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독일의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는 이렇게 얘기했다. "어머니란 존재는 울면서 베푸는 것이다. 풍랑이 파도 속으로 삶을 밀치면 침몰하면서 하늘로 날아오르며 몸소 희생한다"고. 그렇다, 어머니는 끝없는 희생이다. 고기도, 대봉감도 정말 좋아하시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이 바로 어머니 아니던가. 자식들은 이걸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어머니가 아프면서, 혹은 어머니를 저세상에 보내고 나서야 뒤늦게 철이 들곤 한다.

에세이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는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함께한 딸의 기록이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아 온 영화감독이 치매에 걸린 엄마를 10년 동안 돌보며 발견한 일상의 소중함을 담은 책이다.

치매'라고 하면 보통 무겁고 어두운 현실을 떠올리기 쉽다. 저자는 치매 엄마를 모시는 상황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우울한 멜로디의 팝송’을 예로 든다. "슬픈 멜로디인데도 노랫말은 비교적 경쾌하고 밝은 경우가 있듯 고통과 절망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치매에도 기쁨과 환희의 영역이 존재한다"고.

보통 치매 환자를 시간을 잊는 1기, 장소를 잊는 2기, 인물을 잊는 3기로 구분한다. 이 책은 그 흐름을 따라가며 시간, 장소, 인물 순으로 엄마의 과거와 현재의 순간들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책은 ‘치매’의 무게감에 눌려 놓쳐버리기 쉬운 일상을 잔잔하고 경쾌하게 보여주며 저자의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엄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의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가시나, 내가 니를 어찌 잊노? 다른 사람은 몰라도 무덤에 가서도 나는 니 생각할 거다!"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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