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원인 4개 카테고리로 구분
‘멈출 수 있는 용기’ 가지길 충고



<남자도 괴롭다>는 일본의 사회학자이자 최고의 남성학 연구자가 쓴 요즘 남자 이야기다. 제목만 언뜻 보면 '(여자도 힘들고 슬프겠지만)남자도 아주 괴롭다'라는 하소연으로 들린다. 한마디로 요즘 남자들의 속내라고나 할까.

여성학은 여성의 이야기이고, 남성학은 남성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여성학이 꼭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듯이, 남성학도 꼭 남성만의 문제나 이야기가 아니다. 결국, 여성학이 이야기하는 것은 일정 부문 그 건너편에 있는 남성들이 들어야 하고, 남성학이 이야기하는 것은 역시나 여성들이 들어야 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남자의 이야기지만, 기실 여자가 읽어야 할 비탈에 선 당신의 남자 이야기다. 여기서 남자는 누군가에겐 아버지·남편·남자친구가 될 수 있고, 우리가 늘 스치듯 만나는 어떤 사람일 수도 있다.

먼저 다나카는 요즘 남자들의 절망을 끄집어 낸다. 그 이유는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희망을 말하려면 절망의 실체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절망의 실체는 타인에게 이겨야 한다는 압박과 경쟁에서 지고 꿈마저 사라졌을 때 남는 허세,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철저히 이길 수 있는 상대만 골라서 행하는 공격적인 언동, 여유를 잃어버린 내면, 타인이 달성한 일에 대한 부정적 태도, 일이 사라진 순간 찾아오는 암담함, 연애나 결혼도 맘대로 못하는 현실 등등이라고. 그는 그러면서 남자들은 사는 법이 적힌 지도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러니 불안할 수밖에….

다나카는 남자들을 괴롭게 하는 것을 '남자라는 이름의 숙명', '일', '결혼', '가치관의 차이' 등 네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해 설명한다.

이를 테면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점을 늘 의식한다거나,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허세'는 결국 남자라는 이름 때문에 자신을 옭아매는 경우다. 일이 바빠 병원에 갈 시간이 없다고 하거나, 정년퇴직자가 된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라고 하는 말 등은 일이 남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큰 괴로움인지 증명하는 대목이다. 이는 결혼이나 가치관의 차이도 크게 다를 바 없다.

혜민 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고 했다. 이 책의 저자도 이런 메시지를 세상 남자들에게 전하고 싶어 한다. 다나카는 이렇게 현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들에게 무엇보다 '멈출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꾸역꾸역 나아가기보다는 잠시 진정하고 멈춰선 채 상황을 돌아보자고 한다.

만일 당신이 남성이라면 스스로 "(괜찮으니까) 침착하자"고 말해주고, 여성이라면 "힘들더라도, 우리 일단 잠시 진정부터 해요"라며 주위 남성들을 다독여보자고 말한다. 그는 또한 경쟁에서 이기든 지든 남성의 인생 자체는 괴로움의 연속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그 이유로 대개 남성들의 인생이 상당히 획일적이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남성들이 다양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미래는 언제쯤 올까. 알 수 없다. 그러니 '남자다움'이라는 굴레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수밖에 없다.

책을 읽고 나면 남성과 여성 모두를 자기답게 살지 못하는 하는 성 역할, 문화, 사회구조 등을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이야기하고 바꿔나가야 한다는 걸 느낀다. 세상이 바뀌면 남자도 바뀌어야 한다. 착각, 굴레, 남자다움, 허세에서 말이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남성이 완전히 남자다움에서 해방되기는 어렵다. 간단히 껍질을 벗기듯 남자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아무도 삶의 괴로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부산일보 제공 김해뉴스 책(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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