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개소한 김해시 알코올상담센터의 김진원 소장이 '알코올 중독'의 심각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0일 김해시보건소 2층에 알코올 중독 전문 상담 기관인 '김해시알코올상담센터(소장 김진원, 이하 센터)'가 문을 열었다. 센터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알코올 의존 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을 통한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공익기관이다. 지난 2008년 영남권 최초로 설립된 알코올 중독 전문 치료병원인 한사랑병원의 원장이기도 한 김진원 소장을 김해 강동동 한사랑병원에서 만났다.

'주량이 얼마냐?'는 뜬금없는 물음에 '2홉들이 소주 1병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알코올 중독 환자를 치료하는데 문제가 없느냐는 우문(愚問)에 "자신을 통제 및 관리할 수만 있으면 술의 양과는 상관없다"는 현답(賢答)으로 응수했다. 고성능 자동차 일수록 달리는 기능보다 얼마나 잘 정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라는 느낌이 대화 속에 전달되었다. 정신과 의사가 어떻게 알코올 중독 전문가가 됐느냐는 질문에 김 소장은 "의과대학 졸업 후 알코올 중독 재활 전문 치료병원인 양산병원에서 수련의 생활을 하면서 알코올 중독의 심각성을 깨닫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알코올 전문 병원과 센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알코올 전문 병원이 알코올 환자의 진료와 치료에 중점을 두는 데 비해 센터는 진료보다 알코올 중독 예방과 사후관리에 중점을 두는 공익기관이다.

이번에 김해시가 센터를 설립한 궁극적인 이유도 알코올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면서 알코올 관련 정책 수립과 현황 파악, 역학 조사 등의 진단사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센터는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상담과 치료는 물론, 김해지역 여러 상담기관과 경찰, 소방서 등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도 병행해 나갈 예정이다.

술을 음식의 한 종류로 생각해 인심이 후했던 우리사회가 '알코올 중독'에 관심을 가지고 '병(질환)'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수 년 전의 일이다. 최근 알코올로 인한 가정폭력과 자살 등 충동적인 범죄가 크게 증가하면서 정부와 각 지자체가 알코올 폐해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배우자 폭력의 75%, 강간이나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의 50%, 폭력범죄의 40%가 알코올과 연관이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김해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없지만, 지난 2007년 김해시보건소 '절주팀'이 자체 조사한 결과, 여성 음주율이 27.5%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여성의 음주를 허용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또 여성들이 신체적으로 남성에 비해 알코올을 분해하는 속도가 늦고 중독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센터가 대상으로 하는 환자는 궁극적으로 모든 김해시민이다. 따라서 센터는 기존 병원의 높은 무턱을 낮추어 시민들이 자신의 상태를 언제든지 체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병원들이 알코올 중독 환자의 치료에 전념하다 보니 퇴원 후 환자들의 사후관리부분에 미흡했던 것을 센터가 알코올 관련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처리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해지역 알코올 환자는 얼마나 될까? 아쉽게도 김해시나 김해시보건소 어디에도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다. 다만, 한사랑병원의 환자가 약 400여명에 달해 이보다 훨씬 많은 알코올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알코올 환자에 대한 치료는 약물치료가 주를 이루는데 증상이 심각한 환자는 곧바로 병원에 입원시켜 3단계의 치료를 받게 한다. 먼저 환자 자신이 알코올을 적절하게 컨트롤할 수 없는 '조절장애'가 심각한 중증일 경우 일정기간 폐쇄병동에 격리수용해서 치료를 받게 한다. 환자의 상태가 호전돼 환자 본인이 알코올 중독에 대한 인식이 있고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있을 경우 개방병동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재활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통원치료가 가능할 경우 재활병동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알코올 중독의 완치율은 어느 정도일까? 김 소장은 "알코올 중독 환자의 70%는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격리병동에 입원해야 하는 중증환자의 경우 30%가 완치되지만, 퇴원 후 통원치료를 받는 환자는 30%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알코올 중독 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사후관리가 시급하다. 일례로 김해지역 모 행정기관에 근무하던 공무원 A씨는 단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는 중증 알코올 중독 환자였다. 그는 자신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장에 휴직을 신청한 뒤 스스로 알코올 전문 병원을 찾았다. 그는 약 6개월간 격리병동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현재 김 소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받고 있는 그는 거의 완치된 상태라고 한다.

김 소장은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그것도 의학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김 소장은 "알코올 중독환자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상담테크닉을 발굴하기 위해 현상학 중심의 철학을 공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분석 심리학과 실존철학의 한 부분인 현상학을 정신치료에 접목시키기 위해 '꿈'분석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매월 2차례씩 대구에 있는 꿈 분석 전문가를 찾아 현존재 분석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센터 운영 계획을 물어보니 김 소장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저비용 고효율을 위해 부산·경남지역 알코올센터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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