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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우리 아이”… 김해 미등록 외국인 아동에 희망을
  • 수정 2017.12.06 11:00
  • 게재 2017.11.29 11:08
  • 호수 349
  • 1면
  • 김예린 기자(beaurin@gimhaenews.co.kr)
▲ 응우옌 쑤어(가명) 씨가 차가운 방 안에서 소현이를 돌보고 있다. 미등록외국인인 이들의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부모 추방되면 아이만 남아
서류상 존재 없어 ‘투명인간’
교육·의료 혜택 못 받고 고립
체류비자·귀화 ‘하늘의 별따기’


 
김해 진례면 가을걷이가 끝난 황량한 논을 따라가면 논길 중턱에 작은 집 한 채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베트남 국적의 응우옌 쑤어(가명) 씨와 태어난 지 13개월밖에 되지 않은 소현(가명), 네 살 현수(가명), 여덟 살 이현(가명)이가 살고 있습니다.
 
코끝이 시린 초겨울 추위에 콧물이 절로 나는 날이었습니다. 작은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소현이가 내복을 입고, 모자를 하나 쓴 채 집안을 누비고 있습니다. 소현이는 감기가 떨어지는 날이 없습니다. 방 안은 냉기로 가득합니다.
 
소현이의 외할머니, 엄마는 모두 베트남 사람입니다. 엄마 쯔엉 투어(가명) 씨는 돈을 벌기 위해 2008년 한국에 왔습니다. 열심히 살다 보니 어느새 한국 체류 기간을 넘겨버려 미등록외국인(불법체류자)이 됐습니다. 힘든 타국 생활 중 베트남 남성을 만나 함께 살며 아이 셋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아빠 역시 미등록외국인 신분이었습니다.
 
아빠는 신분이 발각돼 베트남으로 강제 추방당했습니다. 결국 아이 셋과 엄마만 한국에 남게 됐지요. 베트남에서 외할머니 쑤어 씨는 3년 전 홀로 아이 셋을 키우는 딸을 돕기 위해 한국으로 왔습니다.딸을 도와 살다보니 결국 쑤어 씨도 미등록외국인이 돼 버렸습니다.
 
엄마는 아이 셋을 베트남대사관에 출생 신고를 하지 못했습니다. 미등록외국인이라는 불안한 자신의 신분을 무릅쓰고 베트남대사관을 찾았지만 대사관은 아이 한 명당 80만 원의 신고 비용을 요구했습니다. 당장 먹고 사는 것도 힘들었던 엄마는 결국 아이들의 출생신고를 포기했습니다. 세 아이 모두 베트남, 한국에도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아동'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경제적인 책임을 어깨에 짊어진 엄마는 보름에 한 번씩 집에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돈이 생길 때마다 아이들의 생활비 등을 집으로 보내왔습니다. 엄마가 없는 집에는 외할머니가 홀로 남아 셋 아이를 돌봐야 했습니다.
 
다행히 몇 달 전 소현이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부산의 한 이주민인권단체에서 소현이네 지원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미등록아동'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이주민인권단체에서도 이들을 돕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13개월 된 소현이가 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받는 건 너무 어려웠습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미등록아동도 거주지 소재 보건소에서 무료 예방접종이 가능하지만, 하지만 보건소에서는 이런 내용조차 몰랐습니다. 안전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현수는 어린이집 6곳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한 뒤에야 어린이집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이현이는 청강생 신분으로 초등학생이 됐습니다.
 
진례면주민센터는 이들을 돕지 못했습니다.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지원을 해주는 '긴급복지지원법'이 있지만, '미등록외국인', '미등록아동' 딱지가 붙은 소현이네는 대상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의료, 교육, 복지에서 소외됐습니다. 소현이네는 민간단체의 후원금과 후원 물품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희망, 밝은 미래는 그저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외할머니 쑤어 씨는 "아이들이 커갈수록 미래에 대한 답이 없어요. 사람들의 도움만으로 살아가기에는 너무 힘들어요. 베트남으로 돌아가도 막막하지만 친척들이라도 있으니 방법이 있겠지요"라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이주민인권단체의 도움으로 아이들과 외할머니는 베트남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출국 준비를 하며 아이들은 지난 달 '베트남' 국적을 얻었습니다. 첫째 이현이는 태어난 지 8년 만에 국적을 가진 것입니다.
 
반면, 태어난 지 6년째 된 '미등록아동' 우연(가명)이는 최근 베트남국적을 취득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김해뉴스> 지난해 8월 31일자 1면 보도) 우연이는 2011년 7월 창원에서 태어났습니다. 우연이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미등록외국인 신분이었던 우연이 엄마 역시 베트남대사관에 출생 신고를 하지 못했습니다. 폐결핵, 늑막염이 걸렸던 엄마는 태어난 지 한 달 밖에 안 된 우연이를 김해의 한 아동복지시설에 맡겨야 했습니다. 미등록외국인 신분이 드러난 우연이 엄마는 베트남으로 강제출국을 당했습니다. 엄마는 우연이를 한국에 남겨둔 채 베트남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대개 아동복지시설에 남겨진 아이 '기아'는 한국에 출생신고와 등록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연이는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었습니다. 베트남대사관은 '병원출생확인증', '엄마의 여권'이 있어야 출생신고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세상을 떠난 엄마의 여권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동복지시설은 법조인 등의 자문을 얻어 1년 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우연이가 18세까지 한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체류비자'를 신청했습니다. 우연이는 1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베트남대사관은 '우연이가 베트남국적 취득 한 뒤, 체류비자를 얻는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우연이는 만 18세가 되면 자신의 의사에 따라 한국으로 귀화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됐습니다. '미등록아동'이었던 우연이는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베트남국적 취득 기회가 생겼지만, 행정기관에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는 '미등록아동'은 투명인간으로 살아야 합니다. 제2의 우연이는 자신의 암담한 미래를 짊어진 채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을 겁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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