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섭 전 인제대 교수

우리나라에서 보수정당의 정체는 정말 알쏭달쏭하다. 정당은 기본적으로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한다. 보수정당은 보수의 가치에 따라 국가를 운영하고자 하는 게 정권획득의 목적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런데 양파껍질 까듯이 계속해서 밝혀지는 보수정권들의 과거 행태를 보면 사욕을 위해 국가를 운영해 왔던 것처럼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명하고, 보수통합을 외치고 있다. 국정원의 특수공작사업비에서 뇌물을 받는 등 법치주의를 외면한 박근혜 정부를 뒷받침해온 자유한국당이  전 대통령 제명을 통해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자유한국당이 우리나라 보수정당 중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다는 현실이 쓴 웃음을 짓게 한다.
 
도대체 우리나라 보수정당이 추구하는 보수의 가치는 무엇일까. 국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이 추구하는 바를 살펴보기 위해 자유한국당의 홈페이지를 살펴보았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의 헌법 가치에 기반하여 국가안보, 자유와 책임, 공동체 정신, 국민통합 등 보수의 가치와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치를 국민과 공유하고 확산시켜 나가며, 능력과 도덕성 및 애국심을 갖춘 인재들과 함께 이를 실천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는 국가경영의 중심 정당이 된다'는 게 자유한국당의 목표였다. 이를 위해 자유한국당은 '헌법 가치와 법치주의를 존중하고,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우선하며, 자유와 책임의 조화를 꾀하며, 공동체 정신과 국민통합을 지향하며, 긍정의 역사관과 국가 자긍심을 고취하며,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며, 열린 자세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한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의 홈페이지에 등재돼 있는 내용 중에는 사리사욕을 위해 정권을 획득하거나 국가를 운영한다는 부분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들은 법치가 아니라 사익을 위해 불법적으로 국가를 운영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건들이 밝혀질지 한숨이 나온다. 
 
이런 불법적 사실을 밝히고 정부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공영방송은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지난 1년 간 촛불집회에서 국민들에게 배척받는 방송이었다. 무늬만 공영방송이지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이명박 전 정권 때 권력에 의해 장악당한 KBS, MBC, YTN 등 공영방송은 보수권력의 나팔수가 되었다. 정당한 견제와 비판이 요구되는 공정한 방송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했지만 해고, 좌천, 보직변경 등 보수권력에 아부하는 경영진들의 횡포에 밀려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공영방송이 어떻게 망가져 왔는지는 종사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정상화를 요구하는데, 자유한국당은 권력에 의한 방송장악 음모라고 주장한다. 자신들의 편인 경영진이 사라지고 공영방송이 정상화되면 방송에서 쏟아질 질책이 두려워 정권에 의한 공영방송 장악이라는 음모론을 지지자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보수의 가치관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공영방송을 망친 자유한국당이 생각하는 언론자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언론의 가치는 권력 비판과 견제에 있다. 과연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지난 10여 년간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해왔는가. 아니다. 경영진들은 보수권력에 아부하기 바빴고, 이런 행태에 저항하는  종사자들을 탄압하기 바빴을 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이전 보수권력에 아부하던 경영진은 여전히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있다. 이를 바로 잡고자 노력해온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노력에 의해 공영방송 정상화의 길이 열리고 있다. 어서 공영방송이 정상화되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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