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독자·음악이주는선물 대표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연주회장에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이들을 위한 클래식 음악회였다. 하지만 입장제한 연령이 있었다. 딸은 아슬아슬하게 연령제한에 걸렸고, 나는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이 아니면 수 년간 음악회를 접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에 무리수를 두고 음악회장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하우스 어셔(공연장 안내원)는 입구에서 살짝 제재를 했지만 그 동안 별 탈 없이 공연을 보아온 경험이 있어 괜찮다며 자리에 앉았다. 아이는 잘 앉아 있었다. 공연에 흠뻑 빠져 즐거워했다. 하우스 어셔는 계속해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즐거운 몸짓까지도 제지하기 시작했다. 불편함이 밀려왔고 그런 상황에서 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결국 공연 중간 연주회장의 진상 엄마가 되어 퇴장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기억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몇 달 전 아이들을 위한 음악회의 연주자로 무대에 올랐다. 연령제한 없이 모든 아이가 입장할 수 있도록 사전조율했다. 하지만 공연 시작 후 하우스 어셔들은 약간의 움직임만 포착되면 쏜살같이 달려가 제지했다. 그들의 움직임 때문에 연주회는 더 집중이 안되는데도 말이다. 마음이 상한 한 부모는 음악회 도중에 나가 버렸다. 10여 년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과연, 저 부모는 아이와 함께 음악회를 보러 또 공연장을 찾을 수 있을까?'
 
많은 예술가들이 '소통과 공감'이라는 말로 대중과 함께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공연장 환경 때문에 어릴 때부터 다양한 예술 분야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청소년, 성인이 되어 문화예술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령대에 맞는 다양한 공연이 만들어지고 그런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도 늘면 좋겠다. 좀 더 편하고 손쉽게 양질의 예술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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