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수시모집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아졌지만, 수능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거나 수능 성적이 100% 반영되는 학교,및 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매우 중요한 시험이라고 할 수 있죠.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을 둔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 간에 핸드폰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집에서는 흔한 풍경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평소에도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중요한 시험공부를 할 때는 핸드폰을 멀리 좀 했으면 하는 게 모든 학부모들의 바람이겠지만, 자녀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휴대폰을 둘러싼 세대 간의 갈등은 스마트폰이 나오면서부터 더욱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에 개봉한 영화 '혹성탈출-종의 전쟁'을 보신 분이 있는지요? 이 영화는 진화하는 유인원과 퇴화하는 인간의 싸움을 그린 공상과학(SF)영화인데요. 1960년대에 나온 혹성탈출 시리즈를 다시 제작한 작품입니다. 2011년 제작한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에 이은 3번째 속편 영화입니다. 그 줄거리를 잠깐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 영화 <혹성탈출 : 종의전쟁>의 한 장면.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한 과학자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치료제를 개발합니다. 그 과정에서 유인원을 대상으로 동물임상실험을 하게 되고,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돌연변이 유인원이 태어나게 됩니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인간에게서 탈출한 유인원이 무리를 이끌면서 인간과 대립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가 전 세계에 퍼집니다. 유인원들은 나날이 진화하는 반면, 살아남은 인간들은 점차 지능을 잃고 퇴화해 갑니다.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던 진화한 유인원과 이들이 언젠가 인간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유인원을 몰살하려는 인간들이 종의 운명을 놓고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철 지난 영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스마트폰 사용을 둘러싼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
이 마치 이 영화 줄거리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른바 '호모 모빌리쿠스'라고 하는 신인류의 진화를 목격하고 있는 셈입니다.

<호모 모빌리쿠스>는 지난 2008년에 고려대학교 언어학과 김성도 교수가 지은 책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호모 모빌리쿠스의 의미를 '휴대전화를 생활화하는 현대의 새로운 인간형'이라고 했죠. 픽미(Pick-Me)세대를 선두로 한 20대 젊은 층이 바로 이러한 신인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속 상황에 비유하자면, 전 세계에 퍼진 '모바일 혁명'으로 인해 젊은 세대들은 나날이 진화하는 반면 모바일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기성세대들은 점차 지능을 잃고 퇴화해 갈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픽미세대에게 스마트폰은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자신들의 곁에서 스마트폰을 분리시키려는 다른 종(?)의 공격에 격렬히 저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픽미세대에게 스마트폰의 등장은 진화의 시작이며, 그것을 손에 든다는 것은 진화와 생존의 도구를 장착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지 모릅니다. 스마트폰이 곁에 없다는 것은 자신의 영혼이 분리되는 것과 같은 정체성의 상실과 다르지 않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에게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논리가 있다면, 호모 모빌리쿠스에게는 '나는 접속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논리가 하나의 생명줄입니다. 픽미세대에게 스마트폰을 통한 연결과 공유는 가장 중요한 등장배경이고 존재방식이 되고 있습니다.

'접속하므로 존재하는' 픽미세대의 진화하는 모바일 라이프스타일, 그 세 가지 얼굴은 다음 시간에 만나보겠습니다.

김해뉴스 / 배성윤 인제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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