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삼베치마(권정생 지음/문학동네/197p/1만4천800원)

고 권정생 선생의 등단작이며 대표작으로 알려진 '강아지똥'은 1969년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동시 삼베치마'는 그보다 5년 전에 나온 시집이다. 1964년 선생은 직접 종이 위에 펜으로 정성스레 동시를 한 편씩 쓰고, 삽화도 그리고, 아홉 마디로 부를 나누고, 풀을 붙여 제본까지 한 동시집을 만들었다. '삼베치마'라는 정겨운 제목도 붙였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이 시집은 선생이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면서 발견되었다. 안도현 시인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고백한다. 안 시인이 이 귀한 동시집을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는 뜻을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에 전달했고, 관계자들이 논의한 끝에 '동시 삼베치마'가 출간되었다. 시집의 작품배열은 선생이 엮은 그대로를 따랐다. 선생의 체취가 어린 육필본 사진을 실어 원래의 형태를 가늠해볼 수도 있다. 선생은 "책은 어린이들이 사 보는 것이니 모든 인세를 어린이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유언을 남겼으며 마지막까지 어린이들을 걱정했다. '동시 삼베치마'는 그런 권정생 문학정신의 시원을 보여주는 귀하고 고마운 시집이다. 아이들은 물론 선생의 작품을 좋아하는 어른들에게도 동심을 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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