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림면의 한 논에 양산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가져 온 토사가 1m 이상 높이로 쌓여 있다.

 
김해 곳곳 논밭서 흙 돋우기 공사
농지법 개정으로 관련 규정 완화
공사장 건설폐기물 불법매립 우려



생림면 생철리의 한 마을에서는 지난달부터 덤프트럭들이 오가면서 검회색 토사를 논에 붓고 있다. 1m 이상 땅을 돋우고 있는 것이다. 다리 건너 다른 논에서도 성토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 바로 옆에는 지난 여름 성토를 마친 땅도 눈에 띈다. 한 쪽 구석에 배추와 무 등이 듬성듬성 심겨져 있지만 콘크리트 조각 등 폐자재 등도 눈에 들어온다.

인근에서 밭을 매던 한 주민은 "좋은 땅에 왜 이렇게 안 좋은 걸 묻는지 모르겠다. 표토에는 토사를 덮지만 깊숙한 곳에는 건설폐기물을 묻는 것을 목격했다. 신고를 하고 싶지만 요즘 인심이 흉흉해서 해코지를 당할까봐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농번기를 지난 김해의 여러 논에서 광범위하게 성토가 진행돼 옥답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성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농지법이 변경된 게 원인이다. 이전에는 '농지법 시행규칙'에 '주변 농지보다 높게 성토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농지법이 개정돼 관련 규정이 삭제되는 바람에 성토가 쉬워졌다. 정부는 쌀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논을 밭으로 전환해 상품성 있는 작물로 재배할 수 있도록 농지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좋은 논밭이 아예 사라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김해시 농축산과 관계자는 "농지법의 성토 기준이 완화되는 바람에 예전에 비해 성토가 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성토가 주로 이뤄지는 땅은 농지 이외의 용도로는 이용하기 힘든 농업진흥구역이다. 계획관리지역 등의 농지는 인·허가만 취득하면 공장, 창고 등으로 개발할 수 있지만, 농업진흥구역의 농지는 개발 허가를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논농사를 짓지 않고 관리 편의를 위해 성토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김해지역의 농업진흥구역은 3693만㎡에 이른다. 농업진흥구역에서 성토를 한 뒤 과일나무를 듬성듬성 심어 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농업진흥구역의 농지에서 지속적으로 농업이용행위를 하지 않으면 공시지가의 20%에 이르는 이행강제금을 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김해시연합회 박호성 회장은 "관리가 어려운 저습지를 성토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외지인들은 투기 목적으로 논을 매입해 성토한다. 당장 농업진흥구역에서 해제되지 않더라도 성토하면 관리하기에 편하다"고 성토 급증 이유를 설명했다.

성토가 크게 늘면서 폐기물 매립 등 불법행위가 일어날 우려도 적지 않다. 생림면의 한 논에 토사를 운반하던 일부 덤프트럭 기사들에 따르면 현재 매립에 이용되는 토사의 대부분은 김해, 양산의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나온다. 공사현장 관계자들은 어차피 돈을 주고 버려야 할 불필요한 토사를 무료로 처리할 수 있어 지주들에게 공짜로 성토를 해 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엽합 관계자는 "공사현장에서 토사를 가져오기 때문에 성토 과정에서 건설 폐기물 등을 함께 묻는 불법매립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성토 현장을 일일이 관리감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농업진흥구역의 농지를 관리하는 김해시의 전담인력은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신고가 들어오는 현장을 확인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라고 한다. 시 농축산과 관계자는 "과거에 있던 농지계가 폐지된 후 시에서 농지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은 한 명에 불과하다. 농지관리팀 신설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시는 지난 3월 아파트, 산업단지 공사장에서 발생한 대량의 토사를 농지에 무분별하게 성토하는 행위가 늘었다며 담당부서, 읍·면·동 합동으로 단속반을 편성해 집중단속에 나선 바 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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