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 스쿨존 담당 김용만 파견교사는 지난 8월 31일 경남지역 18개 시·군 150여 초등학교의 스쿨존 실태를 점검한 '상반기 경남지역 스쿨존 점검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서 김해의 스쿨존 우수학교와 위험학교로 소개된 두 학교를 둘러본다.

 

▲ 계동초등학교 학생들이 가방에 안전덮개를 씌우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왼쪽). 대형트럭이 달리는 금산초등학교 앞 도로에 어린이보호구역 문구가 다 지워져 있다.



■ 대청동 계동초 앞
과속방지턱, 볼라드 설치 제대로
안전덮개 씌운 학생 가방 인상적

■ 진영 금산초 앞
트럭 질주해도 안전시설물 부족
횡단보도, 육교 관리 엉망진창




■안전한 계동초 앞
대청동 계동초등학교는 스쿨존 관리가 잘 돼 있는 모범학교다. 김 교사는 "문구점이 인도 안쪽에 있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고, 어린이보호구역이 명확하게 표시됐다"고 말했다. 학교 통학로 주변에는 험프식 횡단보도와 볼라드, 탄력봉, 과속방지턱 등 차량 속도제한 시설물이 설치돼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하교 시간에 맞춰 계동초 학교 앞을 둘러봤다. 오후 2시 학교 정문에서 어린이들이 일제히 뛰어나왔다. 어린이들의 가방에는 초록색 형광빛을 띠는 비닐이 덮여 있었다. 숫자 '30㎞'가 적혀 있었다. 차량 운전자에게 속도를 지키라는 경고다. 원민재(9) 군은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자주 받는 편이다. 어린이 안전구역이기 때문에 차들이 달리지 못하도록 선생님이 속도제한 표지판 그림이 그려진 가방 안전덮개를 주었다"며 해맑게 웃었다. 김소율(8) 양은 "학교 주변은 알록달록하다. 노란색 신호등, 빨간색 바닥, 녹색 조끼 입은 지도 선생님, 하얀색 안전 글귀 등 색깔별로 다 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 정문과 후문 등·하굣길에는 안전담장이 잘 설치돼 있었다. 하교하는 학생들은 30㎞ 속도제한 표지판을 지나 특수색 신호등을 향해 걸어갔다. 이 신호등은 외관을 노란색으로 바꿔 운전자의 시선을 확보하는 시설이다. 학생들은 과속방지턱을 활용한 험프식 횡단보도 옆에 서 있는 교통지도 교사의 통제에 따라 움직였다.

김해시니어클럽 '스쿨존교통지원사업단' 임장규(76) 씨는 "하교시간마다 녹색 조끼를 입고 횡단보도 앞에서 학생들을 지도한다. 횡단보도 바닥에는 '양 옆을 살펴요'라는 문구와 발자국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어린이들은 스티커 위에 서서 신호가 바뀔 때를 기다린다. 스쿨존이 워낙 잘 돼 있어 차들이 알아서 신호를 잘 지킨다"고 설명했다.


■불안한 금산초 앞
좌곤리 진영금산초등학교의 스쿨존 상황은 사뭇 다르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엉망이다. 학교 정문 앞에서는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지만 잔여 표시기가 없는 신호등만 하나 서 있었다. 바닥의 횡단보도 선은 다 지워져 희미했다. 정문 통학로로 들어서자 휘어진 안전담장 사이로 무성히 자란 잡초들이 눈에 띄었다. 통학로는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지나갈 폭이지만 그마저도 전봇대에 가로막혀 지나다니기 힘들었다.

지킴이교사 김광렬(79) 씨는 "학교 근처가 공단지역이어서 대형 트럭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매일 아침 안전지도를 해서 사고가 나지 없도록 노력한다. 학교 정문 맞은편에 문구점이나 학생 시설이 없어서인지 어린이들이 횡단보도를 잘 건너지 않는다. 대부분 학생들은 후문을 이용한다. 아파트 단지가 후문 방향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후문 앞 금산보도육교 계단은 녹이 슬고 바닥은 깨져 있었다. 금산보도육교는 2014년 진영읍 진영리~좌곤리를 지나는 국도 14호선에 설치됐지만, 관리기관 부재로 방치됐다. 이후 2015년 김해시로 이관됐지만 여전히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금산초 정윤자 교감은 "학교 주변 도로가 원래 좁아서 통학로를 넓힐 수 없다. 도로가 근본적으로 위험하지만 학교 위치가 진영 변두리인데다 학교를 옮길 수 없어 방법이 없다. 시에 도로 도색과 안전펜스 수리, 육교 보수 요청을 했지만 해결해주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용만 교사는 "금산초 정문을 이용하는 어린이가 단 1명이라도 있다면 인도 폭을 넓히고 안전담장을 설치하고 잡초 등을 제거하는 등 통학로를 관리해야 한다. 지나다니는 차량들의 속도는 눈으로 언뜻 봐도 60㎞는 훨씬 넘어 보인다. 험프식 횡단보도, 신호등, 폐쇄회로TV(CCTV) 등 안전시설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문 앞 횡단보도는 위험해서 어린이들이 이용하지 않는 것이지 맞은편에 시설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다. 학교 정문에 정지선을 지켜달라는 현수막이 붙여져 있다. 이것은 운전자들이 조심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시 도로과 관계자는 "금산초 스쿨존의 휘어진 안전담장은 보수 요청을 해 놓은 상태다. 잡초 역시 현장을 확인한 뒤 처리할 예정이다. 도색과 신호등, 표지판의 경우 김해에 있는 스쿨존 보수, 설치 요청이 많아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리 요청을 받은 스쿨존을 순서대로 고쳐나갈 계획이다. 금산보도육교는 담당자에게 알려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문서영 인제대 학생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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