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 분청도자기축제에 참가한 어린이 관람객이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총 130여 개 요장 중 진례에 70곳 몰려
도자관 규모 협소해 전시·홍보에 어려움
클레이아크, 지역 작가 지원에 소극적

분청 인기 끌어올릴 관광 인프라 태부족
불황에 개인이 제작 판매 홍보 떠안아

진례 송정리 일원 그린벨트 부지 검토 중
공예·도예 어우러진 예술촌 건립 구상
용역조사 중단돼 사업 검토단계 머물러




김해지역 도예 공방은 진례면을 중심으로 장유, 진영, 생림, 한림 등 곳곳에 분포하고 있다. 김해도예협회에 따르면 1974년 일본인 스미즈 씨가 풍토가 적합한 장유 지역을 선택해 가락요를 운영한 것이 공방의 출현을 알린 시초라고 볼 수 있다. 1980년대 진례에 도예인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공방 수는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김해지역에는 130여 개의 요장이 분포해있고 진례에만 70여 개의 공방이 몰려있다. 공방 대부분은 분청사기와 식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생활도자기를 제작하고 있다. 김해도예협회가 주도해 1996년부터 매년 분청도자기축제를 개최해오고 있지만 명성에 비해 도자기의 인기를 끌어올릴 관광 인프라는 미미한 수준이다. 김해도예협회가 위탁 운영 중인 분청도자관은 규모가 협소해 도자를 홍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 김해분청도자관 2층에 위치한 판매장 모습.

"도예촌 건립은 지역 도예인들의 오랜 꿈이자 꼭 풀어야할 숙원사업입니다. 김해 도예촌은 지역 관광지로써 훌륭한 역할을 해낼 뿐만 아니라 도예인의 생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줄곧 지역 도예인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로 이들의 염원사업인 도예촌 건립에 관해서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김해 도자기산업은 도예촌 없이도 활황을 이뤘다. 진례면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도예가는 "공방마다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뤄 가마를 지키던 도공들이 뛰쳐나와 판매에 일손을 거들어야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장밋빛 시절은 잠깐이었다. 경기불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도예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수요가 줄어드는 형국에 선물용으로 나가던 답례품 주문까지 끊겼다. 김해 도예인들은 판매걱정을 덜 수 있고 분청도자까지 홍보할 수 있는 도예촌 건립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해도예협회 이한옥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작업장에서 도자기만 구워도 먹고 살았는데 이제는 작가들이 공방으로 나와 홍보, 판매까지 맡고 있다. 도예촌이 건립된다면 유약연구실등 연구공간도 마련돼 오롯이 작업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 진례에 자리잡은 도예공방들.

도예촌 부지가 확보되면 도자기축제를 개최할 때 마다 골머리를 앓는 공간 확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김해도예협회 관계자들은 지난해 6월 '김해도예촌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도예인의 목소리에 무게를 더했다.
 
지난 10년간 도예촌 건립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06년 3월 진례에서는 '김해도예촌 조성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예상과는 다르게 도예촌이 아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지어지면서 지역 도예인들과의 갈등을 빚게 됐다. 개관 후 지역 공방을 지원하는 부분에서도 소극적이어서 미술관과 도예인들은 서로 등 돌린 채 차갑게 외면해왔다. 클레이아크는 지난 5월 '지역작가 조명전-분청을 닮은 사람들' 기획전시를 열어 지역 도예인들과 처음 손을 맞잡았지만 아직 지원이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사무국장은 "올해 분청도자기축제 때 48만 명이 방문했다. 축제 기간 동안만이라도 클레이아크에서 지역작가의 작품을 소개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장소 대관 협조도 활발히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작가의식이 오롯이 담긴 작품이 가장 중요하다. '5만 원전', '명품전','봄 축제' 등 도예인의 판로를 모색할 수 있는 독특한 기획전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예촌 건립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 김윤경 사무국장은 "김해 도예촌은 관광지로 개발해야한다. 먹거리와 볼거리, 체험거리가 가득해야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에서 많은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2006년 '김해도예촌 조성프로젝트' 사업으로 건립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전경.


 강진 고려청자박물관 관계자는 "시에서 중장기 계획을 세워 도예촌의 정확한 개념을 잡고 변경 없이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판로모색 등 업체들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살펴야 한다. 공방마다 특색이 있는 작가를 유치시켜야 관광객이 작품을 산다"고 조언했다.
 
김해시는 지난 2월 분청도예촌 조성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했다. 도예촌 부지로 거론되고 있는 장소는 진례면 송정리 일원 그린벨트 27만 7000㎡다. 공예와 도예가 어우러진 예술촌이 지어진다면 인근 김해분청도자관과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을 잇는 도자 관광코스가 완성된다. 올해 초 도예촌이 조성된다는 소문이 돌자 김해도예협회 신입회원이 작년에 비해 네 배로 늘기도 했다.
 
순탄할 것만 같았던 사업 진행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분청도예촌 조성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클레이아크 주변 부지의 땅값이 비싼 것도 걸림돌이 됐다. 평당 25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 때문에 마을 주민과의 협의가 쉽지 않다. 
 
김해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아직 사업검토단계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많은 예산이 드는 만큼 시 자체적인 사업으로 추진하기 어려워 다른 기관과 협의 중이다. 도예인들의 숙원사업이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도예협회 강효진 이사장은 "현대적인 디자인보다도 전통적인 미가 살아있는 도예촌을 구상하고 있다. 도예촌이 조성된다면 입주할 작가들이 많다. 도예촌이 조성되길 기다리면서 도자기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김해가 분청도자의 고장임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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