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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으뜸 씨 "나는야 10년차 연극배우 차세대 유망 예술인이죠"만나봅시다-극단 이루마 정으뜸 씨
  • 수정 2017.12.06 11:55
  • 게재 2017.12.06 10:31
  • 호수 350
  • 13면
  • 배미진 기자(bmj@gimhaenews.co.kr)
▲ 극단 이루마 소극장 무대에 앉은 정으뜸 씨가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극단 이루마 단원 정으뜸 씨
경남예술진흥원 공모사업 선정
역량 강화로 더 큰 무대 꿈꿔



어렸을 때부터 자신감 없이 소극적이었다. 누가 말을 걸기라도 하면 부끄러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항상 고개를 숙이고 다니던 얌전한 학생이었다. 본래 타고난 성격이 그랬다. 존재감 없던 소녀가 무대를 휘어잡는 연극배우로 성장했다. 극단 이루마 상임단원 정으뜸(26) 씨의 이야기다.
 
"원래 꿈은 화가였어요. 손재주가 좋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죠. "
 
화가를 꿈 꿨지만 배우가 됐다. 조명과 무대미술, 음향을 모두 배울 수 있는 연극에 점차 빠져들었다. 공부 빼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한몫했다. 학교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자마자 극단 이루마 산하 청소년 극회 '무대만들기' 단원이 됐다. 연기는 성격까지 변화시켰다. 행복했다. 예상치 못한 불운도 함께 닥쳤다. 발목에 혹이 생겨 뛰지 못하게 된 것이다.
 
"3년 내내 창밖 너머로 친구들이 달리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어요. 우울했던 마음은 연기로 극복했습니다. 무대에서는 할 수 없는 말을 시원하게 내뱉을 수 있거든요.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을 때 저에게서 빛이 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8살 어린 나이였지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주어지는 다양한 배역은 그를 성장시켰다. 정 씨는 김정숙 작가의 작품 '또랑'에서 맡은 할머니 역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시장에 가서 상인들의 몸짓과 말투를 따라했어요. 할머니 목소리를 찾을 때까지 성대를 계속 긁으며 소리를 냈죠. 학교에서 피를 토하고 병원에 갔더니 2차 변성기 진단을 받았어요. 여자도 변성기가 올 수 있다는 걸 알았죠."
 
1년간 할머니 역을 맡으며 산전수전을 겪은 정 씨는 '상 못 받으면 연기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후 밀양청소년연극제에 참여했다. 연기에는 자신감이 흘러 넘쳤다. 그리곤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이후 출전한 대회에서 개인상을 휩쓸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그렇게 제 연극인생이 시작된거죠. 10년간 극단에 몸담고 있었지만 아직 막내랍니다. 음향소스를 찾고 감독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미리 준비하고 있어요."
 
부산예술대 연극과를 졸업한 정 씨는 지난 8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공모한 '2017 차세대 유망예술인 지원사업'에 선정돼 역량발전 지원금을 받고 있다. 공연분야에서는 창원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 정진영(32) 씨를 포함해 2명이 선정됐다.
 
"지원금으로 아크로바틱, 판소리, 한국무용, 성악을 배우고 있어요. 하루하루 정신없는 일정이 이어지고 있죠. 욕심이 많은 성격이라 재즈와 현대무용도 배워보고 싶어요."
 
어딜 가나 일당백의 몫을 해내고 있지만 정작 아버지의 인정은 받지 못했다. 돈벌이가 안되는 것도 못마땅한데 피까지 토하는 모습을 좋게 볼 리가 없었다.
 
"학생 때 처음 맡은 역이 시장상인 역이었는데 그 모습을 본 이후로 제 작품을 보지 않으셨어요. 지금도 '니 아직 시장사람 한다이가'라며 반대하시죠. 연극은 평생할겁니다. 제 인생에서 연극을 빼면 무엇이 남겠어요?"
 
20대 중반을 넘긴 정 씨는 연극 '적산가옥(백하룡 작·이훈호 연출)'에서 최승림 역을 연기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적산가옥'은 일제시대 때 친일파 집안이 스스로 몰락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시간이 넘는 작품을 이끌어가는 것이 처음이었어요. 말투, 행동, 습관 등 이제까지 제가 쌓아온 모든 것을 버려야했죠. 덕분에 백지상태에서 마주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됐어요."
 
지역에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 배움에 목마르다. 30살이 되면 김해를 떠나 오디션을 보러 다닐 예정이다.
 
"연극을 하던 제 친구들은 큰 꿈을 품고 서울로 올라갔어요. 생활이 어려우니 모두 꿈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작은 무대라도 일단 연극을 하며 버티고 있는 제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한 곳에 너무 오래있어 제 수준을 가늠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냉정하게 평가받고 싶어요."
 
배움은 꿈을 향해 전진하게 한다. 비록 그 꿈이 소박할 지라도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충분하다. 배우를 향한 정 씨의 목표는 그리 거창하지 않지만 소소해서 더 빛난다.
 
"좋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후배들이 저에게서 많이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선생님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제가 아는 것을 공유해서 '같이'하는 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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