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이천 천송동에 위치한 전국 최대 규모 도자쇼핑몰 '도자세상' 정문. 내부에는 세계생활도자관과 체험장, 커피숍, 아트숍 등이 있다.

 

천송동 등지 400여 개 도자기 공장 밀집
개인이 운영하는 공방 모여 '도예단지' 조성

반달미술관, 아트숍 등 들어선 '도자세상'
제품 구매, 먹거리, 문화생활 한 번에 해결

도예인 복리증진 위해 사업협동조합 설립
매년 봄·가을에 기획전 열어 판로 모색

여주시, 3층 규모 도자문화센터 건립키로
55억 들여 4.5㎞ 구간 특색 거리 조성도




국내 도자기 산업의 핵심지역은 경기도 여주다. 오학동과 오금동, 현암동, 천송동, 북내면 지내리 일원에는 약 400여 곳의 도자기 공장과 300여 곳의 개인 전시관이 밀집해 '도예단지'를 이루고 있다. 단지 길목마다 개인이 운영하는 크고 작은 도자 판매관을 볼 수 있다. 도자 작품보다는 그릇과 컵, 뚝배기, 옹기 등 수백여 가지 생활자기가 눈에 띈다. 생활도자의 유통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여주에서는 음식점보다 도자판매점이 더 흔할 정도다.

여주시에 따르면 이곳에 도요지가 조성된 시기는 고려 초기다. 여주 싸리산에서는 고령토와 점토, 백토 등 전국에서 제일 좋은 도자기 원료가 생산됐다. 광주분원에서 원료들을 뱃길로 운반해 사용하다 아예 도공 5명이 여주읍 오금리로 이주해 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주는 이후 17세기 말부터 도자기 원료 공급이 용이한 곳으로 소문이 나 '백자의 고장'이 됐다.

여주시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도예가들은 연구를 시작했고 독특한 기법으로 신작을 개발했다. 청자, 백자, 분청, 와태 등 다양한 종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제기, 화분, 식기, 찻잔과 접시 등 실생활에 필요한 용품도 대량생산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공방들이 밀집한 오학동을 거닐다 보면 '갤러리', '도자전시관' 이라는 간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도자를 전시하면서 판매도 하고 있는 곳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입이 떡 하고 벌어진다. 수천여 개의 자기들이 빼곡히 쌓여있다. 마치 도자기 세상에 들어간 듯 그 종류와 수에 압도당한다. 한 도자전시관의 관계자는 "주로 각지의 도매상들이 저렴한 값에 생활자기를 대량으로 구매해 간다. 여주에서 생산한 자기는 튼튼하기로 명성이 높아 많이 찾아온다"고 자랑했다.

▲ 한 시민이 도자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여주 천송동에는 한국도자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도자쇼핑몰인 '여주도자세상'이 있다. 생활도자전문미술관인 세계생활도자관(반달미술관)과 아트숍, 리빙숍, 브랜드숍, 갤러리숍 등 4개 매장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도자쇼핑몰이다. 주변에는 도자기 체험장, 야외 공연장, 카페, 여주도자명품관도 있다. 만들기 체험과 공연·전시 관람, 작품 구매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강변공원과 신륵사, 명성황후 생가 등 유명관광지와 인접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다.

반달미술관에서는 특별전과 기획전, 대관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모두 도자기와 관련된 전시다. 미술관 앞에 있는 쉼터 '도예랑'에서는 생활도자기 판매전이 열리고 있다. 1000원으로 도자 머그컵을 살 수 있고, 2000원으로는 식기를 구입할 수 있다. 관람객 이영지(32) 씨는 "질 좋은 생활자기를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이라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여주 도자기가 이천에 밀리지 않고 꾸준히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여주시와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 노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은 도자기사업의 발전과 조합원들의 복리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다. 여주의 500여 도예업체 가운데 250여 업체가 등록돼 있다.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이사장 김수산)은 여주시와 함께 지난 5월 '제29회 여주도자기축제'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 김윤경 사무국장은 "축제행사를 마련해 도예인들이 더 많은 작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마중물을 부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 생활자기들로 빼곡한 도자 판매관.

김 사무국장은 불황 직격탄을 맞은 전국 도예업계에서 여주 도자기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로 작품도자기와 생활자기의 공존을 꼽았다. 그는 "옛날과는 달리 작품 구입이 많이 줄어들어 도예인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도를 높이려면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국그릇과 밥그릇 등 생활자기에 익숙해지면 고가의 작품까지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은 매년 꾸준하게 봄과 가을에 축제를 열려고 노력한다. 지난 달 7~15일에는 1억 원을 들여 '가을 도자판매전'을 열어 방문객 5만 명, 매출 4억 5000만 원을 기록했다. 김 사무국장은 "여주를 찾는 도매상인 외에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은 축제나 전시·판매전뿐이다. 매년 똑같은 구성의 전시가 아니라 독특한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기획전을 여는 게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은 여주도자기를 사용하는 식당에 '여주도자기 사용 업소' 인증마크를 부여하기도 한다. 도예인들은 상부상조 정신에 따라 인증받은 식당만을 이용한다. 현재 50개 업소가 등록했다. 조합은 여주 전 지역을 대상으로 인증마크 부여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김 사무국장은 "녹차로 유명한 보성군과 자매결연을 맺어 보성녹차와 여주 다기를 연결해 소개하는 등 판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도자세상 쉼터인 '도예랑'에서 생활도자기 판매전이 열리고 있다.

여주시도 도자기 도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주시가 올해 도자산업 육성과 홍보 강화를 위해 투입한 예산은 5억 8200만 원이다. 전통문화 보호를 위해 엄격한 기준으로 도예명장과 도예기능장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한일 도자기 국제행사'를 유치했다. 여주시는 오는 2023년까지 55억 7500만원을 들여 일성콘도~싸리산 4.5㎞ 구간에 '세계 도자·공예문화의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2018년까지 천송동 도예체험장 부지에 3층 규모의 '여주 도자문화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여주시 지역경제과 도예진흥팀 관계자는 "한국도자재단이 운영하는 '도자세상'과는 별개로 도예인들이 워크숍을 개최하고 공방을 임차해 활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건물을 지으려고 한다. 이곳에는 기획전시관과 도자 전시판매관, 공방실, 디자인개발실, 유약연구실, 전통가마 등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해뉴스 /여주(경기도)=배미진 기자 bmj@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도자기 도시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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