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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한계효용
  • 수정 2017.11.08 09:31
  • 게재 2017.11.08 09:28
  • 호수 346
  • 6면
  • 강한균 인제대 명예교수(report@gimhaenews.co.kr)

인간의 삶에서 사랑만큼 소중하고 고귀한 것이 또 있을까. 그런데 사랑 못지않게 경제학에서 중요한 것은 '한계'라는 개념이다. 경제학에서 한계는 이전의 것들에 추가적인 한 단위가 더해지는 증가분을 의미한다. 점심 식사 후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아침에 마셨던 모닝커피에 추가한 것이고, 저녁 영화구경은 일주일 전 영화 관람에 추가한 것이다.

이러한 한계적 선택에 의해 얻을 수 있는 추가적 만족이 한계효용이다. 한계적 선택에 따라 추가적으로 치러야 할 대가는 한계비용이다. 한계효용은 재화의 가치를 결정하고 한계비용은 재화의 가격을 결정한다.

일상생활에서 물이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왜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비쌀까' 하는 의문은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를 몹시 괴롭혔다. 그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얼버무렸지만, 훗날 한계효용학파 학자들이 이유를 명쾌하게 규명했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총효용이 아니고 한계효용이라는 것이다. 총효용은 물이 다이아몬드보다 크지만 한계효용은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월등하게 크다는 것이다. 물은 한 시간 전에 마셨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마시는 물 한 잔의 효용은 크지 않다. 다이아몬드는 일평생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하기 때문에 한계효용은 엄청나게 크다.

소비가 증가할수록 한계효용은 점차 줄어든다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있다. 배가 고픈 상황에서 떡을 처음 먹을 때에 비해 두 개, 세 개 먹을 때의 만족감은 점차 감소한다는 것이다.

오형규는 <자장면 경제학>에서 '남자들이 왜 첫사랑을 못 잊는지'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여자들도 첫사랑을 오래 기억하긴 하지만 남자만큼은 아니라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남녀가 사귀면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이 '첫 남자'이길 바라고, 여자는 남자에게 자신이 '마지막 여성'이길 원한다고 한다. 첫사랑은 맨 처음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첫사랑의 한계효용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두 번째, 세 번째 사랑이 첫사랑만큼 설레고 두근거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에서 성공한 70대 한 중소기업 사장이 간첩누명으로 옥살이를 한 탓에 덴마크 유학시절 첫사랑과 헤어진 뒤 50년 만에 다시 만나 2박 3일 간 재회한 애틋한 사연이 화제가 됐다.  부부 간 사랑에 한계비용과 한계효용의 개념을 적용해 보자. 부부가 오래 살다 보면 사랑은 식어가고 권태감을 느끼게 된다. 사랑의 한계효용은 제로 또는 마이너스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배우자를 정신적·물질적으로 만족시키기 위한 추가적 노력(비용)인 한계비용이 한계효용을 상회하면 이혼을 결심할 수도 있다.

이혼을 하게 되면 한평생 열정을 쏟아부어 일군 부, 명예, 체면 등은 상당 부분 되돌려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이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부부 간에 헤어지는 것이 더 행복한데도 매몰비용이 겁나거나 상대 배우자 잘 되는 꼴이 배가 아파서 이혼을 포기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 중·노년의 이혼이 신혼이혼을 압도하고 있다. 결혼생활에서 사랑의 한계효용체감 법칙이 적용되는 탓일까. 하지만 이해, 관용, 배려, 포용이 어우러져야 할 뿐 아니라 사람마다 달리 느끼는 사랑이라는 특수재화의 정확한 한계효용과 한계비용의 측정은 불가능에 가깝다.

97세 원로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중1 때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신만만하게 '정의'라고 답했다. 하지만 '사랑'이라고 답한 3학년 선배에게 1등을 뺏기고 2등을 했다. 당시 분한 나머지 상품으로 받은 성경책에 적힌 2자를 1자로 고치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확신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깨우치는 데 8년이 걸렸다고 했다.

고 김수한 추기경은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고 했다. 사랑은 아무리 소비하고 모두가 나누어도 모자라지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사랑이라도 첫사랑처럼 느끼게 한다면 높은 수준의 한계효용이 유지되고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결코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김해뉴스 /강한균 인제대 명예교수 경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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