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새긴 캘리그라피 작품을 들고 기념촬영 하는 '파란 선인장' 회원들.


새로운 서체로 창의력 발휘
정서 안정과 집중력 향상


"먹과 붓만 있으면 글 솜씨를 자랑할 수 있답니다."
 
김해시 관동동의 어느 작은 카페에 문이 열렸다. 독특한 문체로 커피 명을 써 내려간 메뉴판이 눈에 띄었다. 벽에는 각기 다른 글씨체로 명언과 시를 써 놓은 포스트잇이 부착돼 있었다. 시계가 오전 10시 30분을 가리키자 중년 여성 7명이 카페로 들어섰다. 이들은 서로 다른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고 테이블 위로 먹과 붓, 화선지를 꺼냈다. 이곳은 바로 '파란 선인장' 캘리그라피 동아리 회원들의 모임 공간이다. 
 
2013년부터 개설된 '파란 선인장'은 임산부, 돌잔치 답례품을 꾸미러 온 어머니, 취미 생활을 즐기러 온 주부 등이 모인 동아리다. 
 
백지숙 회장은 "선인장 그림을 그리던 중 초록색이 아닌 파란색으로 색칠한 적이 있다. 일반 선인장과는 다른 색깔이어서 유독 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후 한 글자라도 남들과는 다른 필체로 글을 쓰자는 의미로 동아리 이름을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선인장은 물 없이도 시들지 않고 오랜 생명을 유지한다. 회원들과 오랫동안 동아리를 이끌어가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을 맛본 회원들은 먹이 스며든 붓을 꺼내 글자를 새기기 시작했다. 화요일과 목요일에 모임을 여는 회원들은 선 긋기를 시작으로 자음·모음, 단어, 문장, 그림 순으로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있다.
 
회원 이점순 씨는 "캘리그라피는 정해진 방식대로 쓰는 게 아니라서 재밌다. 이렇게 써도, 저렇게 써도 글자가 이쁘다. 글을 쓸 땐 강·약 조절이 중요하고 가로와 세로의 길이, 글자의 비대칭, 자음과 모음의 크기를 바꾸는 등 개성 있게 글자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회원 팽민숙 씨는 "종이 위에 먹이 스며드는 느낌이 좋아서 캘리그라피를 시작하게 됐다. 지금은 '닭', '커피', '그리움'과 같은 쉬운 단어를 쓰지만 앞으로 더 어려운 문장을 쓸 계획이다. 완성된 작품을 보면 대단한 일을 해낸 거 같아 기분이 좋다. 커피 향이 맴도는 카페 안에서 글을 쓰면 마음이 안정되고 집중력도 향상된다"며 웃었다.
 
'파란 선인장'은 완성된 작품을 스크랩한 뒤 보관한다. 회원들은 기록이 모이면 역사가 된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오려 스케치북에 붙인다. 일부 회원은 스케치북이 너무 많아 챙겨 올 때마다 고역이라고 한다.
 
회원 오경아 씨는 "'파란 선인장'에서 2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좋지 않았던 필기체를 새로운 재능으로 탈바꿈시키는 캘리그라피의 매력에 빠져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실생활에도 도움 된다. 천에 글귀를 새겨 전자레인지 덮개로 사용하거나 부채와 에코 팩에 직접 글과 그림을 그려 넣어 사용하기도 한다"며 장점을 강조했다.
 
'파란 선인장'의 수업료는 한 주에 1만 원이다. 화선지와 먹, 붓과 같은 재료는 별도로 준비해오면 된다.

문서영(인제대 신문방송학과) 인턴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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