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부터 14년간 민주화운동
추진위, 14일 김해시청서 강연

 

▲ 실천문학사가 펴낸 <김병곤 평전>.

"검찰관님, 재판장님, 영광입니다. 사실 저는 유신 치하에서 생명을 잃고 삶의 길을 빼앗긴 민중들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 걱정하던 차에 이 젊은 목숨을 기꺼이 바칠 기회를 주시니 고마운 마음 이를 데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1974년 7월 박정희 정부의 유신체제에 반대하다 사형 선고를 받은 후 영광이라는 최후진술을 남겨 민주화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김해 출신 민주화운동가 고 김병곤 씨를 추모하는 평전이 출판됐다.
김병곤 씨는 1953년 김해 한림면 퇴은부락에서 태어나 한림초를 졸업했다. 이후 부산 개성중, 부산고를 졸업하고 1971년 서울대 상과대학에 입학했다. 당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삼선개헌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노동자 전태일이 분신한 지 1~2년 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다.

1973년 김병곤 씨는 서울대에서 일어난 최초의 반유신 시위에 참여해 21살에 처음 구속됐다. 1974년에는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으로 구속돼 이철, 유인태, 여정남 등 민청학련 관계자 5명과 함께 사형 선고를 받았다. 1978년 동일방직 사건, 1980년 '서울의 봄' 학생시위 주도와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1985년 민청련(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사건으로, 1987년 구로구청 부정선거 의혹 규탄 농성으로 구속됐다. 이듬해인 1988년 김병곤은 투옥 중 진행성 위암3기로 판명돼 가석방됐지만 2년 6개월만인 1990년 3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김병곤 평전'은 1973년부터 1987년까지 약 14년 동안 민주화운동을 벌이며 여섯 차례 구속된 청년 김병곤의 치열했던 삶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김병곤의 민주화운동 동지였던 부인 박문숙(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장)씨와의 만남과 결혼, 헌신을 기록하고 있다.

저자 김현서 씨는 책의 1장에서 김병곤의 삶을 "그가 있었던 곳은 대부분의 경우 민주화가 질식당하는 숨 가쁜 현실, 여성노동자가 똥물을 뒤집어쓰고 핍박받는 곳, 동족의 아픔을 외면하는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거리의 투쟁, 생존을 위협받는 도시 빈민의 곁이었다"고 설명했다.

편집위원 후기는 "김병곤 선배처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때때로 그의 한 마디의 말은 용기를 잃었거나 정체성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에게 뭉클한 울림과 용기, 에너지를 주었다. 특히 정의와 인권이 탄압받고 평화가 짓눌리고 민중의 삶에 어둠이 내려앉은 시대에 그의 존재는 그 어둠을 밝히고자 실천하는 사람들을 돕는 등불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김병곤 열사 추모기념물 건립 추진위원회' 준비위원회는 오는 14일 오후 7시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김병곤과 함께 사형 선고를 받았던 이철 전 국회의원 초청 강연회를 열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공식적으로 추진위를 구성하고 내년 목표로 추진 중인 추모기념물 건립을 위한 모금 행사도 이어갈 계획이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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