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가 김해YMCA에서 강연하고 있다.

  
위풍당당 독서모임 17일 강연
“장애인도 권리투쟁할 필요 있어”



'위풍당당 독서모임(대표 양은희)'이 주최하는 '장애와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 운동' 강연이 지난 17일 김해 YMCA에서 개최됐다. 이날 강연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가 2시간 동안 진행했다. 박 대표는 강연에서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보는 시각, 한국에서의 장애인 기준, 장애인 투쟁, 장애등급폐지 등에 관해 설명했다.

박 대표는 "24살 때 척수장애인이 됐다. 1983년 8월 9일 당시 어머니가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라고 돈을 주셨다. 어린 마음에 교회가 아닌 경주 토함산에서 열리는 최초 '대학생글라이딩대회'로 발을 옮겼다. 그때 하늘을 날다가 추락하면서 장애인이 됐다. 만약 교회를 갔었더라면 장애인이 되지 않았을 거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박 대표는 "대한민국에 지체장애인은 약 130만 명이다. 장애인을 떠올리면 동정, 봉사, 극복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전에 노래방을 간 적이 있는데 술 취한 중년 남성이 돈을 건넸다. 이렇듯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불쌍한 존재로 여긴다. 이 현상이 바로 비장애인이 우리를 보는 시각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조(장애와 장애인)를 살펴보면 의구심이 든다. 장애는 신체적, 정신적,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일상과 사회생활에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라고 적혀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웨덴에서는 의사소통이 안 되는 외국 이민자를 장애인으로 취급한다. 미얀타 타이 등지에 거주하는 '까렌족' 소수민족 마을 여성은 긴 목을 미의 기준으로 삼는다. 서아프리카 어떤 부족은 마을 사람들 대다수가 발가락이 두 개인 걸 당연하게 여긴다. 나라마다 장애인을 보는 기준이 다르다. 사회적 차별과 억압이 더해져서 장애인이 된다. WHO에서 정말 장애인의 기준과는 너무 다르다"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는 교육을 살펴봤을 때 영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 사람이 영어를 못 한다고 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반면 수화는 한국 장애인에게 중요한 언어다. 수화를 전공과목으로 지정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 다만 선택적인 과목으로 지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 부양을 가족들이 책임지는 것도 문제다. 사회가 해결해줘야 한다. 2015년 4월에 70대 아버지가 40대 발달장애인 아들을 살해했다. 아들을 수년간 옆에서 보살핀 아버지는 건강이 악화됐고 남은 가족들의 부양 부담이 걱정돼 결국 이런 결정을 내린 거다. 부양의무제는 무조건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장애등급제 폐지 역시 필요하다. 송파세모녀 사건은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거다. 2014년 생활고로 세 모녀가 목숨을 끊었다. 정부가 2007년 장애수당의 잘못된 수급을 막기 위해 장애등급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복지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고한 목적과 달리 장애등급을 통해 많은 장애인이 복지를 받지 못하게 됐다"며 소리쳤다.

그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버스를 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어느 날 한번은 재판관에게 국가의 의무 중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도입이 헌법으로부터 존재하는지 여쭤봤다. 돌아오는 대답은 구체적인 국가의 행위 의무를 도출할 수 없다는 거였다. 장애인의 권리는 누가 책임을 지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끝으로 장애인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투쟁운동을 설명했다. 그는 "2006년에는 활동 보조제도화 투쟁을 위해 삭발을 했다. 당시 전 전 이명박 대통령에게 1억 4천만 원을 지원해 24시간 활동 보조자가 필요한 장애인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도와 줄 돈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명박 전 전 대통령은 8천억 원을 들여 오페라하우스를 짓는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소식을 듣고 문화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한강대교를 6시간 동안 기어 다니며 투쟁했다. 한강대교를 막아버리자 그날 한국 교통은 마비됐다. 결국 활동 보조가 제도화됐다. 장애인이 권리 투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마무리했다. 김해뉴스
 
문서영 인제대 학생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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