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지진 대비 실태는  

 

 시, 경주 지진 후 대피소 지정
 내외동 등 도심에는 6곳 불과
“오래된 시설물 많아 지정 어려워”


 노후 공공시설물 11곳 강진 취약
“국비 등 확보해 순차적 내진 보강”
 내년 4월 ‘지진방재종합계획’ 완료


 교육청 “낡은 학교 위주 공사” 진행
 전문가 “자연재해위험도 조사해야”
“유물 보관 대비책 마련” 목소리도

 

김해시는 지난해 9월 5.8 규모의 경주 지진 후 공공시설물 내진 보강, 지진 대피 실내 구호소 등을 마련했다. 김해교육지원청도 노후화된 학교 시설물 위주로 내진 보강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실내 구호소가 적고, 시설물에 대한 내진 확보 비율이 낮아 강진 발생 시 김해시의 대응책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턱없이 부족한 '지진 실내 구호소'
김해시는 지난해 경주 지진 발생 후 지난해 10월부터 대피해 생활할 수 있는 지진 실내 구호소를 16곳 지정했다. 하지만 내외동, 삼계동, 부원동 등 김해도심의 지진 실내 구호소는 6곳에 불과하다. 이외에 장유 지역 5곳, 진영읍·한림면 등 읍·면지역 4곳이다. 게다가 규모 7 이상 지진을 대비한 내진설계가 적용된 체육관, 강당 등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강진 발생 시 이재민 수용이 쉽지 않아 보인다.
 
김해 지역의 지진 실내 구호소는 △진영읍 금산초, 진영금병초 △생림면 생림중 △상동면 금동초 △내외동 내동초 △북부동 북부동주민센터 △칠산서부동 김해봉황초 △삼안동 신어초·중 △불암동 불암동체육관 △장유1동 김해부곡초, 장유초 △장유2동 계동초, 삼문초 △장유3동 덕정초, 율하초 총 16곳이다. 이와 함께 지진 발생 시 대피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지진 옥외 대피소는 연지공원, 김해시민체육공원, 진영공설운동장 등 공공시설과 김해동광초, 김해중 등 학교 운동장 등 27곳이 지정돼 있다.
 
김해시 안전도시과에 따르면, 현재 홍수, 태풍, 폭설 등 자연재해가 발행할 경우 이재민 수용을 위해 지정하는 임시주거시설은 공공건물, 학교, 교회, 마을회관 등 67곳이다. 시는 이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시설물을 대상으로 지진 실내 구호소를 지정하는데 오래된 시설물이 많아 지정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시 안전도시과 관계자는 "지난해 경주 지진 후 시는 지진에 대한 대응체계를 본격적으로 마련하는 단계다. 아직 지진 실내 구호소가 충분히 지정되지 못했다. 김해교육지원청 등에서도 관내 학교를 대상으로 내진보강공사를 진행하는 등 내진시설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지속해서 지진 실내 구호소를 확대 지정해 가겠다"고 밝혔다.


■노후 공공시설 지진에 취약
공공시설물은 민간시설물에 비교하면 내진 확보 비율이 높지만 노후 된 청사, 시설물 등이 적지 않아 이에 대한 내진 보강의 필요성도 시급한 상황이다.
 
시설물 내진확보 현황에 따르면 공공시설물 363곳 가운데 208곳이 내진설계가 적용됐거나 보강공사를 진행해 공공시설물의 내진 비율이 57%다. 반면, 건물 높이 3층 면적 500㎡ 이상 민간시설물 1249곳 가운데 내진이 확보된 시설은 329곳에 불과해 내진 비율은 26%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시가 밝힌 시설물 내진확보 현황에 따르면, 공공청사, 교량, 터널 등 공공시설물의 경우 내진 확보 비율이 57%에 불과했다. 시는 지난해 경북 경주 지진 탓에 김해 지역에 피해가 속출하면서 지난해 김해시 청사, 보건소, 김해문화원 등 6곳의 내진성능평가를 진행하고, 올해부터 김해시 청사 등에 대해 내진 보강공사를 진행했다.
 
김해시는 올해 38곳의 공공시설에 대한 내진성능평가를 추가 진행했다. 읍·면사무소, 동주민센터 등 행정지원시설 14곳과 국공립 어린이집, 청소년문화의 집 등 보육·교육시설 7곳이 주요 대상이다. 김해운동장 체육관, 삼계정수장, 덕암산업단지 폐수종말처리시설 등 기반시설도 내진성능평가가 대상에 포함됐다.
 
내진성능 평과 결과 38곳의 공공시설물 가운데 부원동주민센터, 주촌면사무소, 농업기술센터, 삼계정수장 관리본관 등 11곳이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해시는 이들 내진 미확보 시설이 비교적 오래된 건물인 만큼 국비와 도비를 확보해 순차적으로 내진 보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 안전도시과 관계자는  "김해시는 사업비 8000만 원을 확보해 내년 4월까지 완료를 목표로 '김해시 지진 방재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지진 방재 종합계획에는 김해의 지질환경을 바탕으로 지진발생시 단절된 수도, 전력의 복구 우선순위, 지진대비소의 적절한 위치와 수량 등 지진 대처 방안이 종합적으로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 시설물도 안전하지 않다
김해교육지원청은 사업비 108억 원을 확보해 올해부터 지역 학교 18곳을 대상으로 내진성능평가를 진행했다. 지진에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학교에 대해 오는 다음달부터 내진보강 공사를 진행한다. 김해시교육지원청 교육시설과 관계자는 "지난해 경주 지진 후 피해가 발생한 학교 중 노후화된 순으로 내진성능평가를 진행했다. 다음달 중으로 학교 18곳 중 15곳의 내진보강 공사를 진행한다. 공사는 내년 4~5월 사이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내진성능평가를 진행한 학교는 초등 우암초, 봉명초, 임호초, 김해삼성초, 대감초, 삼방초, 김해활천초, 신어초, 김해동광초, 김해외동초, 김해합성초, 김해구봉초, 금동초, 구산초 등 14곳이다. 중등은 내동중, 삼정중, 김해여중이며 고등학교는 김해고가 포함됐다. 내진성능평가를 마친 학교와 시설 중 임호초, 칠산초 체육관, 김해여자중학교는 내진설계 건물로 판명돼 내진보강 공사 목록에서 제외됐다.
 
김해교육지원청은 내년에도 김해내동초, 대동초, 진영대창초 체육관, 김해중 체육관, 임호중, 김해생명과학고 등 총 6곳에 대해 내진성능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시설과 관계자는 "학교 건물이 노후화된 순으로 내진성능평가를 진행하고 평가에 따라 보강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김해지역 학교 중 내진설계가 된 시설은 전체의 34% 정도다. 건축법에 따라 2005년 이후 높이 3층, 면적 1000㎡ 공공시설물은 내진설계해야 한다. 2005년 이후 지어진 학교는 내진설계가 된 곳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경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김영석 교수는 "일본은 전국의 '자연재해 위험도 지도'를 일원화해 시민이 검색,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김해도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반 등을 전수 조사하고, 자연재해 위험도를 제작해야 한다"면서"건물 내진 설계 뿐만 아니라 낙동강 인근 방재공원을 만들어 평소에는 축구장, 재난교육장으로 활용하면서 지진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야 유적, 유물 보관 대비책 필요
금관가야의 역사가 담겨 있는 김해지역에는 가야시대 등 유물과 유적이 곳곳에 존재한다. 다행히 이번 포항 지진으로 지역 내 문화재 피해는 없다. 그러나 전문가는 지진으로 인한 유물 보관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대성동고분박물관과 국립김해박물관은 지난 15일 포항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다.
 
대성동고분박물관 송원영 팀장은 "이번 포항 지진 발생 후 바로 전시관과 수장고를 확인했는데 다행히 피해를 보지 않았다. 2003년 대성동고분박물관이 개관할 당시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았다. 2015년께 전문 업체에 용역을 줘 안전성을 점검했는데 2등급 평가를 받았다. 내진 설계가 된 건물과 같은 수준으로 양호하다는 결과였다"고 밝혔다. 
 
국립김해박물관 이현태 학예연구사는 "지난해 9월에 발생한 경주 지진 이후로 전체 전시유물을 낚싯줄로 묶거나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고정시켰다. 덕분에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진 발생 시 대처 매뉴얼이 있다. 직원별로 분담업무가 나눠져 있다. 학예연구실의 경우 전시품과 수장고 유물에 이상이 없는지 조를 나눠 일일이 확인한다.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에 대비해 낚싯줄, 튜브, 솜포 등을 이용해 최대한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시 문화재과 이동희 과장은 "지진 발생 시 바로 문화재 모니터링을 한다. 문화재는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게 원칙이라 미리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 사후 보수하는 방식으로 관리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이영식 교수는 "문화재의 안전성을 보강하려면 문화재청에 현상변경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 전례가 없어 사실상 어렵다. 박물관의 경우 건물에 내진 설계를 반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물 보관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경주 지진 발생 전 울산 앞바다에서 지진이 났다. 당시 국립경주박물관은 유물을 포장하고 진열대에서 내려놓았는데 이후 지진이 와서 피해를 보지 않았다. 대비를 잘한 좋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김해뉴스 /심재훈·이경민·김예린 기자 cyc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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