%는 권장량에 한참 못 미치는 해산물을 섭취한다고 한다.
 
생선과 해산물 섭취를 권장하는 것은 육류와 함께 단백질의 주요 급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산물이 강조되는 이유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오메가-3 지방산은 필수 지방산이다. '필수'란 말은 우리 몸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체적으로 생산이 불가능하므로 음식으로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고등어, 청어, 연어, 참치와 같은 등푸른 생선을 먹어서 오메가 3 지방을 보충하라는 이야기다.
 
어린이 우유 광고에 등장하는 DHA, EPA가 바로 오메가-3 지방산이다. 신생아와 청소년의 뼈 형성을 촉진하고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있다. 생선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사람들은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37%나 높았다. 해산물 섭취가 부족한 미국인들에겐 신선한 충격이 될 만한 내용이다. '날고기를 먹는 사람'을 뜻하는 에스키모 인들은 많은 양의 지방을 섭취한다. 상식과는 달리 이들에겐 심혈관 질환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음식들이 그들의 혈관을 튼튼하게 만든 것이다.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에는 주로 해바라기, 옥수수, 대두, 목화씨 등으로 만든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다. 이런 기름은 오메가-6 지방산이 많다. 초원의 풀을 먹고 자란 가축과는 달리 옥수수와 같은 곡물을 먹고 자란 가축에서도 오메가-6 지방산이 많다. 
 
필수 지방산인 오메가-6 지방산도 뇌 기능을 도울 뿐 아니라 피부와 모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사 조절을 돕고 뼈 건강에도 중요하다. 하지만 오메가-6 지방산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심장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 그래서 주의가 필요한 지방산이다. 
 
심혈관질환과 비만, 당뇨가 많은 미국인의 식생활을 분석해 보면 오메가-6 지방산 섭취가 오메가-3 지방산의 20배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미국 정부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해산물 섭취를 추천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해산물과 친숙하지 않은 식생활 문화를 보완하기 위한 오메가-3 건강제품의 권장도 당연한 일이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지중해 국가들은 해산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한다. 두 지방산의 섭취 비율도 대체로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만일 육식과 기름진 음식을 멀리하고 채식과 해산물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추가적인 오메가-3 제품 섭취는 삼가는 것이 좋겠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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