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자촌 개인 공방에서 만들어진 작품과 박물관에서 생산한 청자작품이 한 데 모아진 강진청자판매장 내부 모습.

 

대구면 일대서 국보급 도자 80% 생산돼
조선 중기 이후 백자에 밀려 관심 하락
지역민 중심 재현추진위 구성해 연구 힘써

사당리 청자촌에 전시관 등 인프라 집중
개인공방, 연구동, 판매관, 캠핑장 등 갖춰
보고 즐길거리 가득해 관광지로 발돋움

군, 박물관 TF팀 꾸려 디자인 개발 몰두
시장 내 경매장 마련해 접근·편의성 높여




김해에 분청사기가 있다면 전남 강진에는 고려청자가 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푸른빛의 자기가 바로 청자다. 고려인들은 푸른 빛깔의 도자기를 비취옥의 비색(翡色)에 비유하기도 했다. 유려한 곡선과 진귀한 보석 빛을 뽐내는 고려청자는 선조의 높은 문화예술 수준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문화유산이다.
 
강진 대구면 일대는 고려청자의 대표 생산지다. 9세기부터 14세기까지 500여 년간 집단적으로 청자를 생산했던 곳으로 우리나라 국보급 청자의 80% 이상이 이곳에서 생산됐다. 고려청자 요지는 한반도 전역에서 확인되지만 강진의 청자요지는 고려청자의 발생과 발전, 쇠퇴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 강진청자판매장 전경.

강진이 고려청자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이유는 재현사업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중기 이후의 고려청자는 백자에 밀려 근근이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자본력을 앞세운 일본인의 주도로 생산돼 고유의 전통을 잃어갔다. 때마침 강진군 일대에서는 청자 요지에 대한 지표조사와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지역민을 중심으로 청자요지의 중요성과 고려청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고 고려청자의 재현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강진은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 1977년 '청자재현사업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수많은 연구와 노력 끝에 1978년 2월 화목가마에서 첫 번째 재현청자를 구워냈다. 군은 본격적인 재현사업을 위해 1986년 '고려청자사업소'를 개소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고려청자박물관이다.
 
고려청자박물관 김종윤 청자육성팀장은 "사업에서 나온 결과물(재현품)을 판매부터 시작했다"며 "사적지인 가마터를 발굴하고 출토된 것들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관이 꾸려지면서 박물관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고려청자박물관이 위치한 곳은 대구면 사당리 당전마을 일대에 조성된 청자촌이다. 강진군은 2009년 대구면 사당리, 수동리 일대 15만여㎡를 고려청자문화특구로 지정하면서 청자도시 이미지 구축과 관광홍보사업을 펼쳤다. 이곳에는 10여 개의 개인 공방은 물론 고려청자박물관과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 청자재현 연구동, 체험장, 청자 전시 판매장, 화목가마 2기, 오토캠핑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 도공의 모습을 재현한 청자장인상.

읍내와 지역 곳곳에 공방이 있지만 이렇게 여러 시설이 집결돼 있는 곳은 청자촌이 유일하다. 강진군은 도자공방들을 대상으로 청자특구 분양도 진행한다. 입점업체에게는 건축공정률 50% 이상 시 지원금 2000만 원을 주고 대출이자 지원, 장비지원사업 시 우선 지원 대상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김 팀장은 "고려청자박물관은 다른 지역의 박물관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며 "박물관 고유의 전시, 교육 기능과 함께 청자 판매, 청자촌 입점 업체 지원까지 맡는다"고 말했다.
 
청자촌은 청자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다.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은 현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미디어 복합관이다. 관람자 스스로 참여해 고려청자의 예술적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증강현실(AR)과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어린이 방문객들의 흥미를 이끌고 있다. 옛 선조의 손길이 담긴 청자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청자를 만들고 싶다면 체험장으로 가면 된다. 오전 9시~오후 6시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물레성형, 조각 등 다양한 청자빚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박물관 연구동에서는 직원들이 청자재현에 한창이었다. 김 팀장은 "박물관 직원이면서 개개인들이 작가이다"며 "32명 직원 중 절반이 청자를 재현하는 데 힘쓰고 있으며, 원료인 흙과 유약부터 만들어 쓸 정도"라고 자랑했다. 그는 "문양, 조각, 질감까지 고려시대 것과 똑같이 만들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개인 요에서 만드는 작품과 비교해보면 수준이 차이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강진청자종합판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개인공방에서 만들어진 작품과 박물관에서 생산된 청자작품들을 저렴한 값에 구매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청자촌은 오토캠핑장과 한국민화박물관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가득하다. 하루에도 수십여 대의 관광버스가 관람객을 싣고 나르는 덕에 판매장 직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광주에서 왔다는 방문객 조현미(42) 씨는 "청자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박물관과 만들기 체험장. 가마터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고, 판매장은 여러 공방들의 물건을 한곳에 모아놓으니 비교하며 구입할 수 있어 편리했다"며 "청자촌 내 조경이 매우 아름다워 관광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며 웃었다.
 

▲ 고려시대 청자 유물이 전시돼 있는 고려청자박물관(왼쪽).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


김 팀장은 "청자촌을 방문했다면 관광은 물론 체류까지 가능하도록 시설을 집적화시켰으며, 군에서 중장기 계획을 세워 청자촌을 만든 만큼 기반시설들도 갖춰졌다"며 "앞으로 청자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업체의 자생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진군 관광개발팀 관계자는 "청자촌 내에 더 이상의 추가 기반시설은 필요하지 않다"며 "이젠 수목 등 조경시설을 가꾸는 공원화 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잘 갖춰진 인프라를 활용해 질 좋은 청자까지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지만 불황은 피할 수 없었다. 청자 판매 감소를 우려한 강진군은 마량면 놀토수산시장에 경매장을 마련해 매주 토요일 '찾아가는 강진청자 경매'를 운영한다. 50% 할인 가격에 경매를 시작해 청자를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회 평균 80%를 웃도는 낙찰률을 보여 참여 열기도 뜨겁다.
 
지난해 11월에는 고려청자박물관 내에 신상품 태스크포스(TF)팀도 꾸렸다. 청자연구개발을 맡고 있는 박물관 관계자는 "예전에는 유물을 재현하는 쪽에 공을 들였지만 이젠 소비자의 현대생활에 맞게끔 디자인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것을 보존함과 동시에 개인 요와 협업해 소품, 커피잔 등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작품보다는 생활자기를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며 "저렴한 값에 손쉽게 사갈 수 있는 자기가 많아야 생활 속에 스며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강진(전남)=배미진 기자 bmj@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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