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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밀어·한국어 유사단어 400~500개… 가야 - 인도 교류 가능성 뒷받침”가야불교 뿌리를 찾아서 (23) 첸나이·깐치푸람
  • 수정 2017.11.08 17:14
  • 게재 2017.11.01 09:55
  • 호수 345
  • 10면
  • 심재훈 기자(cyclo@gimhaenews.co.kr)
▲ 깐치푸람의 비댜샨카라 사원. 3500년 된 망고나무가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래 된 힌두사원이지만 원래 불교사원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산지브 얀얄 저술 <교류의 바다> 눈길
‘팔라바왕국 왕자 한국 가서 결혼’ 줄거리

칼파나 “아프리카 선단 파견기록 보면
허황옥 바다로 가야 갔다는 주장 설득력”

전문가들 “불교 바탕 교류했을 수도”
달마 행적 보면 벵골만으로 전파 개연성




인도 일정의 마지막 날 첸나이의 주정부 박물관을 찾았다. 19세기 영국 식민당국이 대영박물관 같은 시설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한다. 직원들이 한국인 기자를 보고 처음 건넨 말은 '엄마', '아빠'였다. 타밀어로 엄마는 '음마', 아빠는 '아빠'로 발음된다.

허황옥(허왕후) 일행이 출발한 곳으로 인도 북부의 아요디아가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최근 일부 불교학계를 중심으로 첸나이 등 남부 해안지역에서 단서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 동·남부 지역의 공용어인 타밀어에 한국어와 유사한 어휘가 많다는 게 그 이유 중 하나다.

첸나이는 인도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이자 해양도시다. 첸나이 인근에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현지 공장이 있다. 첸나이는 태평양과 이어지는 벵골만을 접하고 있어 고대부터 해상 교류가 활발한 지역이었다. 길이 6㎞, 폭 437m로 아시아에서 가장 긴 백사장과 그 앞의 잔잔한 바다가 펼쳐지는 마리나 비치는 이곳이 지정학적으로 해상 교류의 최적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도 작가인 산지브 얀얄이 지난해 지은 <교류의 바다>에는 고대 팔라바 왕국 시절 왕자가 한국에 건너가 결혼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팔라바 왕조는 275년 건국돼 500년 간 인도 남부지역을 통치했다.

첸나이에서 전기 작가로 활동하는 칼파나 씨는 "팔라바 왕국의 왕자가 한반도로 건너간 이야기는 허황옥 이야기와는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고대에 인도 남부 지역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역으로 선단을 보냈다는 역사적 기록들이 많다. 인도 공주가 바다를 통해 한반도의 가야로 갔다는 이야기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부 국내학자들은 첸나이 인근 인도 동·남해안에 산재한 아요디아꾸빰을 <삼국유사>에서 말하는 허황옥의 고향 아유타국과의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많은 연구자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아요디아꾸빰은 특정지역을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아니고 해안가의 빈한한 어촌지역을 가르키는 일반명사라는 것이었다. 마드라스대학교 불교철학부의 벤카타칼라파티 학장은 "영어에서 가난한 도시민이 모인 지역을 '슬럼'이라 부르는 것처럼 아유디아꾸빰은 인도에서 가난한 어촌 지역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단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 곳곳에서 불상을 발견할 수 있는 깐치푸람 시내.


2000년 전 첸나이와 가야의 교류 가능성은 광활한 바다뿐 아니라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구한말 조선에 온 선교사들은 드라비다어와 조선어에 닮은 점이 많다며 놀랐다고 한다. 그 대표적 언어가 바로 인도 남부에서 공용어로 사용하는 타밀어다.

고 강길운 박사는 '가야어와 드라비다어의 비교'라는 논문에서 '인도의 아유타국과 가락국은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하므로 드라비다어가 국어, 좁게는 가야제국에 영향을 주었을 것은 틀림없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말 '나'는 타밀어로는 '난', '너'는 '니', '강'은 '강가'다. '풀'과 '님'은 아예 뜻과 발음이 같다. 언어학자들은 적어도 한국어와 타밀어의 어휘 가운데 400~500개가 발음이 같거나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인도 언어학계에서도 타밀어와 한국어의 유사성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바라나시대학교 언어학부의 라나트 바트 교수는 "타밀어에 한국어와 유사한 단어가 상당히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아직 계통학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척되지 않아 어떠한 역사적 관계 때문에 이런 유사점이 나타나는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된 건 없다. 다만 과거에 교류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벤카타칼라파티 학장은 불교를 바탕으로 한 고대 가야와 인도 남부의 교류 가능성을 높이 샀다. 과거에는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컸던 만큼, 허황옥 일행이 포교의 목적으로 한반도의 가야까지 항해를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그는 "허황옥이 가야로 갔다는 1세기께 인도 남부 대부분 지역은 불교의 영향권에 있었다. 베트남 등 동남아뿐 아니라 중국 등과도 교류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아직 허황옥이나 그의 오빠 장유화상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허황옥 이야기는 고대 두 나라의 교류에 있어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인도에서도 볼거리가 많은 명소로 손꼽히는 첸나이 주정부 박물관에 가면 고대 인도에 불교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 수 있다. 주정부 박물관은 촐라, 비자야나가르, 호이실라 등 남인도 시대 주요 전시물들을 모아놓은 박물관이다.

▲ 첸나이 주정부 박물관의 불교전시실에 전시된 고대 불상.

본관 입구에는 돌로 만든 부처의 좌상이 세워져 있다. 이 박물관에서 불교 관련 유물이 차지하는 높은 비중을 설명해 준다. 불교시대 전시실은 인도 전역에서 가져온 다양한 크기와 양식의 불상과 조각들로 채워져 있었다. 주먹만한 작은 불상부터 벽면 한쪽을 채운 불교 관련 조각들은 역사 속에 묻혀 있는 불교시대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전시관에는 한국과 인도 남부의 문화적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물들도 있었다. 민속실에서는 장구와 비슷한 타악기를 비롯해 우리의 전통악기과 유사한 인도 남부 악기들이 눈길을 끌었다.

마드라스대학교 남동아시아연구센터의 마니바사칸 소장은 "고대 인도 남부지역의 여러 왕국들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과 직접 교류했다. 중국과는 불교를 매개로 교류를 많이 했다. 한반도와의 교류도 충분히 가능했다. 언어와 문화, 종교 등에서 유사점이 발견된다는 사실은 그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인도 남부가 고대 불교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은 인도 남부의 힌두 성지 가운데 한 곳인 깐치푸람에 가면 알 수 있다. 깐치푸람은 첸나이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걸린다. 깐치푸람은 6세기 중국 남북조 시대에 새로운 수행법인 선종을 창시한 달마대사의 고향이다. 나모 부다야 사원에는 달마대사를 기리는 조형물이 서 있다. 깐치푸람의 불교신도회 회장을 맡고 있는 수미도 씨는 "지금은 힌두 도시가 됐지만 과거 깐치푸람은 불교 도시였다. 달마대사 같은 승려들의 행적을 보면 뱅골만을 통해 가야로 불교를 직접 전파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첸나이·깐치푸람(인도)=심재훈 기자 cyclo@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가야불교 뿌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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