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제대학교 학생과 교수들이 강의를 멈추고 대학 건물 밖에 대피하고 있다.

  
 포항 지진 계기 불안감 고조
 시민들 건물 밖 피신 등 공포
 지반 약해 강진 시 피해 우려
“내진 설계 강화해야” 목소리



'김해는 지진 안전지대인가?'
 
지난 15일 포항에서 5.4 규모의 강진이 발생하자 김해 지역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김해는 대단지 아파트가 우후죽숙으로 들어서고 있는 데다 문화유적지도 많은 실정이다. 하지만 지반은 약한 것으로 알려져 대형 지진 발생 시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가야문화유적의 보고인 김해 전반에 대한 조사가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보 취재진 확인 결과 21일 현재 김해동부·서부소방서 119상황실과 김해중부·서부경찰서 112상황실 등에는 아직까지 지진 관련 별다른 피해사례는 접수되지 않았다. 김해지역 역시 건물이 흔들리는 등 지진이 감지됐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김해시 관계자는 "지난 15일 많은 시민들이 지진 관련 문의 전화를 했지만 지진 관련 피해는 접수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체감은 달랐다. 일부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지진에 놀라 건물 밖으로 피신하는 등 한동안 마음을 졸였다.
 
시민 김 모(35·삼방동) 씨는 "포항 지진 발생 당시 집에서 청소하던 중 아파트 흔들림이 느껴질 정도여서 너무 놀랐다"며 "흔들림이 멈춘 뒤 계단을 걸어 아파트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 모(23) 씨는 "인제대에서 강의를 듣던 중 책상과 건물이 갑자기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며 "지진이 발생하자 교수도 강의를 중단하고 학생들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와 공터로 대피했고, 여진이 이어질지 모른다는 공포에 결국 강의는 휴강됐다"고 전했다.

▲ 지난 15일 포항 지진 발생 직후 국립김해박물관 학예사들이 수장고에서 유물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립김해박물관

 부산김해경전철은 지진 발생 직후인 15일 오후 2시 37분부터 3시 41분까지 속도를 늦춰 운행한 후, 여진이 일어난 4시 52분부터 5시 24분까지 또다시 30여 분 서행했다.
 
부산김해경전철 관계자는 "지진 발생 즉시 기관사 등 안전요원이 경전철에 탑승해 안전을 확인했다"며 "시설·유지 보수팀도 선로와 시설물 점검에 나섰다"고 밝혔다. 2006년 착공된 부산김해경전철의 역사, 선로 등 시설물은 설계 당시 내진 기준에 따라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건설됐다.
 
포항 지진 관련 피해는 없었지만 전문가들은 김해도 결코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규모 6.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경우 이번 포항 지진 진앙지 주변에서 발견된 액상화 현상이 김해에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현장조사팀은 지난 18일 지표 지질조사를 통해 포항시 북구 진앙지 중심 2~3㎞ 일대에서 액상화 현상 때 나타나는 모래 분출구와 진흙 분출구 등을 확인했다. 액상화는 지진 때문에 지반이 흙탕물처럼 변해 늪이 되는 현상이다. 충적층 지반은 평소에는 모래 입자들이 서로 붙어 있어 단단하다. 하지만 지진이 일어나면 지반이 변형되면서 모래 입자 사이의 붙어 있는 힘이 약해져 흙탕물 같은 상태가 된다. 이럴 경우 건물 등 구조물이 내려앉거나 심하게 흔들린다.
 
부산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김영석 교수는 <김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진 발생 시 연약한 김해지역 지반이 흙탕물로 변하는 '액상화' 현상이 초래돼 심각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해뉴스> 지난해 10월 12일자 1면 보도)
 
김 교수는 "김해의 인구 밀집 지역 지반은 모래, 흙, 자갈로 구성된 충적층이며, 충적층은 지진의 흔들림에 약하다"며 "규모 6.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하면 지반이 액체화되는 '액상화' 현상이 일어나 지진 피해는 막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강진이 발생할 경우 난개발이 심각한 김해 읍·면지역에는 산사태, 옹벽 붕괴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해 읍·면 중 일부 지역 지반은 단단한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암석은 충적층보다 지진의 증폭은 덜하지만, 지반이 약할 경우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옹벽에 내진 설계를 하지 않는다. 김해 지역 대부분의 옹벽도 마찬가지이다. 이 때문에 지진이 발생하면 옹벽과 옹벽 위 공장에 막대한 피해를 줄 가능성도 높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김해 지역 지반을 조사하고,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 규모 5.8 이상의 지진이 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지난해에 이은 올해 강진을 계기로 규모 6 이상의 지진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해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5.8 규모의 경주 지진 후 공공시설물 내진 보강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 지진을 계기로 지역 전반에 걸친 조사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심재훈·김예린 기자 beau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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