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국 김해문화의전당 사장

'거꾸로 세계지도'를 애용해달라고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에 요청했다. 그 후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이 지도에는 남반구와 북반구가 뒤집어 표현돼 한반도를 중심으로 넓은 태평양이 펼쳐져 있다. 바닷길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의 진취적인 해양전략이 잘 나타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지도를 보고 "거꾸로 보니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가 정말 좋다"고 했다고 한다. 대륙의 강국들에 짓눌리는 약소국 한반도가 아니라, 대륙을 배후로 일본을 방파제 삼아 대양으로 진출하는 천혜의 요충지 한반도라는 것이다. 
 
이 같은 거꾸로 발상을 김해의 문화관광에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지도의 거꾸로가 아니라 낮과 밤의 거꾸로를 문화관광 자원 개발에 활용하는 것이다. 김해는 낮에 즐길 문화관광자원은 도처에 있지만 밤에 즐길 거리는 풍성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세계 유명관광지에서는 멋진 야경이 한몫을 하고, 야경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곳도 많다. 김해는 이런 점에서 아쉽다. 밤에 즐기는 관광이 더해진다면 김해의 매력은 배가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볼 때도 낮에 잠깐 들렀다가 다른 도시로 떠나 버리는 관광객보다 밤에 머무는 관광객이 늘어날 경우 음식점과 숙박시설 등 관광업계의 수입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은 해마다 연중행사로 서울, 수원, 공주, 경주, 김해 등 전국 18개 역사도시를 중심으로 '문화재 야행'이라는 밤의 문화관광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에 열린 김해 편 '수로왕과 허황옥의 가야 초야행'은 잠들어 있던 김해의 밤을 눈부시게 깨어나게 했다. 고요하던 수로왕릉 주변은 빛 세례를 받으며 음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들썩였다. 2000년 전 초야행을 주제로 개최된 이 축제는 오후 6~10시 달빛 아래에서 수로왕릉과 대성동고분군 등 가야문화재를 야간 답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총 5일에 걸쳐 3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목표치의 3배를 뛰어넘는 성공작으로 평가받았다. 김해시민뿐 아니라 이웃도시 부산과 창원에서도 많은 관광객이 몰려왔다. 
 
처음 시행된 야행이 김해의 밤이 갖고 있는 문화관광자원에 눈을 뜨게 만든 것은 실로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문화재 야행은 문화재청이 정해놓은 대로 1년에 딱 한 차례 개최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도 야경(밤에 비춰보는 문화재), 야로(밤에 걷는 거리), 야사(밤에 듣는 역사이야기), 야화(밤에 보는 그림), 야식(밤에 즐기는 음식) 등 8가지 종류의 야간행사(8야)를 매뉴얼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김해가 갖고 있는 문화관광자원을 보다 자유롭게 김해만의 방식으로 풀어놓을 방안은 없을까.  
 
이번 야행에서 인기를 모았던 '가야 밤길 7선 걷기'(대성동고분군~수로왕릉~수로왕비릉~봉황동유적~국립김해박물관~회현동패총~가야의거리) 외에 콘텐츠는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연지공원 호수에 워터스크린으로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영화 상영하기, 김해천문대에 올라가서 시가지 야경 내려다 보기, 분산성 둘레에 LED조명을 설치해 빛의 월계관 씌우기, 봉황대 유적지에서 여의와 황세의 러브스토리 홀로그램 공연하기 등이 언뜻 떠오른다. 김해시의회에서도 한 번 제기한 적이 있는 '분산성 빛 조명'을 시행한다면 김해야경을 크게 바꿔놓을 랜드마크가 될 수도 있다. 
 
김해의 자랑거리인 국악기 가야금을 달빛 고요한 수로왕릉에서 연주하는 '가야금 왕릉음악회'는 또 어떨까. 가야금을 양악기의 대표주자 피아노나 바이올린과 협연한다면 감동은 더 클 것이다. 해마다 개최되는 가야금페스티벌의 하나로 이 같은 프로그램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야간 문화관광명소를 개발하는 데는 무엇보다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시민공모대회 등을 개최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나올 것이다. 관계 당국이 여기에 인프라 구축과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금상첨화다. 야행을 통해 발견한 김해의 밤 매력을 잘 살려나가면 좋겠다. 김해는 밤에 볼거리가 없다는 생각의 지도가 뒤집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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