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대 평야 중 하나였던 황금빛 김해평야, 단감의 시배지, 비닐하우스 농법의 시초 등 농업의 뿌리가 높은 김해가 이제는 친환경농업으로 뜨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김해 전체 농지 8500㏊ 중 348㏊가 30여 품목의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다. 벼농사의 경우 전체 3900㏊ 261㏊에서 친환경 농사로 쌀 1380t을 생산하고 있다. 친환경 쌀을 일반 쌀에 비해 44%이상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김해시는 현재 전체 농지의 6%가량인 친환경 농지를 10%, 15%로 점차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김해뉴스>는 김해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 중 최근 전국, 도 단위 대회에서 모범을 보여 상을 받은 농민들을 만나, 친환경 농사의 어려움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들었다.
 

▲ 한림알로에 허병문 대표가 자신이 만든 알로에 식초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친환경 알로에 활용한 식초, 화장품, 체험 관광으로 부가가치 높여


경남도 자랑스런 농어업인상 - 한림 알로에 농사 짓는 허병문 씨

'한림알로에'를 운영하는 허병문(42) 씨는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알로에 농장을 운영해 온 '젊은 농민'이다. 그는 동아대 원예과학과를 전공한 후, 26살 졸업과 함께 알로에 농업에 뛰어들어 곧바로 친환경 농법을 도입했다.
 
알로에는 병충해에 강한 편이고, 더위나 추위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작물이다. 그러나 유기농업의 경우 농약을 사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화학비료도 사용할 수 없어 농사를 짓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토양이 힘을 잃는 경우 땅이 건강해지도록 휴작을 하거나, 두과작물을 돌려 심는 윤작을 통해 토질을 회복하도록 한다. 알로에는 특성상 휴작이나 윤작이 불가능했다. 허 씨는 알로에 옆에 풀을 심는 '초생재배'를 통해 지력증진, 수분보존 등의 효과를 거뒀다.
 
허 씨는 "초생재배에서 풀이 너무 많아도 문제, 너무 적어도 문제가 된다. 그래서 풀이 적정량 자라도록 매일매일 풀을 뽑아야 한다. 알로에는 가시가 매우 강하다. 알로에 옆 풀을 뽑기 위해서는 한 여름에도 두꺼운 옷을 입고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독제를 치지 않기 때문에 수확 후 알로에 잎이 금방 물러지는 전염병인 짓무름병 피해도 컸다. 이 병으로 인해 전체 수확량의 20%를 버려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허 씨는 알로에가 다른 작물과 달린 밤에 호흡을 하는 캠(CAM) 식물이라는 점을 주목해, 밤에 불을 켜두는 실험을 진행했다. 백열등, 삼파장 램프는 물론 시간대 조절을 통해 여러 차례 실험을 벌인 결과 짓무름병을 거의 없애는 데 성공했다.
 
허 씨는 친환경 농산물 재배로 만족하지 않고 알로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공, 체험 상품 개발에 힘썼다. 6~7년 전에는 유기농 화장품을 생산하는 화장품 회사에 알로에를 공급하면서 100% 무화학 알로에 화장품 스킨케어 6종, 클렌저 3종 등 협력 상품이 탄생했다. 발효식품을 만들기 위해 2015년부터 경상대 식품공학과 석사과정을 밟았다. 그는 식초와 알로에가 피부 건강, 피로 회복, 쾌변, 아토피 등에 공통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점을 주목해 올해 국내 최초로 알로에 식초를 개발해냈다.
 
체험 프로그램 운영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체험교육장이 생기면서 알로에 초콜릿, 알로에 식초 만들기 등 체험 활동도 다양해졌다. 지난해까지 방문객이 200여 명이었지만 올해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이 급증해 11월 기준 2300여 명이 알로에 체험교육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허 씨는 "농장 체험은 체험으로 인한 수익 뿐 아니라, 알로에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홍보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허 씨는 알로에 재배 면적이 4만 평에서 1만 평으로 줄었지만 알로에 가공과 체험 등 6차 산업을 통해 소득이 오히려 늘었다고 말한다. 허 씨는 "농업 역시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는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을 지어서 알로에를 중심으로 한 완성된 6차 산업지를 개발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김영수 씨가 장유 유하동 비닐하우스 안에서 유기농 쌈채소를 따고 있다.

 
돼지감자 물, 현미식초 등 자연 재료로 병충해 예방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 장유 유기농 쌈채소 재배하는 김영수 씨

"어린 시절 부모님 농사를 짓다가 농약 중독을 많이 경험했어요. 농약을 뿌린 후면 며칠동안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웠죠. 그때 몸소 경험한 농약의 독성 때문에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장유 유하동에서 오이, 무, 쌈채소를 재배하는 김영수(61) 씨는 25년 전, 30대의 젊은 나이로 귀농을 하면서 친환경 농산물 재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유기농 농사를 짓는 농민이 적었지만 몸에 좋은 먹거리를 재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친환경 농산물 재배에 힘써왔다.

친환경 농사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부딪혔던 문제는 병충해였다. 김 씨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약으로 병충해를 극복했다. 돼지감자를 삶은 물에 할미꽃 뿌리 가루를 넣어 발효를 시킨 물, 담뱃잎을 삶은 물, 현미식초에 게르마늄 분말을 섞은 물 등은 농산물과 땅에 건강한 약이 됐다.

해충의 밀도가 너무 높을 때는, 20여 일간 비닐하우스를 밀폐시켜 하우스 온도를 100도 이상으로 높이는 열소독을 한다. 김 씨는 "작년에도 오이에 해충이 너무 많아서 열소독을 했다. 작물을 모두 포기해야 하지만 친환경 농사를 지으려면 어쩔 수 없다"며 껄껄 웃었다.

어렵사리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해도 판로가 없어 고생을 하기도 했다. 친환경 농산물을 공판장에 가져갔지만, 농약과 화학비료로 벌레 먹은 곳 하나 없이 예쁘게 자란 기존 농산물에 밀렸다. 생산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가격 경쟁력도 떨어졌다. 김 씨는 "공판장에서는 조금만 벌레 먹고 흉터만 있어도 쓰레기 취급을 한다. 진짜 건강하게 키운 농산물을 알아주지 못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농산물의 가치를 알아봐줄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년 전 부산의 한 백화점 내 마트에 채소를 납품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친환경 농산물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김해시가 학교 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예산을 지원하면서 김 씨의 채소가 학교 급식에 들어가게 됐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생활협동조합과도 계약을 했다. 김 씨는 현재 약 9604㎡ 농지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을 모두 협약재배, 계약재배 형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는 ㈔한국 유기농협회 이사, 김해시 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한국 유기농협회 경남도지부 부지부장 등을 맡으며 친환경 농산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안전한 먹거리가 보장돼야 합니다. 양 중심이었던 과거 농업에서 떠나 고품질의 생명 농업으로 가야 합니다. 몸과 정신이 건강해지는 식탁을 제공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 10년 넘게 유기농 농사만 고집한 허장녕 씨가 본인이 재배한 케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본인만의 작물 찾아 연구·판로 확보해야


경남 친환경농업인대회 우수상 - 상동면 유기농 채소 재배 허장녕 씨

김해지역에서 친환경 농부 1호를 자부하는 허장녕(60) 씨는 녹즙용 신선초, 케일과 산딸기를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던 그는 IMF(국제통화기금) 환란으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대동으로 건너와 화훼농사에 뛰어든다. 금어초, 카네이션 등을 재배했지만 작물 하나를 재배해도 최고만을 고집하는 덕택에 최상품을 수확했지만 정작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었다. 아무리 상등품을 고집해도 물량이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천 만 원을 손해 본 후 그는 상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유기농에 도전했다. 작물 하나에 정성을 다하고 최고를 고집하는 허 씨에게 안성맞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처음하는 친환경 농업이 쉬운 건 아니었다. 농약을 안 쓰고 일정 기간 지나면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는데 유기농 인증까지 획득하기 위해선 농약 뿐 아니라 화학비료를 3년 간 쓰지 않아야 한다. 영농일지를 작성하고,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불시에 나오는 토양, 농업용수 검사에도 이상이 없어야 한다. 특히 병충해 관리가 어려운 대목이었다. 그는 "목초액이나 어성초 등 해충을 퇴치하기 위한 유기농 자제들이 많이 나왔지만 해충이 유독 케일에만 많이 몰려든다. 잔손이 많이 간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초창기에 비해 유기농을 표방하는 농가가 늘었지만, 일손이 많이 가고 신경 써야 하는 유기농의 특성상 김해친환경생산자연합회 소속 농민은 아직 45가구에 불과하다. 

김해의 유기농 농민 중에서도 허장녕 씨는 매스컴을 많이 탄 편이다. '6시 내 고향'에 4번이나 출연했다. 남부지역에서 녹즙용 신선초를 재배하는 농가가 전무하기 때문에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 녹즙용 신선초와 케일을 청정원의 자회사 등에 납품하면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다.

허장녕 씨는 유기농을 10년 넘게 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허 씨는 친환경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허 씨는 "신선초, 케일 같은 특용작물은 수요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여러 농가들이 한꺼번에 뛰어들기 힘들다. 본인 만이 도전할 수 있는 작물을 찾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판로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친환경 농업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기 위한 친환경 전용공판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특용작품의 경우 대형 가공업체와 계약재배 등을 할 수 있지만 산딸기 같은 일반적인 작물은 친환경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판로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김해뉴스 /조나리·심재훈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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