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의 한 초등학교가 증축 공사 중인 가운데 학생들이 공사장 옆 학교 운동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파트 늘자 계속되는 증축
 교육청, 내년까지 총 13교 계획
“예산 부족으로 학교 신설 어려워”


 
"개교한 지 1년 밖에 안 된 학교를 증축하고, 2년 뒤 또 증축을 했습니다. 아파트는 계속해서 들어서는데 아이들은 언제까지 좁은 학교, 공사 현장에서 공부를 해야 하나요?"
 
2015년 수남초등학교 학교 증축 문제로 공론화됐던 장유 지역 학교 증축 문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년간 김해 지역 초등학교 증축은 총 12번이나 진행됐거나 진행 중이다. 장유 율하 1지구에서 시작한 초등학교 증축 사태는 진영신도시와 내년부터 입주 예정인 율하 2지구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해교육지원청 자료에 따르면, 2012~2017년 김해 지역 내 초등학교 증축은 12차례, 내년에 예정된 학교 증축까지 총 13건에 달한다. 특히 올 들어서 진행됐거나 진행 중인 학교 증축만 5건에 이른다. 이중 장유 지역에 이뤄진 학교 증축만 9건이다.
 
5년 내에 증축이 두 차례 이상 이뤄진 학교도 있다. 율하 1지구 인근 학교인 수남초, 관동초, 율하초 등 3개교다. 수남초는 2012년 41개 학급에서 50개 학급으로, 2015년 64개 학급으로 증축했다. 특히 관동초는 개교 3년 만에 학교를 두 차례나 증축했다. 개교 다음 해인 2014년 39개 학급에서 49개 학급으로 증축, 지난해 54개 학급으로 다시 증축을 진행했다. 율하초는 2012년 44개 학급에서 52개 학급으로 증축했으며, 내년 59개 학급으로 추가 증축을 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은 교육부의 학교 신설 거부와 학생 수 예측 실패 때문이다. LH공사는 율하1지구를 조성할 당시 장유3동주민센터 앞을 학교 부지로 마련해 뒀지만, 교육지원청의 학교 신설 요구에 교육부 중앙투자심의위원회는 인근 학교에 분산 배치를 하라며 '재검토' 답변을 내놓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율하1지구의 초등학생 수 역시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김해교육지원청은 율하1지구의 초등학생 수를 다른 지역의 일반적인 수준인 가구당 0.3명으로 예상했지만, 율하 1지구에 젊은 부부가 주로 입주하면서 실제 가구당 학생 수는 2015년 당시 가구당 0.5명을 넘었다. 현재 율하1지구의 초등학생 수는 가구당 0.4명 수준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진영신도시, 율하 2지구에도 번질 가능성이 높다. 2006년 개교한 진영금병초는 인근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올해 증축 공사를 시작했다. 진영신도시에는 2017~2020년까지 공동주택 6917세대가 건축돼 학급 과밀 현상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에 따르면, 진영 대창초, 대흥초, 중앙초 인근의 공동주택 역시 해당 학교 증축을 협의한 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율하 2지구도 문제다. 율하 2지구는 내년을 시작으로 8573가구, 2만 3100여 명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19년 43개 학급 규모의 율하 2택지 1초(가칭), 2020년 44개 학급 규모의 2초(가칭)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두 학교는 한 학급당 적정 27명 기준 약 23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1개가 4000~6000가구를 수용하기 때문에, 8500여 가구에 초등학교 2개교가 문을 열 경우 학교 수용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율하1지구와 마찬가지로 율하2지구에는 젊은 인구가 대거 유입돼 가구당 학생 수가 예상치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 교육지원청은 율하2지구의 초등학생 수를 가구당 0.36명으로 계산했지만, 율하1지구와 마찬가지로 가구당 학생 수가 0.5명에 이를 경우, 학생 수는 4200여 명에 달해 심각한 과밀 학급 문제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은 증축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학교 증축이 아닌 신설을 원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차 줄어드는 학생 수에 교육부는 학교 신설을 꺼리고 있다. 2016년 기준 학교 신설 중앙투자 심사 1차에서 신청학교 171개교 중 26개교만 적정 판정을 받았다.
 
율하 지역 학부모 이 모(42) 씨는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증축 공사가 2번이나 이뤄졌다"며 "공사 먼지와 소음에 시달리며 자칫 위험할 수 있는 곳에서 장시간 생활하게 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진영 지역 김 모(46) 씨는 "학교가 없는데 왜 자꾸 아파트를 허가 내주는지 모르겠다"며 "아이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해교육지원청 학생배치담당자는 "아파트 사업자들이 한꺼번에 사업 신청을 하는 게 아니고 그 규모도 학교 1개를 신설하기에는 세대수가 적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신설이 어렵다"며 "증축 협의를 한 뒤 사업 승인이 나고 있지만 학교 통·폐합이 아닌 경우 학생 수가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교육부의 학교 신설 결정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남·관동·율하초는 2018~2019년 과밀학급 문제를 겪을 것으로 보이지만 율하 2지구는 4000~6000세대당 초교 1개가 적절하다는 기준에서 보면 큰 문제를 겪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부터 입주가 시작되니 3년 정도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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