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외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이정호 감독. 화랑대기 우승으로 그 어느때보다 밝은 모습이다.
5년간 프로축구팀서 운동 경력 바탕
10년째 한팀 맡아 조련해 성과
5명으로 초라하게 시작 수 차례 우승

김해외동초등학교 축구부 이정호(39) 감독은 지난 15일 '2011 화랑대기 전국초등학교 유소년축구대회'에서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지난 두 달여 간 화랑대기를 준비하며 초등학생 축구선수들과 함께 얼굴을 검게 태웠지만 표정만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지난 24일 외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이 감독은 대회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선수들과 평소와 다름없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동안 아이들을 쉬게 둬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화랑대기 우승 후 아이들이 사기가 올라 더욱 훈련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럴 때일수록 선수들의 기량이 크게 향상되기 때문에 쉬게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처럼 강도 높게 훈련을 시키는 이 감독에게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달아줬다.
 
"아이들이 저를 저승사자로 부르더군요. 어릴 때부터 축구를 장난스럽게 배우면 결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없어요. 그래서 훈련 때만큼은 일부러 긴장을 하도록 분위기를 이끄는 편입니다." 이 감독의 엄격한 훈련 철학이다.
 
이 감독은 5년 간 안양LG(현 서울FC)와 포항스틸러스에서 현역 축구선수로 뛰었으며, 마산중앙중학교 코치를 거쳐 2002년부터 외동초등학교 축구팀 감독을 맡아 지금껏 팀을 이끌어 왔다. 얼마 뒤면 이 감독은 외동초등학교 축구부에 몸 담은 지 10년째가 된다.
 
그는 처음 이 축구부를 맡았을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 당시 6학년 선수들이 대거 중학교에 진학해 버려서 축구부 선수가 5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축구부를 이끌어 나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는 2년 동안 김해의 각 초등학교를 전부 찾아다니면서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힘을 썼다. 축구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의 학부모를 만나 축구부에 보내줄 것을 권유했지만 쉽진 않았다. "주로 학부모들은 축구 때문에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을까 염려하죠. 하지만 초등학교 선수들은 공부에 지장을 줄 만큼 훈련을 시키진 않아요. 학부모들에게도 몇 번이고 찾아가서 이 이야기를 했었지요."
 
2004년 그는 결국 외동초등학교 축구부를 20명으로 늘려 놓았다. 그리고 그해 6월 경상남도 초등학교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냈으며 8월 눈높이컵 전국 초등학교 축구대회에서도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이 감독은 2009년에도 팀을 화랑대기 축구대회 정상에 세웠다. 하지만 그는 올해 우승은 다른 해보다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8강전에서 인천남동초등학교 축구부를 만나 1대 1로 접전을 펼치다가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는데 선수들이 이미 체력을 쏟아낸 터라 준결승과 결승전에 전술을 운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는 선수들에게 평소처럼만 하라고 격려했다. 별도의 전술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사기를 북돋아주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감독보다 더욱 긴장을 하지 않고 경기를 풀어나갔다. 준결승에서 만난 이리동산초등학교는 지난해 동계훈련을 같이 했던 팀이라 전력을 잘 알고 있어 1대 0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결승에 만난 경주 입실초등학교 팀은 대회 홈팀이었다. 하지만 경기종료 8분을 남겨두고 정찬욱(12) 군의 헤딩골이 터졌고 외동초등학교 축구팀은 감격스러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현재 외동초등학교 축구부에 소속된 초등학생은 35명. 이 선수들도 대부분 그가 직접 발굴해낸 선수들이다. "초등학교 축구감독들은 선수 스카웃을 가장 어려워하죠. 하지만 제가 발굴해 낸 선수들이 앞으로 더 큰 그라운드에서 찬란히 빛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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