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금신도시 사립유치원 합동 입학추첨식에서 한 경찰관이 추첨용지를 살펴보고 있다.

 

사립유치원 8곳 합동 입학 추첨
30명 뽑는데 800여 명 몰려
유치원 50여 학급 부족한 상황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신설에만 매달린 탓일까. 물금신도시에 유례없는 보육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인구 10만 돌파를 자랑하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지만 보육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허울만 좋은 물금신도시를 향한 비난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4일 물금신도시 사립유치원 8곳이 합동으로 2018년 신입생 입학 추첨을 진행했다. 입학정원은 30여명에 불과하지만 신청자는 800명 넘게 몰리면서 추첨 현장은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뉴스나 신문지상에서만 보던 유치원 대란을 직접 겪은 학부모들은 충격과 실망감에 휩싸여 있다.

5세, 7세를 둔 학부모는 "사전예약제로 미리 재원신청을 했는데 어젯밤에 갑작스럽게 문자로 추첨제로 바꾼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참석했다. 그런데 부산에서 바늘구멍 같다는 공립유치원 추첨에도 참여해 봤지만 이런 광경은 정말 처음 본다"며 "내년 초에 증산신도시로 이사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대로라면 이사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양산교육지원청과 양산시청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추첨에서 떨어지고 대기자 명단에조차 오르지 못한 학부모들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한 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양산 유치원 입학전쟁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산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급격한 인구증가로 인해 내년에 필요한 물금신도시 유치원 학급 수는 모두 64학급이다. 원아수용계획을 통해 최소 10개 이상 사립유치원이 신설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지만, 신청 부족과 결격사유 등 이유로 내년 3월 개교 사립유치원은 단 한 곳뿐이다. 병설유치원 3학급을 더 늘린다고 하더라도 50학급 이상이 부족한 상황이다. 1학급에 평균 25명을 수용한다고 볼 때, 1250여명이 유치원에 갈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린이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물금신도시에 어린이집 169곳이 있지만 이미 5210명 정원 가운데 5091명이 진학해 남은 정원수는 고작 119명에 불과하다. 양산시는 가정어린이집 6곳과 시립어린이집 1곳을 추가 개원할 예정이지만, 보육대란을 해소하려면 어림없다.

문제는 이 같은 보육대란이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것이다. 물금신도시는 그동안 젊은 층 유입 현상이 뚜렷해 초등학교 부족 문제가 심각해 골머리를 앓아 왔다. 하지만 현재 초등학생보다 미취학 아동 수가 2배가량 더 많아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 교육기관 부족 문제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한 학부모는 "인구만 무작정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 최소한의 기반시설이 갖춰진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서, 예산이 부족해서, 계획대로 신청을 안 해서 등등 해명으로 이해를 구하기에는 지금 상황은 너무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양산시민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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