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웨일 김지홍 대표가 직접 개발하고 있는 '노인용 골전도 난청 보조기'를 설명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블루웨일 김지홍 대표가 개발한 ‘노인 난청 보조기’.

 

창업동아리 세워 ‘실버기기’ 개발
저렴하게 난청 해결하는 게 목표
힘든 일 하나씩 성취하면서 보람




인제대학교 컴퓨터응용과학과에 다녔던 김 대표는 지난해 겨울방학 때 '노인 낙상'을 주제로 논문을 쓰기 위해 요양원, 홀몸어르신 가정 등을 방문하고 있었다. 노인 낙상을 예방하고, 낙상 후 위험을 알리는 컴퓨터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논문이었다.

조사를 하다 보니 어르신들은 낙상의 우려보다 난청에 더 시달리고 있었다. 시중에서 파는 보청기 가격은 200만~300만 원으로 비쌌다. 게다가 3년마다 바꿔야 했다. 정부로부터 난청 환자 인증을 받으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부담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노인 난청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인용 골전도 난청 보조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부산 장안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만화를 좋아했던 그는 '만화가'를 꿈꾸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미술학원에 다니며 꿈을 키웠지만 소질이 없다는 걸 일찌감치 알고 포기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는 '나는 커서 뭘하지'라는 막막함 밖에 없었다. 뭘 잘하는지도 몰랐다. 그냥 그렇게 시간만 흘러갔다"고 말했다.

인제대에 입학하고 군에서 제대한 뒤 그의 누나가 취업에 성공했다. 집과 회사를 다니는 삶을 반복하는 누나를 보며 김 대표는 '저렇게 살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취업을 하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라고 생각했다. 그는 컴퓨터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동아리 회장을 맡아 고장 난 컴퓨터를 수리하는 데 재미를 느꼈다. 그래도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었다.

김 대표는 어느 날 동아리활동을 하던 친구의 소개로 인제대에서 환경공학과 대학원 수업을 듣던 선배를 만났다. 식당에서 메뉴를 못 골라 머뭇거리는 그에게 선배는 "너를 위한 식사 메뉴 하나도 못 고르느냐"며 꼬집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남들이 좋아하는 일에 맞추려고 살았구나. 이렇게 계속 살면 아무것도 못하지 않을까. 이제부터 나를 위해 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 대표는 창업동아리를 만들었다. 기숙사 자동출입시스템을 간소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봤다. 중소기업청 창업 연구·개발(R&D) 사업에 뛰어들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사진에 위치정보를 넣는 시스템도 개발해 봤다. 무엇 하나 쉽게 되는 건 없었다. 그는 "기술력은 적으면서 패기만 갖고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사진에 위치정보를 넣는 시스템은 이미 개발돼 활용되고 있었다. 실패, 시행착오가 늘 따라다녔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노인 낙상'을 주제로 졸업 논문을 쓰기 위해 요양원 등을 다녔던 시기가 바로 그때였다. 그는 고래 중에서 몸집이 가장 큰 '흰수염고래'의 영어 이름인 블루웨일을 업체명으로 정하고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정보통신기술 시장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되고 싶다는 꿈을 담은 이름이었다.

김 대표는 2016년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사관학교에 입교해 낙상 관련 기기를 개발했다. 어르신이 낙상한 뒤 움직임이 없을 경우 보호자 스마트폰으로 위험을 알려주는 기계다. 시제품을 개발한 뒤 지금은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있다. 그는 올해 청년사관학교 추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7기로 다시 입교했다. 지금은 낙상 관련 기기와 함께 노인용 골전도 난청 보조기도 개발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보청기에 비해 가격이 10분의 1배 정도인 저렴한 음성증폭기를 쓴다고 한다. 음성증폭기를 계속 쓰다 보면 고막이 손상된다. 김 대표가 개발하려는 골전도 난청 보조기는 고막을 거치지 않고 두뇌 뼈에 진동을 줘 소리를 전달하는 기기다. 고막 손상도 막으면서 저렴하게 노인 난청을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인 셈이다. 그는 "골전도 난청 보조기를 개발하려면 의학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보청기술은 대부분 외국이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기하는 순간 '실패'가 된다. 방향성을 가지고 계속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이폰 개발로 정보통신기술에 혁신을 일으킨 애플의 스티븐 잡스가 롤모델이다. 노인용 스마트 디바이스를 개발해 노인의 일상에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서 "지금은 제품과 스마트폰 앱 개발을 병행하며 마케팅까지 혼자 하고 있다. 창업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성취해 나가는 보람이 있다. 다른 청년들도 자신을 위해 살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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