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경진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 대리

학창시절 동네 슈퍼집 아이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먹고 싶은 간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는 게 이유였다. 
 
동네 골목마다 작게는 점방, 크게는 슈퍼까지 라면, 쭈쭈바 하나를 사기 위해 동전을 쥐고 구석구석 골목길을 누볐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슈퍼는 가게가 아닌 이웃이었다. 슈퍼 주인이 틀어놓은 TV를 같이 보기도 했고, 좋아하는 과자를 미리 알아 말없이 건내기도 하는 정이 녹아 있는 곳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동네 슈퍼가 문을 닫기 시작했다. 골목마다 하나씩 있던 점방, 연쇄점 자리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대신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밤 늦게까지 하는 편의점은 이름 그대로 편리했다. 
 
부모도 장사를 했다. 주변에 대형매장이 생기고 편의점이 생기자 결국은 가게를 접고 다른 일을 찾았다. 동네 슈퍼는 상품 구색과 가격경쟁력에서 대형매장에 이길 방도가 없었다. 그렇게 성실히, 정직하게 일한 부모인데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는 사라진 동네의 점방을 생각하게 됐다. 그들도 역시나 치열하게 살았을 텐데 말이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에서 '나들가게 육성선도지역 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동네 슈퍼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에 맞는 상품을 개발, 보급하는 사업이다. 운명의 장난처럼 말이다. 당시에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던 아픔을 이제 다른 사람이 겪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고 있다. 
 
'나들가게'는 정이 있어 내 집 같이 드나들고 나들이하는 마음으로 간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김해지역에는 무려 100여 개가 있다. 모두 이웃이 운영하는 가게다. 조금 관심을 가지면 주변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나들가게가 추억 속의 점방처럼 이웃들이 찾는 공간으로 되살아나길 기대해 본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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