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 살던 한 미국 소년은 대도시의 복잡함이 성가셨다. 사람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고, 소음과 매연은 견디기 힘들었다. 성인이 돼 한국 사람과 결혼한 그는 조용하고 작은 마을에서 살기를 원했다. 그런 그의 눈에 김해 생림면 성포마을이 들어왔다. 이 미국 남자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타국의 시골집을 덜컥 계약했다. 그렇게 머문 세월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겼다. 오늘의 주인공 알렉스 존슨씨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조류학자셨어요. 어린 시절부터 산과 들을 헤매는 게 일이었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은 제 삶 그 자체예요. 그런 의미에서 생림면은 저와 잘 맞는 곳입니다." 존슨 씨가 말했다. 김해에서 산 지 꽤 오래 됐지만 존슨 씨는 여전히 한국말이 서툰 편이다. 그가 사람과 어울리는 것보다 자연을 관찰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탓이다. 성포마을이 워낙 인구가 적어 대화를 나눌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하지만 특별히 외롭거나 하지는 않다. 오히려 존슨 씨의 하루는 바쁘다. 그는 아마추어 화가이자, 사진작가이며 동시에 탁본가이기도 하다. 집 뒷마당에 심어둔 방아나무의 잎이나, 거실 커튼에서 부화하는 나방이 그에겐 모두 훌륭한 소재가 된다. 생림면은 자연이 보존된 곳이 많아 카메라를 들고 이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저무는 지도 모를 정도. 삼계에 살고 있는 가족도 일주일에 3일 겨우 시간을 내 만나러 갈 정도다. "외로울 틈이 없어요. 요즘은 호랑나비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보통 8~9월이면 우리 집 뒷마당에 찾아오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아직 소식이 없네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는 생림면의 자연을 해치는 작은 공장들이 안타깝다. "처음부터 생각했는데, 김해는 개발을 참 많이 하는 도시 같아요. 우리 마을에도 작은 공장들이 계속 들어왔습니다. 개발이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자연이 그 자체로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존슨 씨가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4년 전엔 그동안의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존슨 씨는 "판매보단 혼자만 봐왔던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또 한국의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을 일깨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존슨 씨에겐 자연 말고 또 관심사가 생겼다. 올해 6살 된 딸아이의 진학문제다. 그는 "딸이 몇 년 후엔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혼혈이라는 이유로 혹시 따돌림을 당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걱정은 유난히 외국인이 많은 김해의 환경에도 닿았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김해는 다소 배타적인 도시였다. "생림에서 출발하는 버스에는 수많은 국적의 외국인이 타고 있어요.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죠. 버스는 국제적이지만, 사람들은 나라별로 뭉쳐 서로 교류를 하지 않아요. 한국인도 그 중 하나의 큰 무리죠. 서로 간에 대화 등을 통한 교류가 필요해요. 그래야 문제없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어요." 존슨 씨가 진지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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