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진 김해시청 공보관

지난 2004년 남아시아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지진해일이 닥쳐왔을 때 입이 벌어진 채로 TV를 지켜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이야 익숙하게 사용하곤 하는 쓰나미란 낱말을 우리나라에 널리 퍼뜨린 이 사건은 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는 한 성공회 주교의 말에서도 보듯 당시 사망자가 약 35만 명에 이르는 등 인류 역사상 최대의 자연재해로 기록되어 있다. 
 
이밖에도 동일본 대지진, 칠레 대지진 등 비근한 예만 들어봐도 어마어마한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일깨우는 자연재해들이 참 많았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태풍, 홍수, 호우, 폭설 등의 자연재해가 빈번히 일어나며 크고 작은 상처들을 많이 남겼다. 행정안전부 재해연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7 ~ 2016)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는 평균 16명, 피해액은 평균 약 6300억 원, 복구액은 평균 약 7000억 원에 달한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자연재해로부터 결코 자유로운 나라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최근엔 남의 나라 일이라 여겼던 지진까지 발생하고 있어 국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깨닫게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실제로 얼마 전 지난 15일 규모 5.5의 지진이 포항에서 발생하여 지진 주기가 짧아졌음을 입증한 바 있다.  
 
지진은 이제 처삼촌 묘 벌초하듯 대충 넘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벽돌 타일이 와르르 떨어져나가고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대피하는 모습이 이제 우리에게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된 셈이다. 자연재난에 대비한 우리 사회 전반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간 우리나라는 사후약방문식 자연재난 대처에 급급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주 지진 이후 일회성 대책이 아닌 장기적 관점의 지진방재종합대책을 정부가 내어놓는 등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는 물론이고 초기 대응에 많은 허점을 드러낸 긴급재난문자 발송체계와 국민 행동요령, 대응 매뉴얼 등이 상당 부분 개선되며 현실에 맞는 대응을 펼쳐나가고 있다. 앞으로 민간 전문가들과의 협업 및 재난대응 선진국들에 대한 섬세한 벤치마킹을 통해 더욱 내실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선 지자체 역시 정부의 방향에 발맞춤과 동시에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한 재난대응에 힘써야한다. 재난관리 프로세스와 안전관리체계를 갖추고 재난대응훈련 등을 실제 상황에 준하여 실시하는 등 시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김해시의 경우 올해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17년 재난관리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는데 재난유형에 따른 관리와 재난관리기금 운용실적, 여름철 재난 사전대비 등 전 분야에서 골고루 우수한 평가를 얻어낸 바 있다. 
 
사실 우리가 수없이 경험했듯이 자연재해는 워낙 예측 불가의 영역이라 완벽하게 대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공할만한 자연의 힘 앞에 맞설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진인사대천명의 정신으로 구석구석 취약 부분을 점검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간다면 상당부분 자연재난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유대인의 지혜를 다룬 탈무드 중 미슈나(Mishnah)란 말이 있다. 되풀이해서 배운다는 뜻이다. 지금까지의 되풀이된 자연재난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워왔다. 이젠 배우는 데서 그치는 시대는 지났다. 배움을 실천할 때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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